수고하십쇼라니. 땡!
드르르륵~드르르륵~
회사에 있는데 전화 진동이 울린다. 네모난 액정화면에 지나가는 글자 OO School. 아이 학교다.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 첫째 콧물이 좀 났는데, 그것 때문인가? 둘째가 뛰어놀다가 넘어져 다쳤나? 어쨌든 지금 학교로 못 가는데, 남편은 가능할까?'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끊기기 전에 통화 버튼을 누른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오피스 직원은 아이 서류 하나가 빠졌다고 다시 보내달라고 했다. 입학할 때 다 챙겨서 낸 것 같은데 이제야 다시 연락이 오다니, 아무튼 학교로 당장 달려오라는 연락은 아니라 다행이었다.
그 서류 때문에 남편과의 채팅이 시작됐다.
"학교에서 그 서류 내야 한다던데, 어디로 연락해야 하지?"
"아. 그거 내가 신청할게."
"응. 낸 것 같은데 없다고 하네. 알겠어. 고마워~"
"수고하십쇼."
...................???
수고... 하십쇼....???? 그 말 나한테 한 말이야? 거래처 직원이랑 헷갈린 거 아니고?
세상 부드럽게 대화하던 연애 때 상대는 어디로 가고, 거래처 직원 아니, 그냥 스쳐 지나가는 매장 직원분께 인사하듯 ‘수고하십쇼.’ 라는 다섯 글자를 보냈담?
아무리 다시 일에 집중하려고 해도 내 머리 주변으로 이 말이 계속 맴돌았다. 수고하십쇼~수고하십쇼~수고하십쇼...
“그래. 뭐. 좋아. 우린 같은 회사(가정)에서 같은 목표(경제, 육아)를 가지고, 같이 일하니까 ‘업무상’ 맞네. 그리고 우리는 회사 동료고.”
근데… 자꾸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
결국 엎드려 절 받기 식으로 영혼 1도 안 담긴 ‘사랑해’를 받았다. 이모지 하나 없이, 마침표나 물결표시도 없이 단 세 글자만.
이래도 찝찝하고, 저래도 찝찝한 건 내가 이상한 건가…?
번역 결과
고맙긴. 점심 맛있게 먹고, 이따 집에서 봐. 사랑해.
(아니, 이 평범한 말이 그렇게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