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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Mar 19. 2024

와이프야? 거래처 지인이야?

수고하십쇼라니. 땡!


드르르륵~드르르륵~


회사에 있는데 전화 진동이 울린다. 네모난 액정화면에 지나가는 글자 OO School. 아이 학교다.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 첫째 콧물이 좀 났는데, 그것 때문인가? 둘째가 뛰어놀다가 넘어져 다쳤나? 어쨌든 지금 학교로 못 가는데, 남편은 가능할까?'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끊기기 전에 통화 버튼을 누른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오피스 직원은 아이 서류 하나가 빠졌다고 다시 보내달라고 했다. 입학할 때 다 챙겨서 낸 것 같은데 이제야 다시 연락이 오다니, 아무튼 학교로 당장 달려오라는 연락은 아니라 다행이었다.

그 서류 때문에 남편과의 채팅이 시작됐다.


"학교에서 그 서류 내야 한다던데, 어디로 연락해야 하지?"

"아. 그거 내가 신청할게."

"응. 낸 것 같은데 없다고 하네. 알겠어. 고마워~"

"수고하십쇼."


...................???


수고... 하십쇼....???? 그 말 나한테 한 말이야? 거래처 직원이랑 헷갈린 거 아니고?


세상 부드럽게 대화하던 연애 때 상대는 어디로 가고, 거래처 직원 아니, 그냥 스쳐 지나가는 매장 직원분께 인사하듯 ‘수고하십쇼.’ 라는 다섯 글자를 보냈담?


아무리 다시 일에 집중하려고 해도 내 머리 주변으로 이 말이 계속 맴돌았다. 수고하십쇼~수고하십쇼~수고하십쇼...


네이버 국어사전(좌), 나무위키(우)-업무상 만나는 관계라고 나옴


“그래. 뭐. 좋아. 우린 같은 회사(가정)에서 같은 목표(경제, 육아)를 가지고, 같이 일하니까 ‘업무상’ 맞네. 그리고 우리는 회사 동료고.”


근데… 자꾸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



결국 엎드려 절 받기 식으로 영혼 1도 안 담긴 ‘사랑해’를 받았다. 이모지 하나 없이, 마침표나 물결표시도 없이 단 세 글자만.


이래도 찝찝하고, 저래도 찝찝한 건 내가 이상한 건가…?


번역 결과

고맙긴. 점심 맛있게 먹고, 이따 집에서 봐. 사랑해.

(아니, 이 평범한 말이 그렇게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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