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채 썬 당근이라도 좀 주자. 응?
취업을 했다. 해외에서의 두 번째 취업.
내 스케줄이 매주 달라지는 관계로 남편과 역할분담을 나누었다. 약 10년 만이다. 그동안은 내가 아이들에 관한 모든 일을 했고, 남편은 회사일에 집중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에 따라 한 명이 아이들 드롭, 한 명이 픽업, 한 명이 도시락, 한 명이 아침식사, 한 명이 저녁 식사를 바꿔가며 준비해야 했다. 집안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경력 단절을 끊어내고 10년 만의 사회생활이었기에 이것저것 신경도 많이 쓰이고, 피곤했다. 설령 나와 남편 중에 한 명 아프기라도 하면, 모든 일이 중단될 수 있기에 비타민을 입에 털어가며 지냈다.
그러다 해외 직장생활 중 가장 높은 주급을 받았던 그날 내가 말했다.
“ 외국 나와서 제일 많이 번 돈이야. 이렇게 열심히 달렸는데도 당신 급여보다 적네. 다시 일해보니까 알겠어. 그동안 힘들었지? 쉬지도 못하고, 고생 많았어. “
이 말을 들은 내 남편.
남편말 번역가 글을 쭉 읽어본 구독자라면 짐작 갈 것이다. 이 남자의 스타일.
남편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이제 알겠지? 당신 앞으로 더 잘하란 말이야. 더 달려!”
물론 나의 칭찬에 멋쩍은 듯 웃으며 얘기했지만 농담 조금에 진담이 가득 담긴듯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 남편도 안다. 방금 던진 그 말은 우리 관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자연스럽게 다시 말을 이어갔다.
“ 둘 다 잘하고 있는 거지.. 뭐..”
이 말이 내가 기대하는 맞는 정답일까, 아닐까 하는 불확실한 표정 속에서 그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 내가 생각한 정답은 아니지만 이만큼 변한 게 어디냐. 그의 노력에 박수를!‘
남편의 도움 덕분에 일 시작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고, 힘을 내서 잘 적응할 수 있었다.
나를 더 강하게 키워야 한다며 채찍만 주는 남편, 당근을 먹어야 힘나는 스타일인 나. 정 반대인 마인드로 자기 말이 맞다고 서로 주장하는 우리 부부.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노 젓지 않기 위해, 우리는 서로를 채찍질하고 당근도 먹여가며 지내고 있다. 그래도 이 험난한 사회에서 지내다 집에서 다시 만나는 건데 채찍보다는 채 썰은 조각이라도 당근이 낫지 않아?
번역결과: 나도 애들 챙기고 집안일해 보니까 쉽지 않더라. 당신도 그동안 고생 많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