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사줄 수도 있지! 뭘,
남편과 마트에 갔다.
마트의 마지막 라인은 술이다. 병 와인, 팩 와인, 캔 맥주, 병맥주, 소주, 사케 등 세계 각종 주류가 진열돼 있다.
나는 술을 자주 먹는 편이 아니지만 여름에는 과일향이 나는 Pale Ale 맥주를 가끔 마시고, 겨울에는 와인을 마신다.
한참 장을 보고 있는 중간에 남편이 사라졌다. ‘또 어딜 갔지…?’ 결국 마지막 주류칸 앞에서 와인을 고르고 있는 남편을 발견했는데 그의 손에는 러시안 잭 와인 2병이 들려있었다.
“무슨 와인이야?” 내가 묻자
“이게 그 와인이래. 남자 아이돌 그. 누구지? BTS던가?”
“아, 뷔?! 뷔가 좋아해서 사두고 마신다는 와인이 이거야? 뉴질랜드 산 와인이었네?! 아이고- 그런 줄 알았으면 이 누나가 10병은 거뜬히 사줄 수 있었는데. “
바쁜 눈으로 다음 재료를 살피며 의미 없는 한마디를 내던지자 남편이 한심하다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한심하다는 눈빛이었지.’
“나나 좀 챙겨봐~분위기 좀 읽으라고~!”
질투인지, 무시인지 모를 뉘앙스가 웃기기 때문에 보통 이 정도 선에서 피식 웃고 말아 버리는데 이번에는 머리보다 입이 빨랐다.
”아니, 분위기 못 읽은 건 또 뭐야. 누나가 귀여운 동생 와인 좀 사줄 수도 있지! 뭘! 어?! “
그러자 이번에는 뻔뻔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하하하하하! 평소에는 져주다가 가끔 큰소리치면 당황해하는 그 모습을 보는 것은 나에게 큰 재미지!’
“녜에녜에~ 당신 많이 드세요~”
머릿속에는 SNS에서 밈으로 떠돌아다니는 그림이 떠다녔지만 그냥 그렇게 마무리지었다. 여기서 마무리지어야 더 기분이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유치하게 이런 걸로 다퉈서 뭐 하겠나. 곧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불현듯 이 노래가 떠오른다
내 나이가 어때서~
번역 결과: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까 질투나는데?! 아직까지 질투나는걸 보니 사랑하는거 맞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