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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와 러시안 잭

17. 남편말 번역가


"남편~같이 마트 가자!"



같이 마트에 갔다.

마트의 마지막 라인은 술 코너이다. 병 와인, 팩 와인, 캔 맥주, 병맥주, 소주, 사케 등 세계 각종 주류가 진열돼 있다.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여름에는 과일향이 나는 Pale Ale 맥주를 가끔 마시고, 겨울에는 와인을 즐긴다.


한참 장을 보고 있는 중간에 남편이 사라졌다.
‘또 어딜 갔지…?’

마지막 주류칸 앞에서 와인을 고르고 있는 남편을 발견했는데, 그의 손에는 러시안 잭 와인 2병이 들려 있었다.

“와인 마시려고? 무슨 와인이야?” 내가 묻자

“이게 그 와인이래. 남자 아이돌 그. BTS던가? 한 번 마셔보자.” 남편이 말했다.

“아, 뷔?! 뷔가 좋아한다는 와인이 이거야? 뉴질랜드 산 와인이었네?! 아이고—그런 줄 알았으면 이 누나가 10병은 거뜬히 사줄 수 있었는데.”

바쁜 눈으로 다음 재료를 살피며 의미 없이 한마디를 내던졌다. 그 후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


남편이 한심하다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한심하다는 눈빛이었지.’

“나나 좀 챙겨봐~ 분위기 좀 읽으라고~!” 남편이 말했다.

질투인지, 무시인지 모를 뉘앙스가 웃겨서 보통은 피식 웃고 넘어가지만, 이번에는 입이 먼저 반응했다.

“아니, 분위기 못 읽은 건 또 뭐야. 누나가 귀여운 동생 와인 좀 사줄 수도 있지! 뭘!”

“.............???”

이번에는 남편이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하하! 이게 얼마만이던가! 남편이 당황한 모습! 평소에 져주다가 가끔 큰소리치면 당황해하는 모습. 그 모습이 나에게 큰 재미지!’


“네네~ 당신 많이 드세요~”

머릿속에 밈 사진 한 장이 떠올랐지만 말을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마무리하는 편이 모두를 위해 좋을 것 같았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던데, 유치하게 이런 걸로 다투면 뭐 하겠나.'


질투가 난다는 것은 아직까지 마음속 깊이 사랑이 남아 있다는 증거다. 이렇게 작고 사소한 순간에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확인된다.


번역 결과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까 질투 나는 데?! 아직까지 질투 나는 걸 보니 사랑하는 거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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