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높은 와이프의 인터뷰 후기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시간이 날 때마다 사연 응모도 많이 하는 편이다.
한국에 살 적엔 즐겨 듣던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당첨된 경험들도 다 수 있다. 아이 유모차, 식료품 박스, 아이스크림 등을 당첨 선물로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운이 좋다고만 생각했다.
이번에는 '재외동포협력센터'라는 피드를 우연히 접하고 해외 일상 스토리를 남긴 적이 있었다. 그리고는 바쁜 일상으로 까맣게 잊고 지내다 작가님으로부터 인터뷰하고 싶다는 DM을 받게 됐다
재외동포협력센터의 유튜브 중 'OK온에어'라는 플레이리스트 인터뷰인데 10년의 경력단절을 끊어내고, 해외에서 취업을 하게 된 내 사연을 소개하고 싶다고 하셨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불합격했던 순간들, 입사했다가 업무 시간이 줄어들어 그만둬야 했던 날, 다시 재도전을 통해 지금까지 지내고 있는 일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 이야기, 내가 말하는 것이라 쉬울 줄만 알았는데 생각과 달리 너무 떨리고, 긴장돼서 버벅거리고, 단어도 기억이 안 나곤 했다. (가끔 영어로도, 한국어로도 기억이 안나는 순간들이 있다.)
'이래서 할 수 있을까?.....'
며칠 전부터 준비하는데도 머릿속은 까맣고 까만 우주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 소리도, 별 빛 하나도 없는 그곳에서 혼자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랄까?
녹화날은 내 근무시간 때문에 밤 9시가 넘어서야 통화(녹화)를 할 수 있었다.
핸드폰이 울리고 녹화가 시작됐다.
이곳에서 하는 일과 취업을 위해 준비한 일,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재외동포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 정도의 질문과 대답을 했다.
얼마나 긴장이 됐는지 목소리는 3옥타브 정도 높아졌고, 질문을 받고 생각하다가 "음... 근데 질문이 뭐였죠..?"라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인터뷰는 마무리 됐고, 나는 OTL(좌절 포즈) 자세로 바닥에 쓰러져 한동안 멈춰있었다. 나중에 업로드될 내 모습이 얼마나 웃기고 민망할지, 편집은 얼마나 힘드실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문 밖에서 숨죽이고 내 인터뷰를 듣고 있던 아이들과 남편이 방으로 들어왔다.
"잘했어?"
"아니,,, 너무 긴장했어.
여보. 아무래도 나 유퀴즈는 못 나갈 것 같아... 인터뷰만 해도 이렇게 떨리는데....."
응....................................?!
남편의 동그랗게 커진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흔들리고 있었다. 동공지진.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 문을 닫고 나갔다. 인터뷰야 잘하든 못하든 이미 지난 일이고, 우주에서부터 정신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한 와이프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 보였다.
그렇게 긴장된 며칠이 끝이 나고, 다음 날부터 ‘이렇게 말할걸 그랬나?’하며 이불킥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11월 중에 업로드된다던데, 벌써 11월.
이제 나는 모르겠다…
지구 밖으로 떠나야겠다.
번역 결과: 결국 또 잘 해낼 거면서.
너무 긴장하지 마. 내가 항상 응원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