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안녕?!
내가 나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네.
일기처럼 일상의 모습만 끄적이다가 40년 만에 직접 편지를 쓰려니 왜 이렇게 마음이 뭉클한지 모르겠어.
요즘 너의 기분은 어때?
회사 다니느라, 아이들 돌보느라, 집안일하느라, 글 쓰느라. 또 좋아하는 작업 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거야. 그런데 그거 알아? 그렇게 정신없이 지내면서 하고 싶은 일도 한다는 자체가 열정이 있고, 에너지가 있다는 말이거든. 주변에서도 밝아졌다는 말도 듣고, 많이 좋아졌다. 그렇지?
예민함, 완벽주의, 높은 불안감을 가진 너.
사실 예민함, 불안감 등은 아주 자연스럽고, 평범한 감정이야. 너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그런 감정을 느끼지. 그런데 문제는 남들보다 쉽게 불안해하고, 작은 것들도 크게 느끼는 예민함을 가져서 일상이, 때로는 삶이 어렵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다는 거야. 특히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해외로 이민을 왔을 때 그 불안감이 정점을 찍었던 것 같아. 그게 불안한 감정인지도 모르고 한껏 예민해져 있었고 육아 우울증인지, 향수병인지 모를 또 다른 감정들이 겹겹이 쌓이다 보니 무너지는 순간도 있었지.
너는 네가 얼마나 예민한 사람인지, 불안감이 높은 사람인지 몰랐어. 그런 '너' 자신에게 관심도 없었고, 혹여나 누군가 그런 부분을 콕 집어서 말하면 기분 나쁘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너와 똑 닮아 불안감이 높은 아이를 키우면서 제삼자의 입장에서 너 자신이 보이기 시작한 거야. ‘거울효과’라고도 하지. 물론 그걸 보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 그래서 오히려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으로 살려고 노력해 왔는지 몰라.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어쩌면 네가 바라는 이상향을 거울효과로 역이용했는지도.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그동안 쌓인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깨닫게 됐지.
‘아. 나는 불안감이 높은 사람이구나.’, ‘나는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상황을 많이 불편해하는구나.', '내 주변이 완벽해야 편안하다고 느낀 것이구나.' 등등
그 후부터는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생각스위치를 스스로 끌 줄 알게 됐고, 불안한 순간으로부터 안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어. 편안한 나를 위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사랑’하기 시작한 거야. 네 눈에 다른 사람이 아닌 너 자신이 보이기 시작한 거지.
너무 좋은 일이지 않아?!
나 자신을 알고, 힘든 부분을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말이야. 그렇게 자신을 발견하고 고쳐나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그동안, 참 많이 힘들었지?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알아.
예민하고, 불안해서 더 완벽하게 해내려고 모든 순간순간을 노력해 왔잖아. 단 한순간도 헛되게 보낸 적이 없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말이야. 오리가 물 위에서는 여유로워 보이지만 물 밑에서 쉬지 않고 발을 구르듯 힘들었다는 거 나는 다 알아. 참 고생 많았어.
그런데 있잖아.
대충 해도 큰일이 벌어지지 않더라. 생각보다 별일 없더라고. 그러니 본인을 채찍질하며 억지로 참지 말기로 하자. 그렇게 해도 안 되는 것은 안되고, 되는 것은 된다는 거 이제는 알잖아. 그러니 이제부터는 마음 편하게 먹어도 돼. 한 번 살다가는 인생인데 재미있게 살아야지. 참고 견디기만 하면 나중에 억울하지 않겠어?!
참 잘 지내왔어.
힘들었던 것만큼 좋은 일도 많았고. 앞으로는 불안해하지 말고 편안하게 지내보자. 하루하루가, 순간순간이 행복해질 거라고 약속할게.
자! 여기 너를 위한 포춘쿠키를 준비했어.
맛있게 먹어!
포춘쿠키 메시지
[노력이 결실이 되는 순간이 곧 찾아옵니다! 화려하게 펼쳐질 테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