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랑 뭐가 달라?
렌트살이한지 5년.
다행히 마음씨 좋은 집주인을 만나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렌트값, 하늘까지 안 오르고 살았더랬다. 하지만 집이 낡고, 얌전히 살아도 고장 나는 부분들의 횟수가 잦아지면서 이사를 고민하게 됐다. (물론 벼룩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집 매매를 고려 중인데, 은행님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번 알아보니, 아무래도 부부가 맞벌이(Full-Time)로 근무할 때 가장 높은 금액의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지금 이자는 6~7%를 오간다는 사실. 정말 잔인한 은행님. 하늘 향해 쑥쑥 올라가는 이자율덕에 집 값은 주춤한 상태지만,
자, 그럼 뭘 해야 하나? 일을 시작해야 한다. 대출이고, 이자를 떠나서 종잣돈이라도 부풀려야 하니 말이다. 열심히 구직 사이트를 살펴본다. 혹시나 놓치기라도 할까 눈에 불을 켜고, 천천히 찾아본다. 구직 사이트에 없더라도 그동안 관심 있었던 회사에 CV(이력서)를 보낸다. 직접 돌아다니며 자리 있을 때 연락 달라고 한다.
이렇게 열심히 일자리를 알아보는데 연락은커녕 첫째가 열이 난다. 그동안 밥 잘 먹고, 잘 자서 둘째만 신경 썼는데 갑자기 열이라니… 학교와 레슨들을 취소하고, 집에서 쉬는 중이다.
이곳은 아프다고 바로 항생제를 주고, 얼른 낫게 조치를 취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약보다는 자연치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집에서 푹 쉬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다 보니 정말 1~2주는 푹 쉬어야 하는 분위기. 물론 2~3일만 쉬고 등교하는 아이들도 많지만 그러다가 스쿨 오피스에서 데려가라고 전화 오는 경우도 있다.
어린 둘째는 아픈 횟수가 현저히 많은데, 오피스에서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고 픽업 간 게 벌써 여러 번이다. 주변 엄마들이 왜 이렇게 자주 아프냐고, 오피스 전화 자주 받냐고 물어볼 정도이다. 카페에서 일하다가도 학교에서 전화가 와 사장에게 사과하고 퇴근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 자릴 채울 직원을 찾아야 하니 사장도 번거로울 수밖에,
그렇게 둘을 돌아가며 간호하다 보면 나도 가끔 몸살이 온다. 그래도 그냥 약 먹고, 버티며 출근하고, 픽업을 한다.(대신 픽업해 줄 가족 없는 이민자의 현실)
그런데 나는 지금 또 일자리를 찾고 있다.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생활도 하고, 집도 살 수 있으니까.
1년에 4번있는 방학에 애들은 어쩌냐고?! 홀리데이 프로그램? 남편과 격일 휴무? 이젠 나도 모르겠다. 그런 거 다 따지면서 ‘그냥 이 현실에 안주하고 살자’를 선택하던가 아니면, ‘힘들겠지만 그때마다 어떻게든 해결하며 살아보자.’ 하면서 도전을 선택하는 거다.
돈 볼래? 애 볼래? 의 선택인 것이다. 나는 그에 대한 대답을 ‘힘들겠지만 애도 보면서 돈도 벌게!’로 하겠다. 어릴 적 누군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었을 때 둘 다 좋아!라고 대답했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