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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상어라고?!!!

제6화, 당황스럽지만 맛있던 경험 값

by 육십사 메가헤르츠


'뉴질랜드 이민 일주일차 상황 속으로 들어가기' VS '나 혼자 3살, 6개월 아이 둘 데리고 마트 가기'


이 두 가지 상황밖에 없다면,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여행 같은 기분이 드니까 이민 일주일차?’라고 대답하셨다면 감사의 의미로 두 번째 상황(나 혼자 3살, 6개월 아기 둘 데리고 마트 가기)까지 함께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그렇다.

여행 아니고 이민으로 뉴질랜드에 도착한 지 일주일.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가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마트에 갔다.


생선 코너에 도착하니 동그란 눈에 튀어나온 입, 비슷한 생김새의 물고기들이 얼음 위에 누워있다.

‘Cod(대구)? Snapper(도미)? Tarakihi?(타라키히/한국에 없는 흰살생선)?

도무지 알 수 없는 이름들이 가득하다. 영어 공부할 때 스테이크 굽기는 외웠어도 생선 이름에는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아이 둘이 카트에 매달려있으니 하나하나 번역하며 찾아볼 정신이 없다. 그러다 눈에 띈 한 단어 Lemon Fish(레몬 피시).

하얗고 긴 자태, 기름기도 적어 보여 아이들과 먹기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를 사 와 밀가루와 계란을 입인 후 맛있게 먹었다. 역시 본 것처럼 기름이 적고, 살이 탱탱해 만족스러웠다.

‘역시 흰 살 생선은 전으로 먹어야 맛이지!’


며칠 후.

마트에서 생선 전이 생각나 다시 생선코너를 찾았다. 오늘은 직원이 앞에 서있길래 레몬 피시 하나를 요청했다.

"Lemon fish...? right…? (레몬 생선? 맞아?)"

"Yes!"

호기롭게 대답하는 나를 바라보는 직원 눈빛에서 많은 것이 느껴졌다. 의심스러움, 의아함, 당황스러움 같은 것들이었다. 집에 돌아온 후에도 계속 잔상이 남는 그 표정, 그제야 레몬 피시를 인터넷에 서치 해봤다.


[뉴질랜드 레몬피시]
'레몬 피시' 또는 '점박이 곱상어'라고도 불리는 리그상어는 뉴질랜드 전역의 연안 해역에서 발견되는 작은 상어입니다. 상체는 청동색 또는 회색이며, 배는 흰색이고 상체와 옆줄을 따라 작은 흰색 반점이 있습니다.


" 뭐?! 상어?!!

레몬피시가… 상어야? 왜???

나... 상어 먹은 거야?"


맞다. 상어. 정확하게도 살이 단단하고, 지방함량이 적어 뉴질랜드 피시 앤 칩스에 들어가는 재료로 자주 쓰이는 생선이었다. 수은 함량이 많아 자주는 섭취하지 말라는 문구도 추가되어 있었다...





그 뒤로 나는 레몬피시를 사지 않는다.

상어라서가 아니라 이제는 더 맛있는 생선이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직접 몸으로 겪고 알아간 세상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이 연결되기도 한다. 그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문화를 몸소 겪으며 알게 된 경험의 값이다. 그 경험의 값은 인생에서 가치가 높다. 그 경험의 값을 오래, 그리고 다양하게 치렀다.


그래서 이제는 실수를 하거나 바닥에 구른 것을 그리 오래 되새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지난 후 "풉, 그런 적이 있었지.'하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소재가 많은 것에 오히려 감사하다.


그렇게 바닥에서부터 굴러 지금껏 지내고 있는 것을 보면 '나 이제 좀 외국스타일쯤 됐으려나?' 생각해 보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나는 여전히 한국식 국밥을 좋아하는 한국스타일일 뿐이다.


해외생활 Tip! 한번 겪으면 잊어버리지 않는다!
궁금하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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