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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차로 내 집을 박은 거야?!

제7화, 운전으로 배운 문화와 태도

by 육십사 메가헤르츠



영국식 좌측통행 그리고 우핸들



뉴질랜드는 한국과 운전에 관한 모든 것이 반대이다. 이것이 별거 아닌듯해도 느낌이 정말 어색하고, 낯설다.

한국에서는 강남이고, 분당이고, 산으로 바다로 잘도 다녔다. 그러다 갑자기 반대의 운전석에서 반대 차선으로 운전을 해야 하는 현실에 부딪쳤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무서웠다.

운전도, 반대인 환경도, 사고가 났을 경우 대응처리도, 모든 게 자신 없었다. 그래서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곳은 마트, 병원, 심지어 아이들 유치원, 학교 픽업까지 차량이동이 필수인 곳이다. 거기에 어린아이 둘이 딸렸으니 사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가까운 거리부터 연습해 나가던 어느 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으앙~앙앙~!

카시트에 앉아있는 막내가 뭔가 불편한 듯 칭얼거린다. 운전 중이라 말로 달래기 시작했다. “응~그래. 집에 가서 안아줄게~” 듣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없다. 점점 울음 사운드가 커져갈 뿐이다.


세상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3살 첫째가 묻는다.

“아기는 왜 울어?”, “왜 불편해?”, “왜 싫은데?”, “노래가 안 들려. 소리 더 크게 해 줘.”


점점 예민함이 올라온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상황이 나를 뒤덮고 있었다. 결국 집에 거의 도착할 때쯤 노래가 나오는 라디오를 꺼버리고 말았다. 여전히 아이들은 시끄러웠고, 라운드어바웃(회전교차로)에서 진입하는 것도 신경이 쓰였다. 집 앞까지 겨우 도착해 차를 돌려놓기 위해 습관처럼 핸들을 돌리며 액셀을 밟았다.



“부웅~ 퍽!”



"...................................... “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멈췄다. 나도, 아이들도, 차도.

눈앞이 하얗게 변하고, 그 많던 소리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등골이 오싹했다.


집에 다 왔다는 안도감에 마지막 집중이 풀어지며 집 한쪽 벽을 박은 것이다. 생각보다 큰 소리에 차를 확인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오로지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상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엄마... 무슨 소리야...?”

나의 정적을 깬 것은 놀란 아이의 질문이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다친 곳이 없었고, 먼저 집 안으로 들여보냈다. 뒤로 가서 보니 주유구 밑으로 차체가 움푹 파여있었다. 깊고 깊은 동굴이 하나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 동굴의 깊이만큼 아니, 조금 더 깊은 한숨이 나왔다.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하아…. 내가 내 차로 내 집을 쳤어..."




NZ$1,200(100만 원)이 넘는 비용으로 차를 수리한 후 모든 게 끝이 났다. 경험 값 치고는 꽤 비쌌다.


라운드어바웃 때문이었다고, 차선이 반대여서라고, 아이들이 정신없게 해서라고 변명하고 싶었지만 그 모든 변명의 끝은 익숙하지 않은 환경으로 맞춰졌다.


외국에서 운전한다는 것방향과 시스템에 적응하는 기술적 도전이자, 그 나라식 도로 문화, 생활 태도, 삶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였던 것이다.


운전이라고 해서 그저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 나라의 시스템과 문화를 전혀 모른 채 엄마 오리 따라가는 아기 오리처럼 길만 따라다녔던 것이다.


긴 시간이 만들어준 문화와 태도의 적응으로, 아니 어쩌면 그 비싼 경험 값 덕분에 나는 여전히 규칙을 지키며 라운드어바웃을 돌아 나오고, 마지막 주차까지 집중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훌쩍 커버린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차에서 울지 않는다.


외국 스타일인 줄만 알았던 나는 그저 ‘수박 겉핥기’ 식이었다는 것을, 대단한 착각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해외 생활 Tip, 반대 차선을 운전할 때는 마지막까지 집중을 놓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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