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오클랜드 카페 1
심플
입구에 들어서자 딱 한 단어가 떠오른다.
정돈할 것조차 없어 보일 정도로 깔끔하고, 어찌 보면 너무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천천히 카페를 둘러보면 있을 것은 다 갖춰져 있다.
오클랜드 CBD 안에 위치한 카페 ‘Rumours’.
일요일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매장 안에 몇몇 사람들과 개 한 마리가 있다. 다른 시간대 근무하는 직원이 몇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마주한 직원은 단 한 명. 한국어와 영어 두 언어를 사용하는 분이셨다.
카페 메뉴판도 카운터 위에 단 한 장.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이라테를 주문했다. 그리고 페인트가 칠해지지도 않은,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가진 나무 의자와 작은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래서일까? 이 카페에는 다른 직원들은 필요 없어 보인다. 바리스타가 주문을 받고, 커피를 전해주는 게 전부다. 주말인 오늘은 Breakfast menu나 캐비닛 푸드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커피뿐이다.
한 젊은 여성이 카페에 들어와 커피를 주문한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가방에서 작은 봉투를 꺼낸다. 그 안에는 새로 산 것인지, 만든 것인지 알 수 없는 빵이 들어있다. 조용히 꺼내어 커피와 함께 먹는다.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조용하면서도 자유로운 공간이다. 하지만 나는 가방 안 쿠키를 꺼내지 않았다. 외부 음식을 카페에서 먹지 않는 것이 나만의 소소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커피 맛이 좋다. 나는 커피를 연하게 마시는 편이지만 굳이 Half Strength로 주문하지 않고, 그 본연의 맛을 느껴본다.
오전의 찬 공기를 따뜻한 커피로 몸을 데우다 보니 문 앞에 붙인 스티커가 보인다. Karma drinks의 ‘Top 50 cafes 2023’와 ‘Disabled Access Point’ 사인이다. 한 계단의 턱이 있는 입구를 생각조차 못하고 들어왔는데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높은 벽일 수도 있는 부분. 벨을 누르면 스텝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적혀있는데 참으로 섬세한 카페라는 생각이 든다.
마침 3명의 키위들이 들어와 자유롭게 앉는다. 일요일이라 직장 동료들 같지는 않은데, 친구들일까? 조용한 이 공간에 사람들의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이다.
자리가 많은 편이 아니라서 다들 오래 앉아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간단히 마시고, 이야기하다 가는 장소. 그래서 이름이 Rumours인가 보다.
서치를 통해 누구나 확인 가능한 카페의 정보보다 그날, 그 시간대에서 내가 느낀 카페의 분위기를 주로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