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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Sep 25. 2023

책을 읽다

혼자서도 둠칫 둠칫 6



어려서는 책 읽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바쁜 엄마는 딸 혼자 있을 시간을 대신해 공부방이란 곳에 나를 보내셨다. 그때 선생님께서 숙제도 봐주시고, 독후감 쓰는 법도 가르쳐주셨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은 것은 20대가 되어서였다. 그때 ‘꿈꾸는 다락방(R=VD)’ 같은 자기 계발서가 유행을 시작했는데 멋진 미래를 꿈꾸던 나에게 희망을 주던 책들이었다. 책을 편식하는 버릇이 있긴 했지만 독서습관은 꾸준히 가져갔다.


그리고 책과 출판사를 분석(?)을 하게 된 시기는 아이를 낳고 난 후였다. 18개월 된 아이가 문장으로 말하는 것에 놀라 유아 책들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 당시 유행하던 프뢰벨 전집을 사들여 읽어주기 시작했다.


아이와 잠자리에 누워 매일밤 함께 책을 봤다. 어떤 날은 20권 가까이 읽어주고 지쳐서 나오기도 하고, 같이 잠이 들기도 했다.


그때를 시작으로 9살이 된 딸과 지금도 자기 전 같이 책을 읽는다. 그리고 엄마와 첫째가 책을 좋아하니 둘째도 자연스럽게 같은 취미를 갖게 됐다.




외국에서 아이들의 독서습관 만들기


외국 도서를 원서로 읽어본 적도 없고, 아이들 영어책은 뭘 읽어줘야 할지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 내가 지금까지 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재미있는 이중언어: 쌍둥이책
우리 아이들이 어릴적 읽었던 쌍둥이책


알파벳도 몰랐던 아이들에게 영어책을 읽혀야 했고, 영어가 편해진 아이들에게 한글책을 읽혀야 했다. 억지로 시킬 자신이 없어서 생각해 낸 방법이 쌍둥이 책이었다.


한국에는 유명한 외국도서를 번역한 책들이 많은데, 그런 그림책들을 영어책 한 권, 한글책 한 권 쌍둥이로 사서 읽는 것이다. 물론 책마다 번역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보통은 그림도 같고, 내용도 같기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보고 내용을 이해한다.


지금도 도서관에서 어릴 적 읽었던 세계명작이나 창작동화가 영어버전으로 있으면 아이들이 골라와서 읽는다. 쌍둥이책은 내가 읽어도 재미있다.


출판사보다 작가!

나는 그동안 작가이름에는 관심이 없었다. 책 제목과 출판사 정도만 기억했다. 그러다 타국으로 날아왔는데 도대체 어떤 책을 아이에게 추천해줘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 어릴 적 한국에서도 유명했던 에릭칼(Eric Carle), 모 윌렘스(Mo Willems)의 책을 빌려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Mary Pope Osborne, Roald Dahl series 등을 즐겨 읽었다. 아이가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조앤롤링(J.K. Rowling)의 해리포터에 푹 빠졌는데 그 이후로는 조앤롤링의 다양한 책을 찾아 읽었고, 최근에는 Below라는 책이 너무 재미있다며 데이비드 힐(David Hill)의 책을 찾아보고 있다.



저자를 관심 있게 보면 그 작가만의 매력 있는 표현력과 구성으로 여러 책을 읽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아이가 재미있게 읽으니 레벨에 맞춰 나도 같이 읽게 된다. 서로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같은 포인트에서 웃는 등 아이와의 공통점이 하나 더 생기는 기분이 든다.




9년째 평일 저녁이면 아이들과 한글책을 같이 읽는다. 이민 오면서 첫째가 자연스럽게 한글책에서 영어책으로 갈아탔는데, 아이들의 한글실력을 놓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한글학교 보내면 한글 뗀다고, 왜 안 보내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계신데, 나는 아이들과 저녁마다 한 침대에 우글우글 모여 살 부딪치며 글 읽는 게 좋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딸이 추천해 준 책을 평화롭게 혼자 읽거나 아이들과 뒹굴거리며 한글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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