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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Oct 12. 2023

가드닝을 하다

혼자서도 둠칫둠칫 7


뉴질랜드 하우스는 가든을 포함하고 있다. 요즘은 집 앞 가든을 시멘트로 메꾸고 주차장이나, 다른 공간으로 사용하는 추세지만, 어쨌든 우리 집에도 가든이 있다.

서울 아파트에서만 평생을 살아온 나에게 가든은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어쩌면 잘 활용할 줄 모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코비드-19 때 국가비상폐쇄를 통해 격리하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가든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 커피도 가든에 나가서 마시고, 바비큐도 해 먹고, 아이들과도 가든에서 뛰어놀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 넓은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든 한쪽을 정리하고, 좋은 흙을 구매해 뿌린 다음 나만의 텃밭을 만들었다. 텃밭이라는 단어만 알지, 제대로 본 적도 없는 텃밭을 꾸미려니 엄두가 안 났다. 그래서 최대한 간단하고, 쉬운 것부터 도전했다.


좋아하는 음식 심기

꽃은 예쁘지만 먹을 수가 없다. 이왕 가꾸고 돌봐야 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면 더 좋을 것 같았다.


대파


한국음식을 좋아하고 자주 해 먹는 나에게 빠질 수 없는 것이 파이다. 파는 마트에서 뿌리째 팔기 때문에 집에 가지고 와 밑동을 흙에 파묻으면 끝이다. 필요할 때마다 마당에서 조금씩 잘라먹는다. 지금 우리 집 마당에는 5개의 파가 심어져 있다.


깻잎


깻잎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적은 양이 $10(약 8천 원) 정도 하기 때문에 모종을 2~3개 사다가 심어봤다. 하지만 자라는 속도에 비해 먹는 속도가 너무 빨라 지금은 더 이상 깻잎을 키우지 않는다. 키워서 먹으려면 깻잎 모종 20개 정도는 키워야 할 듯싶다.


토마토


‘몸에 좋은 토마토가 자라는 것을 보면 아이들이 좀 먹으려나?‘ 싶어서 도전했다. 한번 자라면 키가 쑥쑥 자라기 때문에 긴 막대를 사다 묶어가며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그리고 벌레가 꼬일 수 있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크게 쑥쑥 자라고, 익었을 때 바로 따먹을 수 있어서 좋다.


양상추


일반 양상추를 사다 샐러드나 샌드위치에 넣어 먹었는데 어느 순간 금값만큼 비싸졌다. 그래서 대체한 것이 Lettuce Coral Green이라는 채소이다. 부케처럼 생긴 이 양상추는 뿌리까지 묶어 팔기 때문에 가져와서 흙에 묻었다. 우리 가족은 이것을 부케 상추라고 부른다.


미나리


미나리는 지인이 이사 가면서 주고 갔다. 햇빛을 많이 쐐면 안 된다길래 나무 그늘이 많이 비추는 곳에 두었는데 며칠 집을 비운사이 잡초들이 자라나 현재는 미나리를 찾을 수 없게 됐다.


애플민트


아이들도 가드닝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사준 씨가 바로 애플민트이다. 아이들이 정해진 자리에 씨를 심지 않고 흩뿌려놔서 마당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짙은 초록색과 향이 좋아서 레몬과 함께 물에 넣어마시거나 칵테일처럼 술에 넣어먹기도 한다.


레몬


레몬 나무는 이사 올 때부터 우리 집 한쪽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번 레몬이 열리면 지인들을 넉넉히 나눠주고도 남는다. 레몬 청이나 드레싱 등을 만들어먹고, 남으면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꺼내 사용한다.


뉴질랜드에 오래 사신 분들 중에는 농장처럼 텃밭을 가꾸시는 분들이 계신다. 내가 보기에는 금손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다. 나는 아직 텃밭 흉내만 내고 있지만 조금씩 다양하고, 좋은 채소들을 키워봐야겠다. 나는 오늘도 혼자 둠칫거리며 가든을 서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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