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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Oct 13. 2023

내 인생의 두 번째 챕터

혼자서도 둠칫둠칫 마지막 글

외로움이 두려웠던 첫 시작과 달리, 조용하고 자유로운 외로움이 익숙해졌다. 외로움은 평생 함께 가야 하는 동반자이자 친구인데 지금이라도 친해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조용한 집에서 들려오는 밖의 소음들도, 밖에서 혼자 느끼는 자연의 소리들도. 처음 스스로 선택했던 외로움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었다.




먼저, 내가 혼자 지내면서 느낀 점을 적어볼까 한다.


장점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면서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됐다. 원래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나의 성격과 모습을 지나치지 않고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모습을 인정하게 됐다. 이젠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거나 나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


예전엔 누군가 날 싫어했다면, 그 이유를 들어보려 하고 풀어내려 했을 것이다. 그 싫어하는 이유를 나에게서 찾고, 고치려고 했었다.


지금은 바뀌었다. ‘아.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 당신,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네요. 우린 앞으로도 엮일 일이 없을 테니 ‘ 직접 말을 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을 끝내고 더는 길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소문 하나에 스트레스받는 것은 너무 아까운 감정소모 아니던가.


그리고 내 친구관계까지 정해주며 자신만의 의견을 주장하던 불편한 관계도 끊어냈다.


조금 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비워내면 새롭게 다시 채워진다고 하니 좋은 관계가 채워지리라 생각한다.


단점


혼자이기 때문에 반복된 패턴으로 일상을 보낸다. 새로운 일에 대한 설렘이 없고, 단조롭다.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와 정보를 통해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너무 과도한 정보와 관계도 건강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적당한 사회적 관계는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서로 좋아하는 일에 대해 같이 행동하고, 서로 응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고, 잘 안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에너지가 생기고, 함께이기 때문에 이룰 수 있는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천천히 찾다 보면 나에게 맞는 좋은 인연들도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페인팅, 일러스트, 운동, 가드닝 등을 하며 지내고 있다. 그동안 '혼자서도 둠칫둠칫' 글을 쓰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자주 하는지 알게 됐다. 나는 페인팅으로 가구를 칠하고, 일러스트로 그림을 그려 액자를 제작하고, 집을 정리하며, 가드닝을 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집'에 관련된 일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이다.


편협한 사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의 인스타그램은 인테리어 소품이나 제작으로 가득 채워지는 중이다. 그리고 인테리어 회사에 입사 원서를 냈다. 또 관련회사들의 SNS를 팔로우하며 관심 있게 보고, 학교 수업도 고려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쉽게 포기하는, 또 내가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오랜 시간 고민했었다. 어쩌면 30년 동안 고민 중이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경력이나 나이 제한이 없는 뉴질랜드에서는 지금에도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 그래서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외로움의 시작은 우울했지만 직접 마주하니 나 자신을 알게 되는 큰 장점을 얻었다. 이로써 나의 ‘혼자서도 둠칫둠칫’ 글은 마무리하고, 인생의 두 번째 챕터를 시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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