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안 되는 것 1위는 ‘육아’더라
나는 사용설명서를 꼼꼼하게 읽는 편이 아니다.
그래도 물건을 조립하거나 처음 사용할 때 설명서를 한번 쭉 훑어본다. 그리고, 사용 시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한 곳에 잘 모아둔다.
그런데, 임신했을 때부터 10년간 아이를 키울 때까지 우리 아이에 관한 사용설명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육아는 처음이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는데 말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임신했을 때 육아 관련서적을 많이 읽었다. 맘 카페에 가입해 출석 도장도 열심히 찍었고, 육아박람회도 참석했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입력한 뒤 준비된 육아를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설명서를 읽고 사용을 준비하듯 말이다.
하지만, 준비된 육아라는 것은 없었다.
임신 32주에 조기출산의 위험으로 병원에 입원을 했고, 혹시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나더라도 스스로 호흡할 수 있게 폐 성숙 주사를 맞았다. 36주까지 병원에 누워 버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이런 상황이 없었는데…?
출산도 하기 전, 모든 상황이 내 예상과 달랐다.
아이가 태어난 그날.
내가 아이와 함께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며 신청했던 ‘모자동실’은 악몽이 됐다. 출산의 고통을 겪은 직후라 내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 상태에서 작디작은 생명체를 봐야 한다니! 혹시 모자동실 취소 가능할까요?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다.
그날 깨달았다.
현실은 많이 다르네
육아 관련서적에서 본 대로 되지 않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조리원 원장님의 권유로 모유수유를 시작했다. 마치 모유수유를 해야 모성애 강한 엄마로 인정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모유수유를 시작하자마자 알게 됐다. 나는 치밀 유방이라는 것을. 수시로 막히는 유선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마사지를 받으러 달려가야 했고, 100일을 겨우 채우고서야 모유에 대한 욕심을 내려놨다.
그렇게 자란 딸은 예민한 기질을 갖고 태어나 항상 모든 것이 나와 함께였다. 어디를 가든지 안아주거나, 업어주거나, 손을 잡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아이처럼 붙어 지냈다. 이 역시도 책에는 기질과 관련된 설명만 간단히 되어있을 뿐 우리 아이와 같은 상황과 설명은 없었다.
2년 뒤 둘째가 찾아왔을 때는 기쁨도 잠시, 하혈을 하면서 유산이 됐다. 첫째를 출산했던 그 병원, 같은 입원실에 다시 누워 이별을 맞이하는 아픔을 겪었다.
여기까지가 줄이고 줄인 출산 후 2년까지의 스토리이다. 둘째는 이 이야기에 아직 등장하지도 않았고, 항상 붙어있던 딸은 이제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항상 떨어지려 하는 양상을 보인다.
지금까지는 내가 목표한 대로, 집중하고 계획했다. 그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은 드물었고, 이룬 것도 꽤 된다. 하지만 육아는 시작하기 전부터 예상한 것과 달랐다. 유치원에 들어가고, 이민을 오면서, 동생이 생기면서 아이의 성격과 기질에 따라 상황은 또 달라졌다.
육아는 인수인계도 없고, 사용설명서도 없고, 적성에 안 맞는다고 그만둘 수도 없다. 경험상 책이나 인터넷에서도 정답을 찾을 수 없다. 정답이 없고,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계속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다. ‘나중에 너 같은 딸 낳아봐라 ‘라는 말도 나와 다른 기질을 가진 아이를 육아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오는 말인 듯하다.
계속 바뀌는 환경 속에서 N극과 S극의 성격을 가진 남매를 키우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해본 일 중 가장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부모로서 사랑과 책임감을 가지고 키워나가야 하기에 나부터 더 큰 그릇이 되고자 인내, 자기 계발, 독서, 경제관리 등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 세상에 설명서에 따른 쉬운 육아는 없으며, 오늘이 우리 아이가 가장 예쁜 날이니 많이 안아주고 사랑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