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지켜야 하더라
어느 날 배가 아파서 병원에 들렀다가 암이 발견되어 1년 정도밖에 못 산다는 말을 들었다면,
당신은 그 1년을 어떻게 사시겠습니까?
인생 살면서 상상하고 싶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는 질문이겠지만 또 비현실적이지도 않은 질문이니 받아들여본다면.
1. 1년 동안 열심히 운동해서 1년을 10년으로 늘려본다.
: 웃자고 한 말이다. 바라는 마음은 크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사실. 이미 암이 발견됐으니 약이나 치료를 통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고, 장기 항암치료에 들어간다면 더 불가능할 것이다. 아마도 ‘미리 운동할걸, 미리 건강검진받아볼걸 ’하고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올지도 모르겠다.
2. 사람들과 신나게 놀며 가진 돈 다 쓰고 간다.
: 어떻게 사느냐는 본인이 결정하는 일이니 맞고, 틀리고를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병에 걸린 것은 이미 결정된 일이고, 바꿀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으니 현실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밝게 지내는 것이 좋겠다. 혹시 모르지 않나? 스트레스 없이 긍정적으로 밝게 지내다 보면 생각보다 오래 살 수도 있을지.
3.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 서서히 정리하고 유언을 남긴다.
: 아. 생각만 해도 슬프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곧 헤어질지 모를 그 사람의 눈을 바라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널 두고 내가 어떻게 가?’, ‘그동안 고마웠어.’, ‘나 너무 무서워.’, ‘사랑해!’ 이 같은 모든 감정과 생각이 복합적으로 섞여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마음을 표현할 한마디가 이 세상에 과연 존재할까? 쉽지 않겠지만 만나서 진솔된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웃으면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다.
유언은 위트 있고, 짧게 적고 싶다. 진심을 전하고 싶은 말을 줄이고 줄여, 진하게 농축된 몇 마디만 남기고 읽는 사람이 울다가도 피식 웃을 수 있게 적어보고 싶다.
4. 어차피 1년밖에 못 살 거 더 아프기 전에 죽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 먼저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단 일주일이 주어진다고 해도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다가 감사한 마음으로 가고 싶다. 아무리 힘들고 포기하고 싶어도 하루만 더, 단 하루만 더 사랑하는 아이들 한번 더 안아주고 갈 거다.
5. 혼자 산으로 숨어 들어가서 살다 간다.
: 혼자 있는 것도 외롭고, 나의 죽음을 아무도 모르는 것도 외롭다. 숨지도 않을 것이고, 내 소식을 듣게 된 사람들에게 모두 건강할 때 건강 지키라고 잔소리하며 지낼 것이다.
혹시나 나에게 1년밖에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남은 1년을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 가며 즐겁게 지내다 간다.’로 예상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슬픈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 전에 내 몸이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40대에 접어들면서 이제 정말 운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목, 허리, 다리가 나에게 알려주고 있다. 뻐근함, 욱신거림 등으로 말이다.
그리고 8월 30일 ‘운동을 하다’ 편에서 발행한 것처럼 멘털이 무너지지 않는 ‘정신 다지기’를 꼭 하고 싶었다. 미생에 나왔던 말처럼 후반에 무너지지 않도록, 대미지를 입은 후 회복이 더디지 않도록,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디지 않도록, 체력 부족으로 포기해 놓고 합리화시키지 않도록 말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두, 세 번 조깅을 하고 들어와 계획했던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침대로 들어가야 하는 이유 수만 가지 변명을 만들어 내지만 운동 루틴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 중이다. 이제 와서 중도 포기해 버리면 다시 시작하기가 더 힘들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3개월이 지난 요즘, 운동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웃고, 목소리가 커진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하루에 2잔씩 마시던 커피는 한 잔으로 줄었다. 그 이상은 조금 더 오래 지속해 봐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매년 조금씩 달라지는 몸을 미리 유지해놓지 않으면 누구나 저 슬픈 상상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