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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Jan 20. 2024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글 책 구해요!


이 낯선 곳에 막 도착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놀이터 가기, 마트 가기, TV 보기 그리고... 책 읽기?


특별한 이벤트 없이 집에서만 지내던 우리는 이곳에서 할 일이 많지 않았고,  집에 있던 책을 반복해서 보다 보니 금방 지루해졌다. 그래서 1년에 1질씩 꺼내보려고 했던 나의 계획과는 달리 새 책들을 일찍 꺼내게 됐다.


와아...‘

아이들의 짧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특별히 재미있지 않고 무료한 일상에 나타난 새 책은 아이들에게도 새로웠나 보다. 하지만 1년이 지났을 무렵, 우리의 새 책 역시 예상보다 짧은 시간에 끝이 났고, 다 읽은 책을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집에 책이 거의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다른 한글 책을 찾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열린 중고 서적 마켓, 한글책은 없다(2022)


뉴질랜드 서점 Whitcoulls. 한글책은 없다


뉴질랜드에서 한글 책 구하기 대 작전


1. 한국에서 배송받기

한국에는 좋은 내용과 품질의 한글 책이 정말 많다. 아이 나이와 좋아하는 분야에 맞게 상담도 상세히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배송비. 부피와 무게에 따라 달라지는 배송비와 뉴질랜드를 오가는 운송 수단은 반비례한다. 일주일이면 도착하는 항공 물류와 달리 해상 물류는 한 달이 조금 넘게 걸리지만, 그래도 무게 때문에 치러야 하는 배송비 절감을 위해 처음 몇 회는 해상 물류로 책을 배송을 받았다.


2. 중고 책 구매하기

한국 교민들이 물건을 사고, 팔고, 구인, 구직 등을 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코리아포스트”가 있다. 책이 아이 연령에 맞지 않아 정리하거나 이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한글 중고 책을 샀다.


하지만 리스트에 올라온 책들 중 우리 아이 연령에 맞는 책을 찾아야 하고, 전집 같은 경우는 몇 권의 낱권이 빠진 경우도 있다. 거리가 멀 경우에는 결국 택배배송을 이용해야 한다.


3. 주변 지인들과 바꿔 읽기

모두가 한글 책을 구하기 어려운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서로 바꿔 읽거나 지인에게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통 또래 아이들이 있는 집끼리 교환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도 가지고 왔던 전집을 친구들에게 주기도 했다.


이런저런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찾고, 발품을 찾아 한글 책을 구해 읽었다. 마음에 쏙 드는 책을 구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은 편이다.


더 큰 문제는 책을 정리할 때 이러한 문제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한인 사이트에 업로드해도 판매가 쉽지 않고,  특히 한국 교민들이 많이 모여사는 노스쇼어 부근이 아니면 거래가 쉽지 않다.


한국에서처럼 책을 제때 교체해 주지 못해서일까,
환경적 영향 때문일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영어 책과 가까워졌고, 비슷하던 한글 수준과는 확연한 레벨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이민 와서 모두 영어를 낯설어하고 있을 때 ‘지금은 영어가 급해 보이지만, 살다 보면 결국 한국어가 급해져.’라고 말했던 지인들의 말이 몸 소 와닿았다.


그렇다고 한글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 한국 가족들로부터 택배를 받을 때 낱권으로 책을 사서 받기도 했고, 온라인을 이용한 리딩앱을 찾아보며 이용하기도 한다.

조급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내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한글을 마라톤처럼 길고, 꾸준하게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간에 놓지 않고, 꾸준히 한글을 익히며 책을 읽어나갈 예정이다. 아이들이 한글 역시 자유롭게 읽고, 쓸 수 있을 때까지.


그래서 우리는 배우고, 경험하고, 상상하기 위해 오늘도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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