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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Jan 03. 2019

뉴욕 한인 사회_
보통 사람들_택시 기사들(5)

한인 택시 기사들 


플러싱 한인 상가 밀집 지역 


뉴욕에 와서 한국처럼 택시 타기는 어렵지만 특별한 경우 이용한다. 택시를 불러 집으로 오는 동안 한인 택시 기사분들에게 뉴욕 삶이 어떤지 물어본다. 택시 기사마다 삶은 약간씩 다르지만 그들 이야기에 따르면 한인 1세 이민자들 삶은 대개 힘들다.


이민을 오는 이유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더 좋은 삶을 위해, 자녀 교육을 위해' 등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이민을 오지만 이민 1세의 현실은 열악하고 삶이 안정이 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린다. 소수 능력 많은 사람들은 예외가 된다. 성공한 사업가도 있고, 월가와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으로 활동한 한인들도 있고,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에도 한인 학생들도 꽤 많고, 메트에서 활동하는 오페라 가수도 있다. 


뉴욕은 빈부차가 하늘과 땅 보다 더 큰 차이가 나는 도시다. 뉴욕에 사는 한인들도 극과 극으로 나뉜 듯 짐작이 된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은 럭셔리한 삶을 살고 반대로 가난한 사람들은 너무너무 힘들게 산다. 우연히 지하철 7호선에서 만난 한인 K의 말에 따르면 "뉴욕은 위를 바라봐도 끝이 없고 아래를 바라봐도 끝이 없어요"라고 표현했다. 


이민 1세에게 무엇보다 언어와 신분 문제가 가장 크고 같은 영어권에서 이민을 오면 훨씬 적응하기 쉽겠지만 한국어와 영어는 전혀 다른 언어라서 대체적으로 한인 1세 이민자들 언어 장벽이 높다고 한다. 9.11 테러 후 미국에 온 유학생들 역시 Social Security Number(한국 같으면 주민 등록 번호) 받기도 힘든 미국. 한국에서 주민등록 번호 없으면 살기 힘들듯이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민자 삶은 여러 면에서 도전을 받는다. 한인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플러싱 중심가에 가면 힘든 이민자들 삶이 그대로 보인다. 마치 상가 간판을 보면 '시간이 멈춘 도시' 같다. 한국 70년대 모습 같아서 처음에 뉴욕에 와서 많이 놀랐다. 


뉴욕에서 만난 택시 기사들 열 분의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한인 커뮤니티 내에서 택시 기사를 해도 삶이 각각 다르다. 택시 기사의 삶을 통해 이민 생활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1. 자녀 교육 위해 이민 온 택시 기사 15년 전 뉴욕에 오다 


뉴욕에 온 지 15년이 지났다고 말한 택시 기사는 자녀 교육을 위해 뉴욕에 왔고 세탁소 등 별별 직업 하다 지금 한인 택시 회사에서 일하고, 부부 모두 일을 하니 외식을 한다고 하며 내게 "장을 많이 보셨네요. 30-40년 전 미국에 이민 온 분들은 그래도 괜찮지만 2001. 9. 11 테러 후로 이민자 규제도 정말 심하고 경기도 안 좋아서 이민 1세 삶이 많이 어렵고 뉴욕 삶이 한국보다 훨씬 더 어려워요."라고 말씀했다. 



2. 46년 미국에 아버지 따라온 기사 '한국으로 가려고 짐 정리 중'


46년 전 아버지 따라 미국에 이민 와서 살게 된 한인 택시 기사 이야기를 하자면 이렇다. 아버지가 미국에 관심이 많아 택시 기사는 15세 미국에 이민을 왔다. 아버지는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나셨고, 기사분 자녀들은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일하고 있으니 이제 기사 부부는 뉴욕 삶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하셨다. 기사 아버지가 오래전 베트남에서 사업을 했다고 해서 많이 놀랐다. 그때 아버지가 미국에 대해 들어서 미국에 이민을 왔다고. 내가 뉴욕에서 만난 택시 기사분 가운데 가장 오래전 뉴욕에 이민 온 분이지만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하니 많이 놀랐다. 그 기사분은 뉴욕 삶이 "그저 그렇지요."라고 하셨다. 거의 반세기 동안 미국에 살다 한국에 돌아간다는 이야기는 상당한 충격이었어. 



3. 서울대 음대 졸( 20년 전 뉴욕에 옴)_ "뉴욕에서 숨만 쉬고 살았어요. 하지만  한국보다 뉴욕이 더 좋아요!"


서울대 음대를 졸업 후 뉴욕에서 한인 택시를 하는 기사는 뉴욕에 온 지 20년이 지났고 한국보다 뉴욕이 더 좋다고 하고. 이유는 간섭하고 귀찮게 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없어서 참 좋다고. 서울대에서 공부할 적 선배가 전화해 술 마시자고 하면 너무 힘들었다고. 기사의 두 자녀들은 대학원을 졸업했고 기사 혼자 돈을 벌어 뉴욕에서 지내니 너무너무 힘들어서 뉴욕에서 20년 사는 동안 "숨만 쉬고 살았어요"라고 표현했다. 뉴욕에서 부부 함께 일하기도 하는데 기사 부인은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아 사주를 보러 가니 "당신 부인이 절대 일할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했다고. 그날은 평소와 달리 장 보고 택시 부른 게 아니라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올 때 보스턴에서 온 딸도 있어서 너무 피곤할 거 같아서 택시를 이용했다. 기사가 서울대 음대를 졸업했다고 하니 우리 가족이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중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기사는 우리 가족에게 "문화생활도 하시네요"라고 했다. 혼자 돈을 벌어 뉴욕에서 생활하기 너무너무 힘들다고. 함께 미국에 온 기사 친구는 부모님이 수 십만 불 도움을 주니 삶이 너무 다르다고 했다. 기사 친구는 뉴욕에 집도 사고 형편이 좋다고. 누가 도움을 준 것과 아닌 차이가 아주 크다고 강조했다. 



4. 뉴욕 택시 기사 20년,  "중국인이 사라져야 해요"라고 말해 


뉴욕에서 20년 택시 기사로 지냈다는 분에게 요즘 경기 어떠냐 물으니 "그저 그렇지요. 중국인이 사라져야 해요",라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중국인이 사라져야 한다고 하니 놀라서 왜 그런지 이유를 물었다. 그 기사분 말씀에 의하면 뉴욕 플러싱 주택 50%가 중국인이 주인이고 렌트비가 비싸니 집을 구입해 작은 공간으로 나눠 세를 주며 수입을 창출한다고. 택시 기사분은 뉴욕은 서민들이 살기 힘든 도시라고 강조하셨지만 많은 말씀을 하고 싶지 않은 눈치라서 계속 묻기는 어려웠다. 해마다 인상되는 렌트비가 서민에게는 너무나 큰 부담이 되고 물가도 2008년 경제 위기 전에 비해 너무나 많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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