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스터 베이 양로원 치매와 알츠하이머 환자들 외

뉴욕 양로원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

by 김지수



롱아일랜드 오이스터 베이 바닷가 석양이 질 때 무척 아름답다.



롱아일랜드 제리코 살던 무렵 일요일 아들과 함께 발런티어 하러 간 오이스터 베이(Oyster Bay) 양로원에 치매와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머물고 있었다. 사립이라 공립보다 시설이 더 좋고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 의료 보험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양로원 체류 비용이 너무너무 많다고 한숨짓더라.


치매와 알츠하이머로 앓아 과거의 기억이 모두 사라진 노인들을 만나 가슴이 아팠다. 그곳에 거주하는 노인들과 함께 운동을, 퍼즐 게임을, 신문 읽기를, 노래 부르기를, 빙고 게임을 했고, 몇몇 자녀들과 얘기도 나누었고, 또한 몇몇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스페인어 교사로 일하다가 퇴직한 자도 있었고, 하이티에서 이민 온 프랑스어를 잘 구사하는 직원도 있었고, 플러슁에서 살다가 아들에 이끌려 이 곳으로 옮겨온 한 노인도 있었다. 과거 학교 교장, 검사, 변호사, 정신과 의사 등 전문직에 종사한 노인들이지만 환자로 변하면 기억이 모두 사라지고 사진을 보며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더라. 함께 노래 부르면 눈물을 짓는 분도 계셨어. <You are my sunshine> 노래가 떠오른다.


날씨가 노인들에게 아주 많은 영향을 미쳐. 날씨 안 좋으면 노인들 태도가 많이 변해 간호사들이 힘들어했지. 롱아일랜드에 살 무렵 집에서 가끔 DVD를 구입해서 영화를 보곤 했지. 공부할 무렵이고 롱아일랜드에서 맨해튼은 가깝지 않아 맨해튼은 너무나 먼 나라. 그때 맨해튼이 뭔지도 몰랐어. 탱고가 흐르는 영화 <여인의 향기> DVD 노인들 보라고 가져갔는데 직원이 돌려주지 않아 지금 내게 없다. 양로원에서 일하다 어느 날 아름다운 바닷가 오이스터 베이에 대해 들었어. 그 후 가끔 석양이 질 무렵 두 자녀와 함께 찾아갔어. 아름다운 롱아일랜드 바닷가 그립구나. 노인들 안부도 궁금하고. 기차를 타고 달려가고 싶어.





아일랜드계 미국인 패트리샤 할머니


대개 아일랜드계 미국인 피부가 정말 하얗다. 패트리샤 할머니도 정말 곱고 예뻤어. 어느 날 할머니랑 런던 여행에 대한 이야기 나누다 이혼했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어. 따님은 변호사, 아드님 한 분은 JP Morgan에 근무하고 다른 한분은 교사라고. 따님 변호사가 자주 찾아와 이야기도 했다. 그분 자녀와 우리 집 자녀와 학년이 비슷했다. 변호사인데 MBA 과정 입학에 필수인 GMAT 시험이 어렵다고 해서 조금 놀랐지. 패트리샤 할머니는 전남편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간직했는데 어느 날 할머니 아드님이 "엄마 다 지난 일이에요. 과거는 과거이고 안 좋은 추억 간직해봐야 엄마만 상처 받고 힘들어요. 다 잊어버리세요."라고 말했다고. 그 순간 할머니는 아드님 했던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 후 전남편에 대한 원망을 하지 않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정말 곱고 예쁜 분인데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줄 몰랐지. 아들과 내게 무척 친절했던 분. 마치 가족 같았다.



양로원 디렉터 K


양로원 디렉터는 정말 열심히 일하고 노래와 춤에 재능이 많아 보였고 꽤 미인이었어. 이혼한 디렉터는 가끔 담배도 피우고 꽤 마른 체형이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따님이 맨해튼에 살고 렌트비가 너무 비싸 친구들 4명이 공동 기거를 한다고. 비싼 맨해튼에 어찌 멋진 방 구하겠니? 하면서 그냥 먹고 자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하셨다. 따님이 의사랑 데이트한다고 디렉터가 좋아하셔 한국과 비슷한 분위기도 느꼈어. 한국에서 의사 남편, 의사 사위 좋아한 사람들 생각나서. 어느 날 우연히 이야기를 하다 그분이 고등학교 졸업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찍 양로원에서 일하기 시작하니 경험을 중시하는 미국 문화에서 그분은 디렉터까지 승진할 수 있었다. 디렉터라서 가끔 약간 권위가 느껴졌는데 내가 그분이 고등학교 졸업이란 사실을 안 후 아들과 나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변해서 놀랐다. 난 학력이 최고라 생각하지도 않고 발런티어 하면서 파워와 권위에 위압감 받고 싶지도 않아. 발런티어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고 봉사 생활하면서까지 스트레스받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



롱아일랜드에서 랍스터 잡아 레스토랑에 파는 L


양로원에서 만난 분 가운데 자주자주 어머님 뵈러 온 아드님. 그분 어머님이 학교에서 교장으로 정년퇴직했다고. 그런데 치매에 걸려 집에서 도저히 모실 수 없어서 양로원에서 지낸다고. 자주자주 찾아오니 함께 이야기하다 그분이 롱아일랜드 바다에서 랍스터 잡아 맨해튼 레스토랑에 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세 척의 배를 갖고 있었지만 어머님 양로원 비용이 퇴직하기 전 들었던 의료 보험으로 충분하지 않아서 배 두척을 팔았다고. 양로원 체류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느꼈어. 양로원에서 지낸 노인들 자녀들도 자주자주 찾아온 분도 있고 아닌 경우도 나뉜다. 랍스터 하면 떠오르는 아드님. 바다에서 막 잡은 신선한 랍스터는 얼마나 맛이 좋을까



P 할머니


오래오래전이라 할머니 이름을 잊어버렸어. 양로원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날 반겨주시던 분. 1주일마다 찾아가니 그동안 뭐 했냐고 안부도 물었지. 그때 뭘 했겠어. 전공 서적 보며 끙끙하며 리포트 제출하고 수업 준비하고 시험 보니 정신없었지. 그 할머니는 내게 양로원에서 돈을 받냐고 자주 물으셨다. 일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분이셨다. 난 돈을 받으려고 발런티어 하러 가지는 않았는데 최소 기름값이라도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빨간색 스웨터를 입던 할머니가 생각나.



전직 검사 할아버지


뉴욕시에서 검사로 활동하다 은퇴한 할아버지는 아주 재미있다. 결혼하지 않고 싱글로 평생 지내며 여러 명 여자 친구랑 행복한 삶 보냈다고 말씀하며 내게 몇 명의 남자 친구가 있냐고 물어. 한 명도 없다고 하면 믿지를 않아 웃었어. "결혼은 왜 하니? 그냥 자유롭게 살다 가고 싶어"라고 말씀하던 할아버지. "데이트할 때 뭐 했어요?"라고 물으면 "영화 보고, 레스토랑 가서 맛있는 음식 먹고 그 후 비밀" 너무너무 재미있는 할아버지. 뉴욕에는 결혼도 안 한 싱글도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혼하고 아내 몰래 남편 몰래 바람피운 것보다 온전한 싱글은 더 멋지게 보인다. 솔직하게 즐기고 싶으면 즐겨라. 인생은 스스로 선택한 거 아니겠어. 지킬과 하이드처럼 낮과 밤이 다른 사람이 문제야 문제.



영화배우 같은 외모의 전직 변호사 할머니


영화배우처럼 미인 할머니가 어느 날 자식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왔어. 알고 보니 전직 변호사 출신. 양로원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할머니는 주장하고 자식들은 도저히 더 이상 집에서 할머니를 모실 수 없다고. 할머니 남편이 사진가였는데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하셨어. 어느 날 할머니는 날 부르더니 "돈을 줄 테니 나 좀 양로원 밖으로 나가게 해 줘"라고 하니 웃고 말았어. 사람이 직업은 못 속이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변호사 할머니는 뇌물도 많이 받으셨을까. 나이 들어도 외모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미인인데 놀랍게 영어 단어는 다 잊어버린 상태라 놀라웠다. 전직 변호사든 검사든 다 필요 없어. 환자로 변하니 학문적인 지식은 다 잊어버리고 과거 행복했던 기억만 지니고 있더라.


로즈 할머니


로즈 이름처럼 너무너무 곱고 예쁜 할머니. 초롱초롱한 눈동자도 기억나. 아들과 내게 무척 친절하셨던 할머니. 할머니 기억력도 좋지만 거동이 힘들어 양로원에서 지낸 거라 짐작했고 함께 색칠하기, 노래 부르기 등을 했지만 할머니 개인사에 대해 물은 적은 없어. 장미꽃처럼 예쁜 할머니.


전직 정신과 의사 마틴 할아버지


신사 할아버지라서 아들과 내가 펭귄이라고 별명을 지었다. 오늘 펭귄 할아버지 어땠어?라고 아들에게 가끔 물었어. 그 할아버지가 정신과 의사였다는 것은 어느 날 할아버지 생일잔치에 가족들이 찾아와 이야기하다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 건강이 더 좋았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했을 텐데 함께 게임 등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다른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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