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바이올리니스트 안부
9월 6일 금요일
금요일 아침 하늘은 흐리고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렸다. 어느새 실내 기온이 뚝 떨어져 난방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찾아와 핫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할 무렵 토론토에서 사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안부를 남겼다. 맨해튼에 가서 보물을 많이 캤냐고 물어서 웃었다. 보물을 캐기는커녕 흐린 하늘만 보면서 이 생각 저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가 새로 바이올린 스튜디오를 오픈했는데 1달 동안 집 구하느라 죽을 고생을 했다며 대학에 입학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라고 하니 토론토 대학에 근무하는 그녀의 친구가 낄낄거리고 웃었다고. 토론토 대학 입학이 그리 쉽겠나. 그만큼 토론토에서 집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이겠다. 1-2년 후에는 집을 사려고 마음먹은 계기가 되었다고 하니 좋은 소식이다. 주위 사람의 행복한 소식을 들으면 언제나 기쁘기만 하다.
그녀가 작년 8월 오케스트라 오디션 보느라 죽을 고생을 했는데 혼자의 힘으로 스튜디오를 오픈해 가슴 뿌듯한 일이니 축하한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토론토에 사는 교포랑 결혼해 신분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되었지만 두 자녀 출산으로 프로 음악가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집에서 자녀 양육에만 힘쓰다가 늦게 커리어를 시작한 경우다. 작년 오디션 볼 때 얼마나 떨렸을까. 그런데 1년 후 혼자의 힘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니 가슴 벅찬 일이다. 기억에 그녀가 캐나다에 산지는 20년 정도? 된 거 같다.
학교에도 근무하고 오케스트라 단원 활동도 하면서 개인 레슨도 하면서 집안일하면서 두 자녀 양육하니 프로 음악가의 길이 얼마나 어려울까. 전업 주부가 하루 종일 집에서 살림만 해도 힘들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토론토에 이민자들이 늘어나 은행 모기지 대출 승인이 20배 이상 까다로워졌다고 하니 토론토 역시 이민자들이 살기 힘든 도시라고. 이민자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아파트 수요와 공급 균형이 깨져 갈수록 렌트비가 치솟고. 캐나다 역시 세금, 인터넷 사용료, 전기세 등이 한국보다 더 비싸고. 토론토 역시 홈리스들도 너무 많고 식품비도 비싸서 장보기도 고민이 된다고. 언어 장벽이 높은 이민자들 직장 구하기는 하늘에서 별따기.
캐나다에 이민 가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고 싶지만 이민자의 현실은 녹록지 않아서 소수를 제외하고 힘든 노동에 죽을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나마 영주권이 있다면 그래도 버틸 만 한데 영주권이 없는 경우가 큰 문제다. 영주권을 미끼로 노동 착취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는 세상. 조금만 더 일하면 영주권 준다고 하니 하루 10시간 이상 고된 노동을 한 경우도 많다고. 그래서 병든 사람도 많다고. 병원에 가면 의사가 환자 상태를 보고 이민자구나 짐작을 한다고. 힘든 육체노동할 경우 생긴 병은 의사도 바로 알아챈다고. 토론토는 사회주의 시스템이라 미국보다 의료비가 저렴하지만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기다리다 저절로 낫는 경우도 있고 죽는 경우도 있다는 말도 들었다.
수년 전 뉴욕 퀸즈 아스토리아에 축제를 보러 가서 우연히 토론토에서 온 아가씨를 만나 이야기를 했다. 그 무렵 그녀가 뉴욕에 온 지 6개월 정도 되었다고 해서 토론토 렌트비는 어떤지 물었는데 중심지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언니가 살고 있는데 전망 좋은 바닷가가 보이는 2 베드룸 렌트비는 약 1300불. 그때 그녀가 살고 있는 아스토리아 2 베드룸 렌트비는 2200불. 뉴욕 렌트비가 너무 비싸 4명이서 산다고 말했다.
그녀도 뉴욕 렌트비가 살인적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몇 년 사이 토론토 렌트비가 많이 인상되었나 봐. 이민을 가려면 살아있는 정보를 구해야 한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민 가서 성공한 이야기 듣고 이민 준비하려는 사람은 예기치 못한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이민자들도 최소 영주권 있고 특별한 재능과 기술이 있는 경우라면 보통 이민자들과 달리 잘 사는 경우도 있다. 언어 장벽도 높고 영주권도 없고 특별한 능력이 없는 경우는 지옥을 만날 수도 있다.
이민은 카지노에 가서 잭팟을 터뜨린 게 아니다. 도박을 해서 평생 먹을 재산을 구하기도 어렵지만 소수 성공한 이민자도 있는데 이민을 가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민 생활 적응력은 개인차가 너무 크고 이민자 모두 소설책 10권을 쓸 정도로 할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뉴욕도 해마다 렌트비가 인상되니 서민들은 죽을 맛이다. 맨해튼에서 지하철을 타면 약 15분 걸리는 롱아일랜드 시티에 아마존이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맨해튼과 아주 가깝지만 롱아일랜드 시티와 맨해튼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래도 10년 전에 비해 아파트 빌딩이 하늘 높이 치솟고 있다. 아파트 빌딩과 빌딩이 너무 가까워 채광도 안 좋고 지하철역이 가까워 소란하지만 새로운 아파트는 수 십 년 전에 완공된 낡은 아파트보다 시설이 훨씬 더 좋아 매력적일 것이나 렌트비는 엄청 비싸다.
서민들에게 삶은 지구촌 어디나 전쟁 중이다. 더 좋은 삶을 위해 이민을 가지만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멀리서 보면 외국의 삶은 아름다운데 현실은 다르다. 물론 생활이 안정된 사람도 있다. 생활 전쟁터에 뛰어들지 않고도 편히 지내는 소수도 있다. 온실 속에서 지낸 사람들은 삶이 얼마나 전쟁터인 줄 모른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남들과 경쟁을 해야지만 피부로 가까이 느낀다.
한국에서 지낼 적 영어 학원에 다닐 무렵 만난 영어 강사는 대부분 캐나다 출신이었다. 캐나다에서 좋은 직장 구하기 힘드니 많이들 한국에 와서 영어 강사를 했다. 한국에 있는 영어 학원과 계약할 때 왕복 항공권과 잠들 곳을 제공하는데 숙소 시설이 열악해도 어쩔 수 없이 한국에 머문다고 들었다. 당시 영어 회화 한 달 수강료가 1인 5-6만 원. 영어 수업을 받는 숫자도 10명을 채 넘지 않았다. 그러니 영어 강사가 받은 수입이 얼마나 되었겠는가. 캐나다로 돌아가도 직업 구하기 힘드니 한국에서 지낸 사람들이 많았다.
캐나다에서 영어 전공을 했던 사람이 구직이 힘든 세상이니 언어 장벽이 높은 이민자들에게는 취직이 얼마나 하늘 높을까.
그러니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토론토에도 식당이 많아서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민자들은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고 레스토랑 운영도 많이 한다. 갈수록 바쁜 현대인들은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한 사람도 많다.
캐나다는 봄과 가을이 아주 짧고 여름은 덥고 습하며 겨울은 상당히 길고 춥다고 하얀 눈이 징글징글 많이 내리는 캐나다에 살면 멀리서 보던 낭만적인 풍경이 지옥이 된다는 글도 읽었다. 그 강사도 겨울이면 스키를 타고 움직인다고. 캐나다에서 인기 많은 곳은 밴쿠버, 토론토와 몬트리올. 세 곳 모두 렌트비가 비싸서 서민들이 살기 힘들고 렌트비가 너무 비싸니 젊은이들도 대학 졸업 후 부모랑 함께 사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과거는 대학 졸업 후 독립하는 추세였는데 작은 급여받아 생활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토론토에 한인 이민자들도 꽤 많이 산다고 오래전 들었다. 뉴욕에 와서 처음 만난 아들 바이올린 선생님 부모님도 토론토에 살고 계셨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다 정리하고 영주권을 받아 캐나다에 정착하셨다. 뉴욕에서 차를 타고 달리면 약 10시간 거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