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월요일
가을 햇살이 눈부신 월요일 늦은 오후 외출을 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가을 햇살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가을 햇살 타고 저 멀리 날아가고 싶었다. 마음이야 어디를 못 가겠는가. 플러싱에서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는데 잠이 쏟아졌다. 컨디션이 매일매일 다르다.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보면 세상 근심이 사라지고 하늘로 날아갈듯한 에너지가 솟는데 공연이 막이 내리면 현실로 돌아온다. 참 이상하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카네기 홀이 마법의 성일까.
오랜만에 북 카페에 가려다 미드타운 지하철역에서 내렸다. 아지트에 가서 핫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잠시 휴식을 하니 크리스티 경매장과 소더비 경매장에 가려던 게 기억이 났다. 그러나 소더비에 갈 에너지는 없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지난여름인가 만났던 코미디언과 미술 평론가를 만나 눈으로 인사를 했다. 인연일까. 그들을 처음 만날 때 내가 책을 읽고 있었는데 책 제목을 보고 말을 걸었던 미술 평론가. "책이 어렵지 않아요?"라고 물었는데 쉬운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었다. 뉴욕 문화가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음악과 미술 등 취향이 비슷하면 쉽게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한다.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여행도 좋아한다.
지하철을 타고 크리스티 경매장에 갔다. 썰렁한 분위기였다. 과거 미남 바리스타가 만들어 준 라테와 카푸치노 커피 마시며 작품 감상했는데 지난 일이 되어버렸다. 아, 옛날이여! 돌아보면 더 좋았던 날도 있고 슬픈 날도 있다. 초콜릿색 가죽 소파에 앉아 카푸치노 한 잔과 비스코티 먹으며 휴식을 하다 갤러리에서 귀족들이 구매하는 작품 감상하는 재미도 좋았지. 요즘 바리스타가 사라져 갤러리는 점점 더 썰렁한 분위기다. 천천히 갤러리를 둘러보았다. 경매장에서 그림을 구매할 형편은 안 되지만 세상 구경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는 곳. 고갱, 샤갈, 앤디 워홀 등의 그림을 보았다.
갤러리에서 나와 록펠러 센터를 지났다. 시월인데 벌써 아이스링크를 개방했다. 참 좋은 세상이다. 하얀 겨울도 아닌데 스케이트를 타고 있으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받은 김연아 선수도 생각났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정말 꿈을 이룬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채널 가든에는 가을빛으로 물든 호박들이 많았다. 호박도 멋진 작품처럼 예쁘기만 하는 계절이다.
록펠러 맞은편 성당에 가서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하고 5번가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오랜만에 방문했다. 북 카페는 손님이 많아서 복잡하고 어렵게 찾은 빈자리에 앉아 잠시 책을 펴고 읽었다. 책을 펴면 갤러리에 가면 맨해튼에 가면 언제나 새로운 세상으로 날 인도한다. 감기가 다시 찾아왔을까. 닭 한 마리 끓여 먹을까. 아름다운 시월인데 왜 힘이 없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