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데니스 마추예프 공연 감상

비 오는 날 카네기 홀에서 아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고

by 김지수

10월 20일 일요일


하늘은 흐리고 늦은 오후 비가 내렸다. 뉴욕 오픈 하우스 축제가 열린 마지막 날. 플러싱에서 맨해튼에 가는 7호선 지하철은 정상적으로 운행을 안 하니 상당히 피곤했다. 사람들이 질서를 지키면 더 좋은데 새치기를 하면 마치 전쟁터 같기도 하다.


일요일 오후 2시 카네기 홀에서 데니스 마추예프 피아노 공연이 열렸다. 러시아 음악가 집안에서 탄생한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 카네기 홀에서 러시아 음악가들이 연주를 하면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온다. 몸이 아주 불편해도 공연을 보러 온 노인들을 보면 놀랍다. 한국과 문화가 다른 뉴욕. 비 오는 날에도 우산을 쓰고 공연을 보러 온 노인들이 많았다. 아들은 훗날 돈을 많이 벌면 카네기 홀 바로 옆 지하철역에 노인들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연세든 노인들이 지팡이를 들고 계단을 천천히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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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홀 데니스 마추예프 공연



미리 구입한 티켓을 들고 카네기 홀에 가서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 발코니 좌석에 앉았다. 붉은색 상의를 입은 직원과도 인사를 했다. 리스트,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곡을 연주했다. 앙코르 곡도 4곡이나 연주를 했다. 세상은 복잡하고 삶 역시 복잡하지만 카네기 홀에서 잠시 공연을 보는 순간은 다 잊어버리고 음악에 몰입한다. 잠깐 피아니스트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선율에 내 영혼은 춤을 추웠다. 스트라빈스키 곡 연주가 무척 예뻤다. 앙코르곡은 더 감미로웠다. 군인 아저씨처럼 빨리 걷는 마추예프 사진을 찍기는 어려웠다. 걸음걸이가 왜 그리 빨라졌지. 두 번이나 꽃다발도 받은 마추예프 얼마나 행복했을까. 카네기 홀에 가면 자주 만난 중국인 시니어와 수잔 할머니 등은 만나지 못했다. 대신 은퇴한 변호사와 도서관에서 일하는 제프를 멀리서 보았다.


마추예프 공연을 보기 전 오픈 하우스 축제를 보러 갈까 하다 플러싱 지하철이 정상적으로 운행을 안 하니 그냥 포기하고 아들과 함께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플러싱 삼원각에 가서 탕수육을 주문했다.


플러싱 삼원각

가끔씩 아들과 함께 방문하곤 하는데 정말 내게는 오랜만이었다. 적어도 6개월 정도는 흐른 거 같다. 물가가 인상되었는지 주문한 탕수육 양은 많이 줄었다. 식탁 위에 노란 단무지, 김치, 양파와 짜장 소스가 놓여 있었다. 비 오는 날 탕수육은 맛이 더 좋았다. 일요일 저녁 식사 시간 삼원각에 가족 손님들이 많아 보였다. 식당에 한국 가요가 흐르니 마치 한국에 돌아간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내가 어린 시절 탕수육은 아주 귀한 음식이었는데 지금은 그 시절과 다르다. 둘이서 탕수육 한 접시 주문하고 공깃밥 주문해서 먹으면 삼원각에서는 가장 저렴한 식사에 속한다. 먹고 싶은 메뉴 골라 먹으면 나중 계산할 때 마음 무거우니 주로 저렴한 메뉴를 골라서 먹는다. 팁과 세금이 없다면 식사비가 덜 부담될 텐데 뉴욕은 팁과 세금이 무섭기만 하다. 팁으로 먹고사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고 한다.


아들은 얼마 전 친구랑 함께 런치 먹으러 갔는데 하필 그날 친구가 지갑에 돈이 없었는지 팁을 작게 주었다고. 아들 친구랑 함께 식사를 했지만 각자 계산을 하고 친구가 팁을 작게 주는 것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다고. 탕수육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지난번 만난 직원이 식당에 있다고 하니 아들 친구 대신에 팁을 주웠다.


뉴욕에 와서 가난한 이민자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팁으로 먹고사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 가난한 사람들을 서럽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좋은 날만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번 7호선에서 만난 에콰도르에서 온 거리 음악가에게 하루 수입이 어떠냐고 물으니 그날그날 다르다고. 20불을 받으면 축복 같다고 표현했다. 식당 직원도 팁을 작게 받는 날도 더 많이 받는 날도 있을 거다. 이런 날 저런 날도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는 것도 참 중요하다.


아들이 건네준 팁을 받은 직원 얼굴에 장밋빛 미소가 감돌았다. 그녀의 미소를 보고 식당을 나와 우산을 쓰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장미꽃과 국화꽃 향기도 맡았다.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니 저녁 시간이 여유로웠다. 저녁 시간에는 책을 읽었다.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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