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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Jan 07. 2018

뉴요커의 책사랑 그리고 나


세상은 변하고 있다. 작은 수첩 같은 컴퓨터를 언젠가 모두 손에 지니게 될 거라 책에서 읽었지만 실제로 그런 세상이 도래했다.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많은 사람들은 세상의 빠른 변화에 발맞춰 가기도 힘들어한다. 2016년 3월 조선일보 기사에 의하면 한국인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이 6분이라고 나왔다. 2014년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10분 이상 책을 읽는 사람도 전체의 10%라고.


뉴요커들은 책을 사랑하고 많이 읽는다. 북 카페에 가면 남녀노소 모두 책을 읽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다양한 책과 잡지를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읽고, 심지어 백발 노인도 돋보기로 책을 읽고, 맨해튼 부촌 어퍼 이스트사이드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가면 수업이 끝난 자녀를 북 카페에 데리고 와서 함께 숙제도 하고 책을 읽는 젊은 엄마 아빠를 자주 볼 수 있다. 뉴요커들은 정말 바쁘다고 한다. 그럼에도 책을 많이 읽는다. 


다양한 책과 잡지를 보면 한국과 출판 시장이 많이 다름을 느낀다. 뉴욕도 과거에 더 많은 서점이 있었고 점점 서점이 문을 닫는 있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책을 사랑하고 북 카페에서도 작가 이벤트가 많이 열린다. 그 외 뉴욕 공립 도서관, 니콜라스 뢰리히 뮤지엄, 뉴욕대, 뉴 스쿨과 콜롬비아 대학과 브라이언트 파크 등에서도 작가 이벤트와 시행사가 열린다.



브루클린 북 페스티벌


 매년 가을에 브루클린에서도  Brooklyn Book Festival이 열리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축제를 보곤 한다. 다양한 작가 이벤트도 열고 시 낭송을 들으며 요가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인기 많은 작가와 대담이 열리는 강의실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방문자가 많이 찾아온다. 매년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7월 말 무렵 시 축제도 열린다. 초록 풀밭에 앉아 시낭송을 들으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간다.


또한 뉴욕 공립 도서관에서 시 창작 강의도 열리고 새해 첫날 이스트 빌리지에서 'The Poetry Project Annual New Year's Day Marathon Reading' 행사가 열리고 첫날 오후 3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2시에 막을 내린다. 시 낭송을 하고 중간중간 공연도 하고 그런다. 유료 행사이지만 꽤 많은 뉴욕 시민들이 참가를 하고 수년 전 새해 첫날 아무것도 모르고 방문했다 뉴요커 정열에 너무 놀라서 일찍 자리를 뜬 적도 있다. 


그 외 월가 브룩필드 플레이스 근처에  Poet House가 있고 역시 다양한 이벤트를 연다. 또한 이스트 빌리지 Nuyorican Poets Cafe와 KGB 바, Bowery Poetry Club에서 다양한 문학 행사가 열린다. 뉴욕은 문학을 사랑하는 도시다. 


수많은 뉴요커 작가들이 있고 마크 트웨인, 오헨리, 허만 멜빌, 에드가 앨런 포, 헨리 제임스, 이디스 워튼, F. 스콧 피츠제럴드, 월 휘트먼, 위싱턴 어빙 등이다. 



사진 왼쪽 2017년 브루클린 북 페스티벌 시낭송을 들으며 요가를 하고 있다/오른쪽 거버너스 아일랜드 시 축제


한국에서 책을 읽지 않은 이유가 많을 것이다. 입시 위주 사회에서 어릴 적부터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고, 취업 준비하느라 바빠서,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몰라서, 책에 대한 흥미가 없어서, 책값이 비싸서, 책을 읽으려면 집중해야 하는데 피곤해서 등등 수많은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2016년 7월 연합 뉴스에 따르면  책을 읽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세상이 변하고 영상 매체도 정말 발달되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다. 젊은 층은 게임을 하는데 정신을 몰두한다. 스트레스 풀기도 게임만큼 좋은 게 없다고 한다.


이건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다. 줄리아드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 역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니 한정된 공간 안에서 밤늦게 언제든지 친구랑 할 수 있는 게임은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대회 준비를 하거나 레슨 받는 것은 스트레스를 동반하고 어딘가에서 풀어야 하는 모양이다. 술을 마시러 가면 돈도 많이 드니 게임이 좋은 면도 있다고. 

뉴욕의 경우 북 카페가 발달해 더 많은 책을 읽을지도 모른다. 도서관에 가서도 책을 읽는 뉴요커도 있고 미드타운 브라이언트 파크에 가면 뉴욕 타임지와 월스트리트 저널과 소설책 등을 읽을 수 있도록 문화 여건이 좋기도 하다. 


뉴욕에서는 책을 읽으려고 마음먹으면 언제든 달려가 읽을 수 있다. 책값이 부담스럽다면 북 카페에 가서 무료로 책을 읽을 테고 뉴요커가 사랑하는 스트랜드에 가면 값이 저렴한 중고책을 마음껏 구입해서 읽을 수 있어서 더욱 그런지도 몰라. 커피 한 잔 값 보다 더 저렴한 헌책도 많이 있으니. 비록 헌책일지라도 아주 깨끗한 책도 있고 귀한 서적도 있다. 큰 바구니에 헌책을 담으며 미소 짓는 뉴요커들도 스트랜드에 가면 종종 본다.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카페(3층)


내 생각에는 습관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책 읽는 습관을 가진다면 늘 책을 읽으려 노력할 것이다. 좋은 습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난 책을 사랑하고 책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어릴 적 공무원이던 아버지가 자주 옮겨 다녔고 자주 전학을 갔다. 전학을 가면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야 하고 혼자서 지낸 경우 늘 책을 읽곤 했다. 집에 책이 없으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아서 읽곤 했다. 


책을 자주 읽으니 책은 공기처럼 없으면 안 되는 것이고 가진 것 없는 뉴욕 생활공간에도 책은 아주 많다. 예전 한국에서 지낼 적도 책은 세상을 열어가는 통로였다. 내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귀한 것을 책을 통해서 발견했고 낯선 세상을 하나씩 알아가면 재미있었다. 


대학 시절에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받으면 맨 먼저 책과 음악 시디를 구입했다. 저렴한 삼중당 문고판도 구입했고 그 외 다른 서적도 틈틈이 구입해 읽으며 나의 꿈을 만들어 갔다. 내가 원하는 세상을 책에서 발견했고 난 꿈을 꾸며 살았다.


결혼을 해서도 마찬가지. 두 자녀 양육하기 위해 사직서 제출하고 집에서 지내니 책은 읽을 수 있었다. 두 자녀 어릴 적 외출도 힘드니 서점에 가서 책 몇 권씩 구입해 모았다. 나중 60평이 넘는 아파트 가장 큰 방을 서재로 사용했고 사방 벽면에 책으로 가득 쌓여 있었다. 


그런 서재를 갖고 싶다는 것은 어릴 적 꿈이었고 난 그 꿈을 만들어 갔다. 책을 읽으며 지금 뉴욕 같은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도시가 그리웠고 혼자 꿈을 꾸며 그런 세상을 찾고자 했고 대학을 졸업한 지 수 십 년의 세월이 지나 대학 시절 꿈꾸던 도시에 살고 있다. 


현대사회에 사는 우리는 늘 불안하고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에 봉착한다. 대학에서 공부할 때까지 삶은 비슷비슷하지만 대학을 졸업하면 삶이 많이 달라진다.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의 슬픈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복잡한 현대 사회에 사는 우리는 늘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생각하는 데서 온다. 책을 읽으면 생각하는 힘이 생긴다. 


난 책은 '현재를 미래로 연결하는 다리'라 생각한다. 미래가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책을 읽으며 꿈을 꾸며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다 보면 어느 날 우리도 모르게 꿈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 나의 어릴 적 꿈은 이미 상당 부분 이뤄진 것도 많다. 


수많은 천재 작가들도 책을 사랑하고 세상의 부자 빌 게이츠 역시 책을 사랑한다고. 하버드대학이 빌 게이츠의 꿈을 이룬 게 아니라 동네 도서관이 그의 꿈을 이뤄갔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또한 빌 게이츠 집에 아주 큰 도서관이 있다고.


오래전 줄리아드 학교에서 천재 클래식 기타리스트 변보경 연주를 봤다. 그날 그녀는 "꿈은 항상 달콤하지 않아요."라고 했다. 곧 평창 동계 올림픽 대회가 열린다. 동계 올림픽을 위해 김연아 선수가 많은 노력을 한다고 들었다. 올림픽 금메달을 받은 김연아가 그냥 쉽게 꿈을 이뤘을까.


젊은이여! 책을 사랑해라. 책은 꿈을 만들어 준다. 눈부신 미래를 열어주는 다리라고 난 믿는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듯이 꿈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부단히 노력을 해라. 스스로 최선을 다해서 꿈을 만들어 가라. 아름다운 미래는 그대 손안에 달려있다. 책을 읽고 꿈을 꾸고 최선을 다해서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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