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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려도 다시 나에게로

by 몌별

지난주, 나는 먼 길을 달려 타기관으로 전보된 교장 선생님을 만나뵈러 갔다. 오랜만에 뵙는 선생님들은 반가운 얼굴로 근황을 물으셨고, 나는 천천히 그 대화의 흐름에 몸을 실었다. 그러다 교장선생님께서 내 건강을 물으셨다. 웃으며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했지만, 질문은 또다시 두 번, 세 번 반복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말은 예상 밖이었다.



“선생님은 건강하지 못해서… 승진이고 뭐고, 정년 퇴직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죠.”




그 순간, 나는 내가 어떤 존재로 비춰지고 있는지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 말은 부드럽게 놓인 듯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오래도록 울렸다. 내가 무엇을 해왔는지, 어떤 교사로 살아왔는지 내가 쌓아온 시간보다는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한 줄로 나를 정리해버리는 시선. 고마움을 담아 찾아갔던 발걸음은, 돌아오는 길에 묘하게 무거워졌다. 고마움을 기대하며 찾아간 길에서 듣게 된 것은 감사가 아니라 나의 한계에 대한 타인의 단정때문일지도.





멀리 돌아오는 길에서 그 말들이 마음 안쪽에 계속 맴돌았다.

마치 손 닿지 않는 곳에서 울리는 잔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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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나에 대한 비난이 많고 그 밖에도 온갖 소음이 많다.
거기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나는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만 한다.
그리고 또 내가 이런 편안한 마음을 먹을 수 있는 공간에 스스로를 데려다 놓으려고 노력한다.
시애틀 시호크스 팀의 타일러 로켓의 말, <도시인의 월든>, 박혜윤




맞다. 결국 나를 나답게 지켜내는 힘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나가는 마음가짐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오래 미뤄둔 옷장 정리와 책 정리를 시작했다.

바지 한 벌을 개고, 책 한 권의 먼지를 털어내는 단순한 동작들 속에서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누군가의 말이 남긴 흔들림을 손끝의 질서로 덮어가는 시간이었다.

누군가의 말에 뒤흔들리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동시에 다시 나를 중심에 두려는 마음이 조용히 피어올랐다.


건강은 누가 규정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지금 분명히 더 좋아지고 있고, 작년의 나보다 올해의 내가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타인의 시선이 내 미래를 결정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소음이 많고, 그 소음은 때로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려온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마음을 다시 고요한 자리로 데려다 놓을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나만의 월든이 아닐까?




오늘 나는,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을 천천히 걸어왔다.

@지혜롭게, 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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