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 산 도전을 마친 뒤에는
당분간은 ‘도전’보다는
그냥 가볍게 산을 찾고 싶었다.
큰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걷고 싶은 시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설악산… 나도 가볼 수 있을까?”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마음을 크게 흔드는 감정도 아니었고
각오를 새롭게 다진 것도 아니었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친 한 생각이었다.
설악산 제로포인트는
동해의 해안에서 출발해
설악동을 지나
대청봉까지 이어지는 긴 코스다.
한라산이나 서울 5 산과 비교하면
거리도 길고 난이도도 더 높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겁이 나기보다는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한라산을 시작할 때처럼
크게 의미를 두지 않은,
그냥 “해보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이었다.
2024년의 나는
2022년의 나와 여러모로 다르긴 했지만
그렇다고 도전을 피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나이가 더 들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핑계가 되지 않았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였기 때문이다.
설악산을 준비하면서도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장비를 새로 사거나
훈련을 따로 하진 않았다.
그저
“보고 싶으니까 가보자”
그 정도였다.
그리고 그렇게,
2024년 10월.
나는 다시 배낭을 메고 설악으로 향했다.
도전의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하지만
그 조용한 마음 하나가
그날의 모든 걸음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