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과 불아니 많은 달이었다!
책은 아니고 올해 젊은 작가상에 수록된 강화길의 단편 소설. 결혼 후 처음으로 시댁 제사에 참석하게된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주인공은 평소 남편에게 전해 듣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시댁 식구들의 모습에 당황하기를 거듭한다. 처음에 주인공은 남편이 왜 가족에 대해 거짓으로 말했는지 생각하느라 마음이 복잡해지는데 이내 남편은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한다. '너... 그냥 아무것도 몰랐구나?'
남편은 과거에도 몰랐고 앞으로도 영영 모를 것이다. 사실 고모는 그를 아주 싫어한다는 사실을. 제사상에 오르는 토마토요리를 할머니가 먹지 않는 이유를. 사촌여동생은 제사에 불참하는 이유가 바빠서가 아니라는 것을. "네가 아니면 누가 나를 이해하겠니"라는 말의 의미를.
(유감스럽게도) 나도, 음복의 주인공도 단박에 알아차리는 것들을 누군가는 기어이~ 기어이~~ 알아채지 못하고 순진무구한 미소만을 유지하며 살아갈 것이다. 가끔 서로의 몸에 각인된 경험들이 너무 달라서, 그래서 체화된 것들이 너무도 달라서 느끼는 차이와 간극들이 떠올랐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부러웠고,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했다. 그래도 그덕에 나와 똑같이 눈치채는 사람을 눈치채기도 한다.
또 누군가들에게는 어떤 영역에 있어서는, 나도 너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사는 사람이겠지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케이 구글! 새소년 노래 틀어줘!"라고 외친후 나오는 노래들 중에 유독 귀에 꽂힌 노래였다. 무한 반복해서 들었다.. ㅠㅠ
한남동에 있는 호주식 브런치 가게. 에그 베네딕트를 와플위에 올려주는데 정말 맛있었다ㅠㅠ 디저트도 맛있었다!
팩피의 고수 파스타는 진짜 어디가서도 못먹어봤던 맛이었다. 정말 파스타 맛집.. 오픈전 30분 정도 기다렸는데 기다릴 가치가 있는 맛이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거의 보지 않아서 대신 집에서 넷플릭스, 왓챠 콘텐츠를 많이 봤다.
브루클린 나인나인. 딱 밥친구 콘텐츠. 모팸과 비슷한 개그코드. 건조한 개그..라고 해야하나..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난 늘 웃겨죽는 개그코드다. 한 편당 20분정도의 러닝타임도 좋았다. 그러고보니 난 소설도 장편보단 단편집이 좋다. 웹툰도 옴니버스 웹툰이 좋다. 부담없이 골라볼 수 있고 스토리를 열심히 팔로우해내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를 좋아하는 것 같다. 한 두편 놓치더라도 괜찮은 그 느낌이 좋다. 난 뭐든 이런 틈이 있는게 심적으로 편하다..(삼천포)
이어스 앤 이어스. 블랙미러가 꽤 먼 미래에 대해 말한다면 이어스 앤 이어스는 조금더 근거리의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다. 7G정도를 쓰는 미래랄까.. 잘 만들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거나 한 시대가 지나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때 늘 나오는 브금이 있는데 그 브금만 나오면 "아 또 뭔데ㅠㅠ!!!ㅋㅋㅋ" 하면서 긴장하며 봤다.
꼽아둔 꽃 보는게 아침마다 기분이 좋아서 종종 한 단 사서 보고있다. 마침 코로나의 여파로 화훼농가도 큰 타격을 받았다기에 좋은 마음으로 산다. 이 주황꽃은 거베라 라는 꽃이다.
어떨 때는 박나래처럼 살면서 어떨 때는 기안84처럼 사는 구석이 있다. 1학년때는 반년이 넘게 바닥 생활을 했다. 정말 얇은 요하나 깔고 이불 덮고 잤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여기저기 배겼을텐데 어찌.. 그리고 왜..? 그렇게 잤는지 모르겠다;; 그냥 내가 이렇게 오래 자취를 할 줄 상상을 못 한 것 같다. 그러다 이사를 가면서 매트리스를 장만했다.
그거 살 때도 뭐 대충 폭신거리기만 하면 바닥보단 낫지 하는 생각에 싼 걸 샀다. 그걸 5년정도 쓰니까 점점 문제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러다 '자는 시간이 얼마나 긴데.. 치약은 비슷한 논리로 맨날 깐깐하게 사면서 왜 척추는 외면하고 치아만 편애하고 산거야..' 하면서 새 매트리스를 살 결심을 했다. 좋은 매트리스는 정말 몇백만원씩도 하던데 당연히 그럴 구매력은 없고, 여러 커뮤니티를 거꾸로 강을 거슬러~~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 처럼~~ 미친듯이 거슬러 올라가며 써칭하다보니 적정한 매트리스를 찾았다. 베스트 슬립 매트리스가 적당한 가격에 성능이 괜찮아보여서 며칠 후에 쇼룸가서 누워보고 카드 슬래시!
돌아오는 길에 호랑이 커피에서 라떼먹고 그 옆집 까눌레 먹었다. 녹차 까눌레 먹다가 입에 엄청 묻어서 세상에서 제일 추잡하지만 맛있어하는 사람처럼 먹었다. 맛있었음.
새언니가 아팠다. 둘째 아이 출산을 하다가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겼다. 우리 가족은 모두 피가 마르는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과거형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정말 기적적으로 이제 언니가 괜찮아졌기 때문이고, 며칠전 퇴원했다. 계속 수혈이 필요해서 도움을 청했을때 선뜻 도와준 지인들, 얼굴도 모르는데 정말 많은 헌혈증 보내주신 분들, 헌혈증 대신 받아줄 주소 빌려준 전 직장 크랩팀. 정말 큰 도움 받고 사는구나 새삼 생각했다. 되도록 늘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싶다.
언니는 6일동안 의식이 없었다. 코로나때문에 어린이집도 가지 않는 첫째 아이를 봐줄 사람이 마땅치 없어서 주말간 아이를 봐주러 오빠네로 갔다. 늘 느끼지만 육아란 정말 전쟁과도 싶다. 쫓아다니면서 밥 먹이고, 씻기고, 양치시키고, 배변을 도와주고, 몸으로 놀아주고, 재우고.
그래도 겨우 주말간 돌봐줬다고 "고모"에서 "사랑하는 우리 유임이 고모"로 호칭이 바뀌었다. 승진한 느낌이 이런걸까?;; 이제 말을 너무 잘해서 제법 협상도 할 수 있고 대화가 통했다. 잠에 들 때는 꼭 마사지하라고 시키는 발가락 구간이 있다. 기특하고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