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에는 재미를 위한 각색이 섞여 있...지 않음
어머님 댁에 가서 밥을 먹고 남편이랑 커피를 사러 나갔다. 그 동네에 가면 주로 저렴한 <하삼동 커피>에서 커피를 사는 편인데, 그날은 옆자리에 예쁜 카페가 하나 새로 생겼길래 거기서 사봤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가격까지 하삼동 못지않게 저렴한데 안 들러볼 이유가 없었다. 아아는 2,000원, 라떼는 3,100원. 세 잔을 사서 들어갔다.
-하삼동에서 안 사고 어디서 샀냐.
-그 옆에 카페가 새로 생겼길래 거기서 사봤어요.
-거기는 비싸지 않냐.
-아. 비쌀 거처럼 생겼는데 안에서 마시는 건 좀 비싸고 테이크아웃은 싸게 해 주더라고요.
-그래도 하삼동은 1,500원인데. 거기도 1500원 하더냐.
-아니요 여긴 2,000원이었던 거 같은데... 맞지 남편?
(남편이 영수증을 뒤적뒤적거린 후 2,000원 맞네! 한다)
-어휴. 이깟 커피 한 잔 뭘 500원이나 더 주고 사냐. 그냥 믹스나 먹어도 되는데.
-그래도 많이 비싼 건 아니잖아요. 새로 생겼으니까 가보고 싶고요.
-나는 맨날 하삼동만 간다. 1,500원 하는데 뭐 하러 2,000원 하는 데를 가냐.
(승질이 드러운 며느리는 짜증이 이미 턱끝까지 올라옴)
-아이참 어머니. 1,500원이나 2,000원이나 그게 그건데 기냥 먹읍시다~
-어머 얘. 500원이 얼마나 큰데!
-아 저도 500원 큰 거 알쥬!
-나는 얘. 아침마다 80원 벌자고 토스 그거 엄청 클릭한다. 500원이면 얼마나 큰데 얘는 참.
-저도 20원 모으려고 카카오 클릭 엄청 하거든요?
(몇 모금 잡수시더니)
-야 밍밍허니 별로다, 너 먹어라 아들.
-난 라떼만 먹어 엄마.
-여기다 대충 우유 타 먹어.
-라떼는 에스프레소에 타는 거야 엄마.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꽁트냐 뭐냐...
아유. 그러든지 말든지 내 커피나 마셔야지 증말로 나참 진짜!!
아무래도,
"맛있게 먹으마^^"
한마디로 끝내면 지구가 폭발해 버리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전업주부 며느리가 아들이 벌어오는 돈 중 500원 우습게 알고 막 쓰는 사람인 줄 아실까 봐 억울해.... 막 썼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을 텐데 막 안 써서 억울해. 오늘부터라도 막 쓸까보다.(말만 이러지 막 쓰지 못할 거 알아서 억울해.)
이쯤 되니
'부모님 여행 금지어 10계명'이 나온 게 아주 그냥 이해가 쏙쏙 된다.(사실 '이쯤 되니' 할 것도 없이 이미 이해 쏙쏙이었긴 함.)
'부모님 커피 금지어'도 좀 정해놔야겠다.
"왜 비싸게 거기서 샀냐" 금지
"믹스나 마실 걸 그랬다" 금지
"맛도 없다 너 먹어라"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