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가을에 반드시 마셔야하는 세 가지 술
동남아처럼 무더웠던 독일의 이번 여름도 지나갔다. 분명 독일의 여름은 그늘에만 가면 시원한 건조한 여름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겪은 3번의 여름은 모두 습하고 더웠다. 그래서 유난히 가을이 반가웠다. 그렇게 푸르렀던 나무들이 황금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보고있자니 감성이 돋는게 아니라 군침이 돌았다. 그래서 오늘은 가을의 독일이 선사해준 선물꾸러미를 풀어볼까 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페더바이서(Federweisser)이다. Feder는 깃털을 weiss는 하얀색을 의미하는데 갓 빚어놓은 숙성중인 와인의 효모가 그렇게 보인다는 뜻이다. 어려운 이름은 잊어버리고 일단 맛을 보자. 막 과즙으로 뽑아낸 포도의 신선함이 입안가득 펼쳐진다. 와인이라 생각하지말고 그냥 음료처럼 꿀꺽꿀꺽 마셔야한다. 발효되면서 나오는 탄산의 청량감은 콜라보다는 약하고 맥주보다는 강하다. 알콜이 되지 못한채 떠돌고 있는 당분은 또 어떠한가? 그 절묘한 밸런스는 그 자체로 잘 만들어진 칵테일 같았다. 쌀쌀한 늦가을보다 초가을의 그런 풋풋함과 잘 어울린다. 가을의 독일에 온 당신, 반드시 마셔봐야할 술이자 음료이다.
그 다음은 유럽여행의 관문이자 교통과 금융의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의 특산품인 아펠바인(Apfelwein)이다. 흔히 영국의 cider나 프랑스의 cidre를 떠올리곤하지만 아펠바인에는 탄산이 없다. 어쨋건 내게 이 아펠바인은 가을을 연상시킨다. 아펠바인의 색이 꼭 가을을 닮아있기 때문이다. 영롱하고 맑은 황금빛은 노랗게 물든 단풍을 연상케한다. 이 와인이 서브되는 온도도 딱 가을의 쌀쌀함 그 자체다. 너무 차갑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쌀쌀함 정도랄까? 프랑크푸르트에 잠시라도 들린다면 짬을 내서 마셔보자. 처음에는 익숙치 않은 그 미묘한 신맛이 그리워질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것은 여행 내내 활력소가 되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독일와인의 대표격인 리슬링이다. 그 중에서도 슈팻레제(spätlese)등급을 추천한다. spät은 "늦은"이란 의미를 가지고 lese는 수확한다는 뜻이다. 이 것이 의미하는 바는 사실 가을이다. 일반 포도보다 좀 더 늦게 수확해서 당도를 높인 포도로 만들었기에 대개의 경우 더 달다. 색깔도 좀더 진한 황금빛을 띄곤 한다. 작년 가을에 딴 포도를 1년이 지난 올해 가을에 마신다고 생각해보라! 작년 가을의 아름다운 추억이 이 리슬링의 안주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리슬링에 대해 할 말이 산더미지만 다 생략하고 그냥 마셔보자. 여행이 끝나고 돌아간 한국의 어느 가을날에 자신도 모르게 리슬링이 가득 따른 와인잔을 부딪히고 있진 않을까 생각해본다.
독일의 가을여행자여,
페더바이서로 여행의 상콤함을,
아펠바인으로 여행의 활력소를,
리슬링 슈팻레제로 여행의 추억거리를
가져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