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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니제주 김철휘 Sep 04. 2024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나를 치유하는 6가지 방법

너는 내 마음의 훈련사 4화

또복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낯선 사람들을 마주친다거나 사나운 개를 만날 때가 그렇다. 공포감이 극에 달해 등의 털을 고추 세울 때도 있다. 탁자 밑에서 편안히 쉬고 있는 데 주인 놈들이 귀엽다고 치근덕 걸릴 때도 또복이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가고 싶은 곳, 냄새 맡고 싶은 곳으로 가려는데 못 가게 할 때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배 터지게 먹고 싶은데 못 먹게 할 때, 먹기 싫은 데도 당근 같은 걸 자꾸 먹이려고 할 때도 녀석은 양 미간을 찌푸리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생각해 보면 개들도 사람처럼 다양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듯하다. 물론 적당한 스트레스는 생활에 활력이 된다. 또복이는 모르겠지만 그에게 하지 말라며 적당히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다 또복이를 위해서다. 가족과 함께 사는 삶, 인간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일,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하는 견생을 위해 최소한의 스트레스는 필요한 것이니까.


또복이가 적당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건강하게 살고 있음은 그의 똥을 보면 알 수 있다. 가래떡 같은 누런 또복이의 똥이 시원하게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부럽기도 하고 '이 녀석 아직 생생하구나'하고 안심하게 된다. 그렇다면 또복이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일까? 스트레스 상황에서 그의 행동을 관찰하며 나는 또복이가 행하는 6가지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발견하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나를 치유하는 방법 6가지 방법


1. 케렌시아(Querencia), 나만의 공간 찾기


케렌시아는 스페인어로 '편안한 공간(사람 포함)으로의 도피'를 의미한다. 강아지들도 조용하고 몸을 편히 이완할 수 있는 환경을 좋아한다.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긴장을 풀곤 한다. 또복이도 마찬가지다. 가끔 집 안에서 아내와 언쟁을 벌일 때가 있다. 처음에 녀석은 해맑은 눈으로 멀뚱멀뚱 우리 부부를 쳐다본다. 그럼에도 말다툼이 그치지 않으면 또복이는 조용히 탁자 밑이나 소파 한 구석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곳에서 몸을 웅크리고 말없이 우리를 지켜본다. 말하자면 그곳이 또복이에게는 '케렌시아'로써의 공간이 셈이다.



2. 피곤하면 푹 잠자기


수면과 스트레스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반대로 수면 부족은 스트레스 수준을 높이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때문에 잠을 자는 게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잠을 자면 생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복이 또한 귀엽다며 사람들에게 시달리거나 긴장 상태가 지속되었을 때 잠을 잔다. 아니 잠이 오지 않아도 잠자는 척이라도 한다. 신기하게도 한숨 자고 일어난 또복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쾌활해진다. 그런 또복이를 보면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맞는 듯하다.



3. 아로마세러피, 향기로 스트레스 줄이기


강아지의 후각 능력은 사람의 것보다 만 배 이상이라고 한다. 그만큼 냄새에 민감하고 냄새 맡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야외 활동을 통한 냄새 맡기는 강아지의 집중력과 호기심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는 마치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아로마세러피'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했을 때 또복이는 마당으로 나가 이리저리 냄새를 맡고 돌아다니는 것을 즐긴다. 고양이가 오줌을 어딘가 싸지는 않았는지? 새로운 풀이 자라고 있는지? 못 보던 새가 깃털이라도 떨어뜨렸는지? 일일이 확인하면서 돌아다닌다. 냄새를 발견하면 그 위로 마킹을 한다. 그렇게 일련을 작업을 끝내고 나면 또복이는 신난 얼굴이 되어 집으로 뛰쳐 들어온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는 얼굴로 말이다.



4. 울적하고 답답할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게 최고!


놀이는 인간뿐 아니라 개의 삶에도 필수적인 부분이다. 특히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터그 놀이나 숨바꼭질과 같은 게임은 정신적인 자극과 신체적인 활동을 제공해 개들이 긴장을 풀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또복이도 삶이 무료하고 답답할 때 애착 인형이나 깔고 자는 이불을 물고 와 놀아달라고 한다. 그렇게 한참을 물고 다니고 달리고 하다 보면 또복이는 기진맥진한 상태가 된다. 몸은 피곤하지만 표정은 좋다. 긴 혀를 늘어뜨리고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지만 입꼬리가 올라간 녀석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아니 놀아줄 수가 없다.  



5. 긴장될 때 의식적으로 하품하기


스트레스 상황에서 하품을 하거나 깊은 한숨을 내쉬면 긴장이 풀리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는 하품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세로토닌'과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도파민'의 수치를 높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복이도 곧잘 하품을 한다. 아빠가 호통을 치거나, 사람들이 뒤에서 안으려고 하거나, 민감한 발을 자꾸 건드리고, 두 눈을 부담스럽게 응시할 때 하품을 한다. 아마도 불안하고 긴장되는 상황을 하품을 하며 해소하려는 생리작용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짓궂게도 하품하는 또복이가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발을 만지고 안고 싶어 진다. 정말 나는 스트레스 유발자다.



6. 운동선수들이 자주 껌을 씹는 이유

껌을 씹으면 불안과 불편함을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껌을 씹을 때 입 주변 근육들이 움직이고 이로 인해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불어 껌 씹기는 뇌를 활성화시켜 '집중력과 주의력'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업무나 공부 중에 껌을 씹으면 집중력이 향상된다고들 하는 것이다.


또복이도 불안한 상황에 있게 되면 씹다가 놔두었던 개껌을 향해 달려가곤 한다. 그리곤 정신없이 개껌에 몰입을 한다. 이때는 "또복아" 하고 불러도 소용이 없다. 껌을 씹던 자리가 침으로 흥건해질 때쯤, 기분 좋은 얼굴이 된 또복이가 그제야 나를 쳐다본다. 한눈에 봐도 정신이 맑아져 보이는 얼굴이다.


강아지들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결국 그들의 본능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행동에 기초한다. 보호자로서 나는 또복이가 필요로 하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 그들의 감정 상태를 세심하게 살핀다. 그들이 스트레스를 느끼는 순간을 인지하고, 그들이 스스로 그것을 풀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강아지와의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더불어 나 또한 또복이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노하우를 배우게 된다.


사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다양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지만 나나 또복이에게나 가장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은 가족 간에 나누는 편안한 스킨십이 아닐까 한다. 안아주기, 쓰다듬기, 함께 산책하기 등을 통해 신뢰감을 형성하고 유대감을 강화해 나간다면 삶의 균형과 안정감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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