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마음의 훈련사 5화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을 하고 후회한다. ‘만약에 OO 했더라면’과 '혹시 OO 하지 않았더라면'을 계속해서 끓인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의 고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자책과 후회, 과거의 상처를 곱씹는 하루가 계속된다. 미움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진위여부와는 무관하게 생각이 이어질수록 대상에 대한 악감정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사실 이건 스스로가 부풀린 감정일 뿐이다.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은 나뿐'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므로 '고통의 쳇바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과거를 잊고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로부터 탈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게 쉽지가 않다.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흰곰이 자꾸 떠오르게 된다는 '흰곰효과'는 부정적인 감성에 사로잡혀 있을 때 더더욱 크게 발휘된다.
또복이를 보면 후회의 감정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후회할 짓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후회할 짓을 하고도 그 행위에 감정을 쏟지 않기 때문이다. 천방지축 뛰다가 다리를 접질려도, 발사탕을 심하게 해서 발이 빨갛게 부어올라도 순간의 고통을 참을 뿐이지 내가 왜 그랬을까? 고민하지 않는다. 개들에게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개들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들의 삶은 매 순간이 새로움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상처나 아픔 따위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다. 개들은 누군가가 실수로 발을 밟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간식을 주더라도, 그 상황을 오래 품고 있지 않는다. 몇 초 후면 그들은 다시 꼬리를 흔들며, 즐겁고 신나게 인간들 곁에서 뛰어다닌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지, 과거의 고통이나 실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복이가 싫어하는 것들이 있다. 목욕, 발 닦기, 귀청소, 이빨 닦기 등이다. 꼽아보니 주로 몸을 씻는 것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렇게 강제적으로 깨끗함을 당할 때 또복이는 분노의 감정을 발산한다. 특히 너무 하기 싫은 목욕을 하고 나서는 20-30분 정도 나를 피해 다닌다. 그 순간만큼은 또복이에게 나란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밉고도 없어졌으면 하는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또복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나를 따라다닌다. 간식이라도 하나 줄라치면 나는 '지옥의 악마에서 하늘의 천사'로 탈바꿈한다. 언제나처럼 녀석은 자비로운 마음이 되어 나를 용서한 것이다.
이렇듯 개들은 자신의 용서가 자신과 가족에게 더 유익하다면 용서하는 쪽을 택한다. 가족 안에서 일어난 일을 개인적인 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원한을 품거나 억울해하지도 않는다. 개들은 갈등을 빨리 해결하고,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어 봐야 득 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는 툭툭 털어 버리고 더 행복하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엘사가 “Let it Go”를 부르면서 자신만의 얼음 성을 만드는 장면일 것이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모든 걸 얼려버리는 선천적인 능력을 억누르며 살아왔다. 그녀는 자신의 힘을 두려워하고, 이를 숨기려 했지만 결국 그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점점 고립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고, 더 이상 타인의 기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Let It Go"를 부르면서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흘려보내기로 한다. 더 이상 그녀가 갖고 있는 능력을 억누르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과거의 실수나 상처를 빨리 털어내고, 더 중요한 일, 더 행복한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그럼 삶의 작은 순간들을 더 온전히 즐기고, 더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강아지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결국 과거를 털어버리고 사랑하고, 용서하고, 현재에 충실하라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