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카페를 위한 판매 심리학 07. 앵커링 효과
재래시장에 가면 생선가게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다. 다들 파는 생선종류도 비슷하고 진열 방식도 유사해 어느 가게에서 구매해도 무방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유독 한 가게에 손님이 몰린다. 그 생선가게는 생선보다 생선을 담는 소쿠리가 작다. 생선이 소쿠리보다 커서 실제 크기보다 실하게 보이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한 때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메인 화면에 비싼 명품이나 일반인들이 선 듯 구매하기 힘든 값비싼 상품을 경쟁적으로 노출했었다. 어떤 쇼핑몰은 헬리콥터를 팔기도 했다. 당최 사라는 것인지 구경만 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품을 왜 광고까지 하면서 보여주는 것인지 의아해했다.
아마도 해당 쇼핑몰들은 크게 2가지 효과를 노린 게 아닌가 한다. 우선 비싼 상품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브랜드의 고급스러움과 품질을 강조할 수 있다. 이는 고객들에게 쇼핑몰에 대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전면에 비싼 상품을 노출하면 높은 가격이 고객의 머릿속에 남게 된다. 이는 고객이 구매하려는 상품이 다소 높은 가격이라도 구매하게 만든다. 이전 보았던 어마어마한 가격의 상품과 비교해 내가 사려는 상품이 싸게 느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백화점 1층에 고가의 명품 매장이 자리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처럼 사람들의 판단이나 선택이 특정 정보, 특히 처음 제시된 정보에 크게 영향을 받는 현상을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한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소비자들이 처음 제시된 정보에 영향을 받는 이와 같은 앵커링 효과를 활용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처음에 제시된 정보나 가격에 자신도 모르게 기준을 두고 이후 결정을 내리게 되기 때문이다.
1. 가격이 높은 메뉴를 먼저 노출
카페 메뉴판에 비싼 상품을 가장 먼저 또는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해 보자. 고객이 가격이 높은 메뉴를 먼저 접하게 되면, 이후에 따라오는 일반 메뉴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보인다. 예를 들어, 메뉴판을 디자인할 때 가장 위에 "게이샤"나 "코나"와 같은 고급 원두를 사용한 커피나 특별한 디저트를 노출한다. 프리미엄 원두를 사용한 ‘스페셜 브루 커피’를 9,000원과 같은 높은 가격에 제시하고, 바로 아래에 일반 아메리카노를 4,500원으로 배치하면, 아메리카노가 전혀 비싸게 느껴지지 않게 된다.
또한 한정판이나 시즌별로 제공되는 특별한 메뉴는 가격을 다소 높게 책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8월 한정 유기농 수제 레모네이드 8,000원"이라는 문구와 함께 포스터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잘 보이는 곳에 노출하면 좋다. 고객은 한정된 기간 동안만 제공되는 특별 메뉴라 비싼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역시나 한정판 메뉴 가격이 기준이 되어 다른 음료와 디저트 가격이 저렴해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 '기본'과 '업그레이드' 옵션 제시하기
기본 메뉴와 업그레이드 옵션을 나란히 제시하는 것도 앵커링 효과를 잘 활용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카페음료 기본 사이즈 가격이 5,500원이면 여기에 500원 추가 시 라지 사이즈로 업그레이드해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기본 사이즈 가격이 기준이 되면서 업그레이드가 훨씬 가치 있는 선택이라고 느끼게 만들 수 있다. 이때 추가 되는 금액이 적을수록 고객은 더 쉽게 결정을 내리게 된다.
3. 기존 가격과 할인 가격 동시 노출하기
일시적인 할인을 적용하면서 원래 가격을 먼저 보여주는 것도 앵커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원래 가격 14,200원 → 오늘만 9,900원!”이라는 문구는 고객이 14,200원을 기준으로 해당 메뉴를 4천 원 이상 훨씬 저렴하다고 느끼게 한다. 이때 할인 금액이 클수록 고객은 더 큰 가치를 느끼게 되고 구매할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된다.
4. 세트 메뉴 구성으로 가치를 높이기
단품 메뉴보다 세트 메뉴를 추천하는 것도 앵커링 효과를 활용한 방법 중 하나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개별로 주문할 경우 더 비쌀 것이라고 은연중에 암시하는 것이다. 세트 메뉴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시하면 고객은 세트 상품이 더 가치 있다고 느낀다. 예를 들어, 위의 그림에서와 같이 “디저트와 음료를 각각 구매하면 14,200원이지만, 세트로 구매 시 9,900원에 제공!” 과 같은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이다. 개별 가격을 처음에 보여주고, 세트가 얼마나 더 저렴한지 강조하면 고객은 큰 혜택을 얻게 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에베레스트를 보고 온 사람에게 한라산은 동네 뒷산처럼 느껴질 수 있다. 만리장성과 비교해 남한 산성은 애들 장난처럼 보일 수 있다. 큰 것을 보고 나서 보통 크기의 물건을 보면 상대적으로 작게 보이고, 작은 것을 보고 난 후 보통 크기의 물건을 보면 커 보이는 법이다. 그래서 잘 생긴 친구와 함께 다니면 내가 '오징어'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앵커링 효과는 먼저 접한 정보가 구매에 영향을 주는 강력한 마케팅 도구다. 카페 사장으로서 이 효과를 잘 활용하면, 고객이 더 많은 가치를 느끼고 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나 앵커링 효과는 "사이즈업"이나 "세트메뉴" 제안 등으로 객단가를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음료와 디저트를 자연스럽게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도 합당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가격으로만 장난을 치려고 하면 똑똑한 소비자자들은 금세 그 의도롤 알아챌 것이기 때문이다.
카페 판매 심리학 기술 7. 앵커링 효과
상대적 비교심리를 응용해 팔고 싶은 상품의 가격보다 높은 가격대와 낮은 가격대의 상품을 놓고 구매를 유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