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마음의 훈련사 23화
여느 때처럼 또복이와 함께 아침 산책을 나섭니다. 똥꼬 발랄해진 또복이를 따라 선선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길을 걷습니다. 바다 내음, 이슬을 머금은 풀 내음, 그리고 바람에 실려온 이름 모를 꽃내음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일상의 행복감을 느끼며 걷는 이 순간이 정말 소중합니다. 또복이도 신이 나서인지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아침 똥을 산책로에 선물합니다. 보통은 풀이 많이 자란 으슥한 곳에서 볼 일을 보는 또복이지만, 오늘은 그곳까지 가기 어려웠나 봅니다.
사건의 장소가 사람들이 자주 지나는 로변이라서, 급히 똥봉투 하나를 꺼내어 사람의 그것보다 2배는 족히 큰 녀석의 대변을 비닐에 담습니다. 그 순간 불상사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얼른 치워야겠다는 황급한 마음 때문인지, 똥을 담다가 변의 일부가 손끝에 묻어버렸습니다. 손에 남겨진 누리끼리한 색깔의 스크레치를 바라보며 참담함을 느낍니다.
'아, 아직 한참을 더 산책을 해야 하는데, 어떡하지?'"
가볍게 나온 산책길이라 물통도 챙기지 못했고 주변에는 손을 닦을 곳도 마땅치 않아 여간 난처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똥이 묻은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리드줄을 고쳐 잡고 다시 산책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미 마음은 작은 사건 하나로 인해 확연히 달라진 상태가 됩니다. 상쾌했던 마음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그 자리를 당혹스러움, 불쾌함, 후회의 감정이 자리 잡습니다. 왜 조심스럽게 처리하지 못했을까 스스로 자책하기도 하고, 평소와 다르게 볼 일을 본 또복이에게도 원망을 하게 됩니다.
조금 전까지 일상의 작은 행복에 기쁨을 가누지 못하던 제가,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변 자국 하나 때문에 이렇게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얌전히 산책하는 또복이는 왼손으로도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으며, 인적이 드문 아침 시간이라 타인의 시선을 그다지 의식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즐거운 기분 그대로 산책을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죠.
하지만 머리로는 별거 아니야라고 하여도 마음이 영 게운치가 않습니다. 그런 제 감정을 느낀 것인지, 또복이도 평소와 다르게 더 차분하게 산책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또복이를 생각해서 기분 전환을 시도해 보았으나, 손끝에 묻는 똥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흰색 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더 생각이 나는 것처럼 벗어나려고 해도 자주만 온 신경이 그 작은 얼룩에 집중되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오더라도, 저는 똥의 무게감을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괴로워할 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결국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일어났을 때 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할 바에야 환경을 바꾸는 쪽으로 저는 마음을 고쳐 먹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저는 손을 씻고서 곧바로 산책가방에 비상시에 손을 닦을 수 있는 물티슈와 여분의 물통을 챙겨 넣습니다. 그제야 마음에 안도감이 들고 다시금 행복한 기분 상태가 됩니다.
화엄경에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했던가요? 모든 것은 오직 마음에서 지어내는 것이니 세상 일이란 모두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 저는 아직 해탈의 경지에 이르지 못해서인지 벌어진 사건과 사고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때가 아직 비일비재(非一非再)합니다.
사람의 의지는 때때로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리곤 합니다. 목표를 세우고 결심을 다지지만, 현실의 무게가 우리를 흔들어 놓을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순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거나 더 강한 의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새싹이 싹트려면 기름진 흙과 적당한 햇빛, 그리고 충분한 물이 필요하듯, 우리의 의지도 주변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혼란스럽고 분주한 환경에서는 마음이 더 쉽게 지치고, 반대로 평화롭고 긍정적인 공간에서는 작은 의지마저 커다란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음을 다 잡고 새로운 각오로 살아가려고 하지만 의지가 약해 힘들 때, 그럴 때는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거나 마음을 먹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면 됩니다. 만약 책을 읽고 싶다면 더 많은 책이 놓인 방을 만들거나, 따뜻한 햇살이 드는 창가에 편안한 의자를 놓아두는 것입니다. 때로는 우리의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라, 그 의지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부족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