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마음의 훈련사 22화
평소에는 느긋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운전대를 잡게 되면 성격이 나오고 성질이 급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시내를 벗어나 속도를 낼 수 있는 도로에 들어서면,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도 마음이 조급해지고 다른 차보다 뒤처지는 건 아닌지 조바심이 납니다.
그럴 때, 깜빡이도 켜지 않고 급하게 끼어드는 차를 보면, 저도 모르게 경적을 울리게 됩니다. 운전석에 앉기만 하면 악마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세 살 먹은 어린아이로 인격이 퇴행하는 것인지 그 원인을 알 수가 없습니다.
운전 중에 흥분 상태에 빠지는 이른바 '로드 레이지(road rage)'는 저만의 문제가 아닌 듯 합니다. TV 프로그램 '한문철의 블랙박스'를 보면, 평소에는 온순한 성격을 가진 분들도 운전할 때 성격이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렇다고 버릇없는 운전자를 향해 사이드 윈도를 내리고 삿대질을 할 정도의 용기는 없는 지라, 결국 성질을 내는 것조차도 마음속에서만 이루어지게 됩니다. 화를 내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이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안전운전과 함께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지만, 평정심을 찾는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 또한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화가 나면 조용한 음악도 들어보고 심호흡도 해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도 해봅니다. 하지만 노력은 노력일 뿐 도로에 들어서면 괄약근의 고통을 참고 화장실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모냥 또다시 조급해집니다.
그런데 최근에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던 저에게 작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카페로 "또복이"와 함께 출근하기로 하면서, 차에 녀석을 태우게 된 것입니다. 제가 가진 차량은 세단형으로 높이가 낮아 캔넬을 이용해 또복이를 태우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해서 앞뒤로 쏠리지 않게 가림막을 하고 또복이를 뒷좌석에 앉힙니다. 차에 탔을 때 엉덩이를 깔고 앉거나 엎드려 있으면 좋으련만 또복이는 처음에는 보통 서 있습니다. 차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냄새를 맡기 위해서이지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강아지를 태우고 운행하기에는 조금 위험한 환경입니다. 급제동이라도 할라치면 또복이가 운전석 뒤쪽으로 몸을 부딪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복이를 태우고 운전할 때는 그래서 최대한 속도를 줄이고 규정속도를 준수합니다.
방지턱이 나타나면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서행하고, 가능하면 차선 변경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경적은 아예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창문은 또복이의 안전을 위해 바람이 들어올 정도로만 열어놓습니다. 물론 다른 운전자가 끼어들기를 수시로 해도 화를 내지 않습니다. 뒤차가 느리게 간다고 헤드라이트로 약 올리는 일에도 신경 쓰지 않게 되었고요. 편안하게 뒷자리에 앉아 있는 또복이를 보면 오히려 흐뭇한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습관이나 잘못된 행동도 고쳐질 수 있습니다. 사랑의 마음은 배려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불편할까 걱정하는 마음이 이기적이고 급한 마음을 누그러뜨립니다. 현재는 또복이에 대한 작은 배려의 마음이지만, 만약 제가 만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면, 이는 상대방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저 자신에게도 행복한 일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오늘도 조용히 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또복이를 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