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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못하는 사람, '뇌'에 문제가 있다는 건 사실일까

공감 능력 떨어지는 사람의 거울신경과 편도체는 덜 발달됐다

by 신지은

공감한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처지가 되어 보는 것입니다. 우리와 다른 사람의 눈으로, 배고픈 아이들의 눈으로, 해고된 철강노동자의 눈으로, 당신 기숙사 방을 청소하는 이민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우리는 공감을 장려하지 않는 문화에 살고 있습니다." 2006년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한 연설문의 일부입니다.


회사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우리는 늘 문제를 달고 삽니다. 그리고 그 문제는 대부분 '특정한 사람'으로부터 옵니다. 오죽하면 '또라이 총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요. 어느 조직에 가든 '또라이'는 있다는 말이죠. (비속어 죄송합니다ㅎㅎㅎ)


어느 조직에나 한 사람씩 꼭 있는 이런 공감 능력이 심하게 떨어지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 ‘저 사람의 머리 속에 한 번 들어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답답해질 때가 있는데요.


협업을 위해 팀웍을 발휘하기에도 바쁜데 나 혼자만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후배들이 성과를 내면 오히려 배 아파 하는 선배도 있고요. 도무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자기 식대로 해석하기에 급급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갈등을 좀 풀어보려고 하면 회피하고 같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사람들도 있고요. 특히 이런 사람들이 리더 자리에 앉아있기라도 하면 상황은 참 골치 아파집니다. 아마 이걸 듣고 계신 여러분들도 지금 딱 떠오르는 사람 한 명 쯤은 있을겁니다. 이런 사람들을 두고 그쪽으로 뇌세포 발달이 덜 됐나봐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일리가 있는 말이라는 것, 오늘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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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인간의 공감능력과 뇌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짧은 꼬리 원숭이 실험을 소개해드립니다. 짧은 꼬리 원숭이의 전운동 피질을 연구하던 연구원이 깜빡 잊고 기록장치를 끄지 않고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전운동 피질은 움직임에 관여하는 뇌의 영역입니다. 이 연구원은 전운동 피질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던 전기 작용을 기록하는 중이었죠. 그런데요. 점심을 먹고 나서 후식으로 연구원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걸 본 원숭이의 전운동 영역 뇌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사실이 바로 이 기록장치를 끄지 않은 실수 때문에 포착됐습니다. 이 영역은 움직임이 있어야만 활성화되는 영역인데,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의 표정과 행동을 눈으로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활성화가 된 것이었죠. 여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거울신경’ 즉 타인의 행동이나 의도, 감정을 머릿속에서 추측하고 모방해 인간의 공감 능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였습니다.


<감각의 제국>이라는 책에 따르면 거울 신경은 우리가 직접 행동을 할 때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와 유사한 행동을 할 때도 발화하는 세포입니다. 이렇게 발화한 세포들은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 즉 동기와 정서를 주로 담당하는 기관을 자극해서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까지 함께 느끼게 합니다. 우리의 뇌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매우 중요한 바탕이 되는 뇌의 신경세포가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거울신경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면, 공감 능력이 떨어져 자폐 성향을 보이게 된다고 합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 주위에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바로 이 거울 신경이 덜 발달됐다고 봐도 될까요?


약간은 다릅니다. 자폐증 같은 병적인 문제는 인지적 공감능력이 결여된 반면, 사이코패스는 정서적 공감능력이 결여된 경우로 뇌의 감정 스위치라고 불리는 편도체의 발달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스크린샷 2019-05-19 오후 11.08.38.png 편도체의 위치 출처:위키피디아


편도체는 해마 앞쪽에 있는 아몬드 모양의 작은 구조물입니다.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해마의 끝부분에 달려 있는데요. 우리 뇌 속의 기억에 정서와 감정을 입힙니다. 공포를 느낀 기억을 뇌의 다른 부분에 전달해 회피 반응을 유발하는 것도 편도체의 역할이죠. 감각 신호를 감정적 경험으로 만들고 이를 다시 자율신경계의 신호로 보내서 '행동'을 이끌어냅니다.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는 정서적 공감타인이 처한 상황과 관점을 이해하는 인지적 공감으로 나뉘어지는데 자폐증 같은 경우는 인지적 공감이 떨어지는 것이고 사이코패스는 정서적 공감이 결여된 것이라는 거죠.



인지적 공감이 부족하면 반복적인 사회성 훈련을 통해 해결해볼 수 있겠지만 정서적 공감능력이 부족하면 해결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 정서적 공감 능력은 특히 어렸을 때 부모님과의 정서적 애착 관계에서 형성된다고 하니까, 양육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다만, 정서적 공감이 부족한 경우라도 내가 한 행동 때문에 상대방이 어떤 피해를 입는 지 명확히 알려줘서 자신의 행동을 억제한다면 해결이 가능하다고 하니, 글쎄요.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는 직접 ‘나 당신 때문에 힘들다’고 이야기를 해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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