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말하지 말고, 당신의 포트폴리오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말하라’.
일찍이 2008년 금융위기를 예언했던 월가 파생상품 트레이더 출신 작가 나심 텔레브의 말이다.
커피하면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 브랜드 '스타벅스'.
스타벅스의 포트폴리오에는 '비트코인'이 들어있다.
물론, 직접 비트코인을 사고 파는 형식은 아니다.
내년부터 스타벅스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해질거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많이들 사용하고 계신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다.
커피를 파는 카페에서 IT 기업으로 진화를 도약하고 있는 스타벅스다.
조용히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먼저 담은 건 뉴욕 증권거래소의 모기업인 인터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다. ICE는 나스닥의 모기업으로 유명하다. 그렇다. 미국 증권거래소로 유명한 그 나스닥 맞다. 그냥 전통적인 주식 거래소의 모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ICE가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했다. 플랫폼 이름은 백트(Bakkt)다.
백트는 지난 9월 22일 오후 7시 55분 사전 거래를 시작했다. 출시부터 쉽지는 않았다. 수 차례 출시가 연기됐기 때문이다. 마침내 백트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기관’들의 유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백트는 사실 우리 같은 개인이 아닌, 기관 투자자들을 타겟으로 한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백트가 기대를 모은 건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실물)을 주고받는 실물 인수도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일정 기간 후에 살 또는 팔 권리를 파는 선물의 특성 상 만기에는 정말 무언가를 넘겨줘야 되는데, 진짜 비트코인을 넘겨준다는 것이다. 쉽게 설명해보겠다.
여러분이 한 달 뒤에 비트코인 1개를 살 권리를 1000만원에 샀다고 가정하자.(이 글을 쓰는 시점의 가격은 800만원이다) 한 달 뒤 비트코인이 900만원이다. 100만원이 올랐다. 그럼 여러분은 100만원을 번 것이다. 현금 기반의 선물은 여러분에게 비트코인 대신 100만원의 '현금'을 준다. 그런데 백트는 정말 비트코인 1개을 준다. 비트코인 1개가 필요하다. 비트코인의 수요를 늘릴 수 있을만한 이슈다. 단, 엄청나게 많은 백트 거래가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래야 비트코인이 많이 필요할테니.
많은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백트를 기다렸다. 백트가 나오면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겠지..오르겠지.
그 믿음이 허상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데.....
거래가 시작된 약 1달 간은 거래액이 미미했다. 시장의 실망세도 역력했다. 10월 1일에는 최저 거래액 20만 달러, 원화 2억원에 그기도 했다. 거래량이 붙기 시작한 건 10월 말부터다.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량은 지난 11월 5일 기준 1000만 달러를 넘겼다 원화 환산 약 117억 원이다. 그 후 탄력을 받은 백트는 11월 26일 하루 거래액 4250만 달러(496억 여 원)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 후 줄곧 하루 거래액 원화 환산 100억 원 대를 넘기고 있다. 곧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하루 100억 원 어치씩 하고 있다는 뜻이다.
백트 출시의 주역, 증권거래 전자화 이끈 ‘제프리 스프레쳐 ICE 대표’
다른 기업들이 눈치를 보고 있을 때 과감하게 암호화폐에 투자한 주역은 제프리 스프레쳐(jeffrey sprecher) ICE 대표다. 그의 지난 이력을 보면 그가 왜 백트 런칭에 적극 나섰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스프레쳐는 원래 위스콘신 출신의 엔지니어였다. 전자 거래 플랫폼에 엄청난 가능성을 느낀 스던 스프레쳐는 1000달러에 컨티넨탈 파워 익스체인지(Continental Power Exchange)를 인수했다. 첫 거래 상품은 에너지 OTC였다. 2000년에는 골드만 삭스 등의 투자를 받아 ICE를 설립했다. 2008년에는 금융 위기 이후에는 클리어 크레딧 LLC를 설립해 50조 달러 상당의 악성 신용부도스와프(CDS) 청산 작업을 맡았다. 불투명한 시장에 청소부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ICE는 현재 모든 CDS의 96%의 청산을 담당하고 있다. 켈리 로플러 백트 CEO는 그의 아내이자 역시 17년 간 ICE에서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전자 거래 플랫폼을 선점한 스프레쳐 대표가 백트로 차세대 금융을 선점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다시 스타벅스로 돌아와보자.
백트는 지난 2018년 8월 런칭을 알린 뒤 지금까지 1억 825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주요 투자사는 마이크로소프트 벤처 캐피털 계열사인 M12와 판테라 캐피탈, 억만장자 펀드 매니저 앨런 하워드, 스타벅스 등이다. 프레쳐는 포츈지와의 인터뷰에서 “백트의 목표는 금, 사모펀드 등과 함께 비트코인을 인기 있는 대체 투자로 만드는 것에 있다”면서 “결국 우리가 커피에서부터 항공권까지 비용을 지불하는 모든 방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여기에는 커피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커피는 스타벅스가 맡을 것이다. 이를 실현해나갈 백트의 첫 파트너기 때문이다.
기관 투자자로 시작했지만 백트의 목표는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같은 일반 개인들이다.
백트 측은 “일반 이용자들이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디지털 자산을 사용할 수 있는 앱을 2020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라고 이미 밝혔다. 약 2000만 명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유저를 보유한 스타벅스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면. 비트코인을 팔고 사는 형태가 아니라 백트 계좌에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을 주고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올 한 해가 백트에게 새로운 첫 걸음을 뗀 해였다면 2020년은 아마 걷기가 아닌 달리기를 하게 될 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아마도.....내년 이맘 때 쯤이면 전세계 어디서나 비트코인으로 현금 결제를 하게 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