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금리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이유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100만원을 벌고 뒷면이 나오면 100만원을 잃는다면.
그 투자 하시겠습니까? 이게 무슨 투자야! 도박이지! 라 생각 드시죠.
그런데 이러한 높은 리스크는
사실 당장 증권사나 은행에 가서 합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파생상품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작년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우리은행 펀드 사건.
정확히는 파생결합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본 사건이었습니다.
이 펀드는 비가 오냐 안오냐 대신 독일국채금리가 오르냐 내리냐를 걸었습니다.
내리면 투자자가 지고, 오르면 투자자가 이기는 상품이었는데요.
이 당시 독일국채금리는 이미 마이너스였습니다.
돈을 맡기면 돈을 주는 게 인지상정.
아무리 금리가 낮아진다고 해도 더 마이너스로 떨어지겠어? 절대 그럴리 없어! 에 베팅했던 투자자들.
결국 엄청난 손실을 봐야만 했습니다.
물론 이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투자했던 투자자도 있었다지만
이 사건의 핵심엔 은행에 돈을 맡겨도 이자 한 푼 받지 못하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의 함정이 있었던 것입니다.
역대 최저의 금리가 지속되다 이제 마이너스까지 나온 시대.
우리의 현금은 계속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것일까요?
부동산, 주식 투자가 현명할까요?
마이너스 금리는 경기를 살리려는 중앙은행들의 잠깐의 일탈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표준이 될까요?
은행에 돈을 맡기면 돈이 사라지는거냐고요?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개인에까지 아직 찾아온 문제는 아니거든요.(물론 그런 사례가 있긴 합니다)
시중은행 그러니까 예를 들어 제 주거래 은행인 하나은행이 한국은행에 돈을 맡길 때
‘보관료’를 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은 보통은 불확실성이 정말 큰 때 옵니다.
경제가 너무 어려워서 주식도 마이너스, 투자할만한 기업도 없을 때
투자자들은 그나마 믿을 만한 ‘나라에서 발행하는 국채’를 사기 위해 몰립니다.
경제가 안좋을 때 엔화나 금 같은 걸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주식이 떨어지는 이유죠.
살려는 사람이 줄을 서니, 콧대가 높아진 중앙은행들은 살려면 그럼 돈내고 사!
아니 그럼 금고같은 데 넣어두면 안되냐고요?
백만원 천만원 정도야 그래도 되겠지만 수백억 수천억을 굴리는 투자회사들은
보관이 불가능하니 보관료를 내고 라도 국채를 사게 되는 겁니다.
중앙은행들이 콧대가 높아서 이렇게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경기는 살려야 하는데 은행들은 자꾸 돈을 싸들고 국채사러 오니
돈에 보관료를 매겨버리면 혹시 일반 사람들에게 대출을 하거나 투자를 하지 않을까?
경기 좀 같이 살려보자는 뜻이 숨어있는거죠.
하지만 낮추다 낮추다 마이너스까지 간거니
마이너스 금리 자체가 사실 돈을 풀어서 경기를 살리려던 중앙은행들이
실패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그럼 마이너스 금리는 좀 효과가 있었을까요. 결론적으론 부작용만 생겼습니다.
스웨덴은 2015년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5%로 낮췄습니다. 그러다 작년 말에 마이너스 금리 실험을 끝냈죠. 경제 회복이 되기는 커녕 집값만 올랐기 때문입니다. 금리를 내렸는데도 사람들은 다른 건 안하고 부동산만 샀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이 2014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여파로 독일의 집값은 최근 5년 새 45.8% 뛰었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집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엄청난 돈 풀기에 나섰지만 시중은행들이 여기 동참하지 않고 돈을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가 나오니 이번엔 국채로 몰렸습니다. 물론 부동산에도 돈이 몰렸습니다. 경기 회복 대신 집값만 올랐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아니지만 역대 최저 금리가 유지되고 있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을 잡겠다고 규제해봐야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집 값이 그런다고 내리냐'며 부동산에만 몰리고 있습니다.
금리가 낮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더 있습니다.
이건 좀 더 근원적인 고민입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지금도 이렇게 돈 벌기 힘든데...
미래는 얼마나 더 힘들까...
저만 그런가요?
오래 사는 시대가 될수록 지금 버는 돈보다 미래의 돈이 더 중요합니다.
지출보다 저축을 더 많이 합니다.
지금까지는 똑같은 돈이면 미래보다는 지금의 현금을 선호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현금을 가지고 투자를 해도 되고 아니면 그냥 쓰면 되니까요.
그래서 현재의 소비를 '미래로 미루는 대가'로 주는 게 이자죠.
미래의 돈을 사람들이 더 좋아하게 되면
오히려 미래의 돈 가치가 높아져 금리가 마이너스가 될 수 있습니다.
투자도 마찬가집니다. 기술이 발전하다보니 적은 돈으로도 기술이 나옵니다.
투자를 덜 해도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돈이 덜 필요하니 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역시 금리가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얼마전 스웨덴은 부작용만 늘었다며 마이너스 금리를 끝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의 실험이 계속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이자율이 이미 너무 낮아서 더 낮출 이자율이 없어진 지금,
연준은 물론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힘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돈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돈을 굴리는 기관들이 비트코인을 매집하고 있고 동시에 금도 사들이고 있는 것은 우연은 아닐겁니다.
투자계의 스티브잡스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는 금 가격이 2000달러까지 갈 것이다라고 예고했는데요.
전세계 정부의 저금리 정책과 더불어 이란이나 중국이 포함된 무역 긴장, 2020년 미국의 정치적 긴장이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를 높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금 값이 2000달러에 가까웠던 건 2011년 9월 1800달러였습니다. 50년 동안 본 적 없는 금 값 온스 당 2000달러가 현실이 될까요?
전통적인 헤지펀드들은 물론 미국의 공무원 연금, 경찰연금이 암호화폐 펀드에 투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이 변동성이 높은 게 단점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1년 기준 비트코인 상승률은 148%에 달합니다.
1965년 한 때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30%였습니다.
이 때는 은행에 돈을 넣어 놓기만 해도 안정된 투자가 보장됐던 시대죠.
50년만에 달라진 세상,
금리는 낮아지다 못해 마이너스까지 나왔는데 은행 예금만 들고 있는 것, 과연 현명할까요?
물론 현금을 모아 종잣돈을 마련하는 게 투자의 기본이라고는 하지만
더 다양한 자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