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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Oct 26. 2022

환경문제로 느끼는 건 죄책감만이 아니었습니다(1)

-환경문제로 느끼는 감정의 소용돌이



사람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갑니다. 환경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끼면서 살고 있을까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감정은 죄책감입니다. 저도 느껴봤고 많은 분들이 느껴본 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요, 제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더니 죄책감은 여러 가지 다양한 감정 중의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환경문제로 제가 느끼는 감정은 죄책감만이 아니었습니다.


첫 번째 감정. 제가 평소 자주 느끼는 감정 중 하나인 이것은 '실망감'입니다. 저는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성과 실행력이 부족한 정부를 보면 실망감을 느낍니다. 세계의 리더 격인 국가 지도자가 환경 정책을 후퇴시키는 걸 보면 실망과 더불어 '분노'가 입니다 (과거 미국에 그런 리더가 있었지요)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기업이 환경의 날을 '이용'해서 제품 구매 고객에게 에코백을 공짜로 주는 행사를 하는 걸 보면 콧웃음이 나고 한숨이 나옵니다.


바다나 산에 놀러 가서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고, 어딜 가나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쓸 거 다 쓰고 즐기며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억울하기도' 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며 살고 있는 제 마음 한편에도 편하게 살고 싶은 욕구가 있거든요.


바다에 사는 생물들이 플라스틱을 잘못 삼켜서 죽었다거나, 산불이 나서 야생동물이 대피를 못하고 희생당했다는 뉴스를 보면 너무 안 됐고 '슬픕니다'.


이 감정을 느껴본 분들도 적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 '불안'이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산불이 나고 때아닌 홍수, 기록적인 폭염. 그런 뉴스를 보면 아, 이러다가는 진짜 지구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북극 얼음이 전보다 더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 비과학자인 제가 봐도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안전은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지요. 안전에 대한 불안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내 생명,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겠고, 또 한 가지는 내가 열심히 모은 자산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입니다. 부동산, 자동차, 물건, 돈 이런 것들은 목숨 다음으로 소중하지요.

 

큰 부를 일궈서 가진 게 월등히 많은 사람은 불안을 느끼지 않을까요? 조금은 불안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일궈온 건데, 그렇죠? (지구에서 더 살 수 없게 되면 화성으로 날아갈 계획이 있는 분들은 예외로 하겠습니다)


경제적으로 그 반대의 상황이라면 같은 피해를 겪어도 대처나 복구에 취약하기 때문에 불안을 느낄 수 있겠습니다. 결국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불안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겠네요. 기후위기 앞에는 선진국 후진국, 모두 예외가 없어 보입니다.


불안은 때로는 없애야 하는 나쁜 감정이 아니라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감각이기도 한데요. 마음은 묘한 데가 있습니다. 불안을 직면하기에는 두려우니까 덮으려고 합니다.


뉴스를 보는데 먼 나라에서 가뭄으로 기근이 들어 폭동이 일어난 장면이 나옵니다. 저런 일이 우리나라에도 일어나면 어떡하지 싶은 생각이 잠깐 들다가 저의 마음은 재빠르게 방어를 합니다. '저 일은 저 나라의 특수성 때문에 일어난 걸 거야. 우리나라는 저런 일이 있을 가능성이 없지.'

이렇게 해서 제 마음은 불안으로부터 저를 보호합니다. 이런 마음의 보호 기능 덕에 의식을 덜 하는 것일 뿐 저는 종종 '두려움'을 느낍니다.


'짜증'은 언제부턴가 제가 꽤 자주 느끼는 감정입니다. 용기 따로 라벨 따로 분리배출하려고 라벨을 떼는데 잘 안 뜯어집니다. 손톱은 아프고 이러고 있는 시간이 아깝고 너무 하기가 싫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하나 답답합니다.

비슷한 감정으로 '귀찮음'도 있습니다. 음식물 묻은 용기를 헹궈서 버리는 과정도 어떤 날은 정말 성가시고 하기가 싫습니다.


제로 웨이스트를 하시는 분들 중에는 여전히 의욕적인 분들도 계시는데요. 저는 솔직히 말하면 요즘은 조금 '지칩니다'. 지친다는 게 제로 웨이스트가 힘들어서가 아닙니다. 그건 해 볼만한 수준인데요. 상황이 바뀌지 않는 게 지칩니다.


이쯤 되면 제로 웨이스트를 신경 써서 하지 않아도 되게끔 바뀌어야 하지 않나요? 언제까지 시민들이 소비자들이 '신경 써서' 제로 웨이스트라는 걸 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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