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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Feb 20. 2018

혼자 힘으로 월세 구하기

집구하기 프로페셔널 

저번 편에서 굉장히 쉽게 '월세를 구해 나왔다' 라고 일축해 버렸지만 사실 월세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나는 인생의 90%를 집에서 보내는 방구석 인간이고, 집은 나에게 집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집착적으로 좋은 집을 구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든 문제는 돈이었다. 한 부동산 아저씨의 명언처럼, "싸고 좋은 집은 없다." 그러나 개중에서도 나의 조건과 얼비슷한 집을 구하려면 이하의 준비가 필요하다.


1. 집을 구하기 전 나에게 필수적인 요소를 생각해놓기


- 집에 해가 잘 들어야 한다. 

해가 들지 않는 집은 곰팡이가 쉽게 생긴다. 곰팡이는 상상 이상으로 몸에 해롭고 병을 걸리게 하는 힘이 있다. 또, 해가 들지 않으면 햇빛을 부족하게 받기 때문에 세로토닌 호르몬이 부족해서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창문이 없는 고시원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우울증에 걸리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집을 구할 때 낮에 가서 일조량을 본 후 합격점이면 밤에 다시 가서 시끄러운지 한번 더 체크한다.


- 1층은 안된다. 

1층은 보통 앞의 건물에 가려져 해가 들지 않을 확률이 높다. 또한 아무리 방범창으로 막아놨어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범죄대상이 되기 쉬우며, 항상 안전을 조심하고 시선을 신경써야 한다. 또 아무리 단열을 잘 해도 1층은 겨울에 춥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 방음이 잘돼야 한다. 

다가구주택에서나 오피스텔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이다. 나는 청각에 예민해서 이 점을 특히 신경썼다. 방음이 잘 되는 집인지 아닌지 알아보려면 벽을 노크하듯이 두드려보면 알 수 있다. '텅텅' 소리가 나는 집은 옆 집의 핸드폰 진동소리도 들릴 정도로 방음이 안되는 집이다. '똑똑' 소리가 나면 옆 집의 말소리가 전부 들린다. '딱딱' 하며 완전히 밀폐되고 둔탁한 소리가 들리면 그 집은 방음이 잘 되는 집이다. 또한, 방음이 잘 되는 집은 보통 단열도 잘 되기 때문에 겨울에 따뜻하다.


- 아래 층이 음식점이면 안된다. 

아래 층이 음식점이나 술집이면 밤에 상상 이상으로 시끄럽기도 하거니와 벌레가 올라온다. 바퀴벌레랑 친구먹고 살고 싶으면 뭐..


- 대도로변은 피한다 

대도로변 역시 시끄럽다. 더 큰 문제는 매연과 먼지가 너무 많아서 하루에 한번씩 청소를 해도 바닥에 먼지가 시커멓게 묻어나온다는 것이다.


- 수압이 좋아야 한다 

특히 온수를 틀어서 콸콸 나오지 않고 졸졸 나오면 피하는게 좋다. 겨울에 추위에 떨며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하는데 쫄쫄 흐르는 온수로 개미샤워를 하고 싶다면 뭐.. 비슷한 이유로 변기 수압이 좋은지도 반드시 체크해본다. 휴지를 뭉쳐서 변기에 넣고 내려본다.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으면 나중에 변기 뚫느라 고생 엄청 할 것이다..


- 6평 이상이다. 

나는 옷장, 화장대, 침대, 책상 등으로 짐이 늘어났고, 코딱지만한 방에서 살기 싫었기 때문에 넓이를 굉장히 중요하게 봤다. 5평 이하는 침대 하나 놓으면 거의 발 디딜 공간도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침대, 책상, 행거 하면 끝.


- 옥탑방은 안된다.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덥다. 특히 여름에 진짜 죽는다. 얼마나 죽냐면 진짜 죽는다. 겨울에 얼어죽지 않으려고 보일러 풀가동시키면 전기세 어마무시하게 나온다. 그 돈으로 월세 조금 더 비싼데 가는게 낫다. 부동산 아저씨들이 이 옥탑방은 새로 지어서 그렇게 심하지 않다, 에어컨 있어서 괜찮다. 이런 말 해도 믿지 말자. 그렇게 좋으면 본인이 살지 왜 ㅋㅋㅋ


- 관리비가 5만원 미만이다. 

나중에 연말정산을 해보면 알겠지만 월세의 10%는 환급이 된다. 중요한 점은 여기서 관리비는 제외된다는 점이다. 만약 월세가 35만원인데 관리비가15만원이면 절대 들어가면 안된다.


- 건물에 융자가 없어야 한다. 

건물 등기등본을 떼 보면 융자가 얼마정도인지 알 수 있다. 전입신고를 해 놓으면 건물이 경매로 매매되더라도 1순위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는 있지만, 융자가 건물의 90% 를 차지하면 그것도 어렵다. 융자는 되는대로 없거나 아니면 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집으로 가야한다.


- 주변 시설 

역과 가까운지, 주변에 가까운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이 있는지, 자주 갈 수 있는 카페가 있는지 등등 생활할 때 불편하지 않게 미리 체크하는게 좋다. 직장이 있는 사람은 직장과의 거리, 교통편을 미리 알아놓자.


- 베란다가 있다

아주 조금의 면적이라도 빨래를 밖에다 너는 것과 방 안에다 널리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햇빛에 뽀송하게 말라 세균이 박멸된 빨래..너무 좋아. 결벽증 아님.


- 흰 벽이다

체리색 몰딩까지는 참아줄 수 있지만 벽이 퍼렇거나 자주색이거나 하면 안된다. 왜냐면 인테리어에 너무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는 심미적인 것을 굉장히 증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자주색으로 도배된 집에서 살면 미쳐버릴 것이다. 그리고 나의 자취 로망인 프로젝터로 흰 벽에 영화 보기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필수 사항이었다.


2. 이 요소들 중 최우선인 몇가지만 고르기


눈치챘겠지만 이 모든것을 다 가졌는데 싼 집은 없다. 모든게 완벽하면 반드시 비싸다. 그래도 부동산 아저씨 앞에서 내가 앞서 말한 요소들을 체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리다고, 여자라고 무시받거나 호갱은 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 당신의 프로페셔널함에 놀라 좋은 매물로 보여줄 것이다. 물론 부동산에 혼자 갈때 주변의 집을 50개는 넘게 둘러보고 왔다는 듯한 허세를 있는대로 부려야 한다. 집방 어플을 사용하여 최대한 그 지역의 월세 시세를 알아보고 깐깐하게 조건을 따지도록 하자. 다시 말하지만 뭣모르는 티 절대 내면 안된다. 


나는 중요한 요소를 일조량, 1층아님, 옥탑 아님, 융자없음, 방음, 6평이상, 흰 벽으로 정하고 집을 보러 다녔다.

이 때, 부동산에서 처음에는 구린 집들을 보여주다가 나중에 선심 쓴다는 듯 조금 괜찮은 집을 보여주면서 호들갑 떨며 이 집은 너무 좋게 나왔다. 주변에 이런 집 없다. 빨리 안들어오면 바로 나갈 집이다. 하면서 당신이 빨리 계약하게 만들 것이다. 그럴 때 우선 '연락 드릴게요' 하고 나와서 천천히 다른 집도 둘러봐라. 옆 부동산에 건물 주소를 알려주면서 이 매물 얼마나 오랫동안 나와있었는지 물어보면 보통 2개월에서 4개월정도 안나간 집이다. 급할 필요 없다.


내가 구한 집은 그런대로 괜찮은 집이다. 지금 와서 생각 해 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월세가 원래 비싸지만 상수 쪽은 특히 비싼데, 6평 이상의 살만한 집에 들어가려면 관리비 포함 최소 55만원은 잡아야 한다. (물론 보증금은 천 이상)


내가 들어간 집은 조금 낡은 오피스텔이었는데, 사실 옛날 건물이 조금 낡기는 했지만 신축보다 훨씬 튼튼하고 방음이 잘 되게 지어진 경우가 많다. 여기다 오피스텔 도배를 새로 했다면 그 집은 알짜배기이다. 오래된 건물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도 않으면서 생활 조건이 괜찮기 때문이다. 방음 역시 '딱! 딱!' 소리가 날 정도로 완벽했으며, 창문은 3중창으로 되어있어 단열 걱정은 전혀 없었다. 작은 베란다도 있었고, 흰 벽에, 실평수 7.5평 정도 될 정도로 넓었다. 실평수 7.5평은 생각 이상으로 넓다. 침대, 화장대, 옷장, 아일랜드 식탁, 책상 등등을 다 가져다 놓아도 넓찍하다. 


중간 층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단열됐으며, 엘레베이터도 있었고 무엇보다 상수역에서 2분 거리였다. 뛰면 1분. 초역세권이 이렇게 좋은지 그때는 잘 몰랐지..초 역세권 진짜 좋다. 역세권 최고. 또 베란다에서 보는 뷰가 장난이 아니었다.

우리집 베란다뷰. 호호


집 1층에는 편의점이 있으며 바로 옆 골목에 좋은 카페들이 널려있었다. 유일한 단점은 변기 수압이 조금 약하다는 것과 대로변이라는 점인데, 여름에 창문을 열어놓고 있으면 좀 시끄럽고 먼지가 많지만 그 정도는 안고갔다. 그런데 변기 수압 약한거는 안고갈 수 없다. 진짜 짜증남. 


여기에 1층에는 관리실까지 있었으며, CCTV 가 곳곳에 달려있기 때문에 안전할 것 같았다. 보증금 1000, 월세 47에 관리비 6만원을 제시했지만 돈 없다고 우는 소리를 하며 생떼를 써서 월세 2만원을 깎았다. 최종 가격 보증금 1000에 월세(관리비 포함) 51만원. 이만하면 만족스러운 계약이었다. 


3. 계약서 체크 꼼꼼히


마지막으로 계약 전 계약서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부동산 아저씨가 잘 설명 해 주겠지만, 세입자 권리는 세입자가 확인해야 한다. 나중에 우는 소리 해도 부동산에서 책임안짐~ 그러니 들어가기 전에 고장난 것 (에어컨, 세탁기, 보일러 등) 은 없는지 꼼꼼히 보고 들어가기 전에 고쳐준다는 약속을 받아서 계약서에 명시 해 놓아야 한다. 아니면 집에 들어갔을 때 세입자 관리부실 과실로 수리비 덤탱이를 쓸 수 있다. 또, 애완동물 관련 조항도 꼼꼼히 본다. 애완동물 안된다고 하면 몰래 기르지좀 말자. 내가 계약한 오피스텔 같은 경우는 애완동물을 키울 경우 계약 끝났을 때 장판비 30만원을 따로 부담해야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4. 월세 구하기 끝~


행복하게 잘 살면 된다. 필요한 생활용품을 메모해 두고 다이소에 가서 한꺼번에 사온다. 그래도 필요한 물품은 계속해서 나올 것이고, 돈이 생각보다 엄청 깨진다. 사람이 사는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 필요하다.

인테리어는 처음부터 욕심부리기 보다는 천천히 하나씩 채워가는 것이 좋다. 월세방에 못을 박거나 하면 나가기 전에 원상복구 하라고 할 수 있으므로 꼭꼬핀같은걸로 대신해서 액자나 드라이플라워를 거는 것이 좋다.

최대한 방을 손대지 않는 선에서 소품으로 아기자기하게 인테리어 하자. 창문이 많이 크다면 블라인드보다 두꺼운 커텐같은 것을 걸어두면 외풍도 막아주고 좋다. 또, 바닥재가 별로라면 러그같은 것을 깔아두면 훨씬 보기 좋다. 인테리어는 역시 심플&톤매치 인데 나는 올 화이트에 나무로 인테리어를 했고 조명을 몇개 더 사서 곳곳에 배치했다. 조명은 인테리어의 핵심 중 핵심이다. 조명 하나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기도 한다.


5. 자취할 때 삶의 질을 올려주는 것들


자취할 때 삶의 질을 유달리 높게 올려주는 것들이 있다. 여기서 하나 하나 나열 해 보도록 하겠다. (주관주의)


1. 블루투스 스피커 

음악을 좋아하거나 영화를 좋아한다면 필수적으로 구비 해 놓으면 좋다. 마샬 스피커는 성능도 좋고 디자인이 너무 예쁘기 때문에 인테리어 용으로도 딱이다. 

홍보 아님. 그냥 내가 진짜 가지고 싶어서..

함정은 나는 이 블루투스 스피커가 없다는 것. 왜냐하면 오래전에 선물받은 JBL스피커가 있기 때문이다. 베이스 톤을 좋아하고 쿵쿵 울리는 음량을 좋아하는 나에게 영화 볼 때나 음악 들을때나 딱이지만 JBL은 디자인이 별로 안예뻐서..마샬 가지고 싶다.


2. 실내 슬리퍼

다들 청소 매일 매일 하는 사람 아니잖아요? 바닥에 쌓인 먼지를 맨발로 밟고 다니다가 침대에 다시 올라가려면 찝찝하고 또 이불도 자주 빨아야 한다. 슬리퍼 하나 사면 먼지 쌓인 바닥을 슬리퍼로 쓸고 다닐 수 있고, 또 겨울에 발이 시리지도 않다. 슬리퍼 꼭 사시길.


3. 전자레인지

자취하면 당연히 밥 매일매일 못해먹는다. 편의점 음식이 일상이 되고, 남은 배달 음식을 다음날 데워먹어야 하므로 전자레인지는 꼭 사도록 하자. 풀옵션에 전자레인지가 포함되어 있으면 좋겠지만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전자레인지 싼거 3만원도 안하니까 꼭 사세요.


4. 무드등

나는 쥐약을 먹은 사람처럼 하루종일 누워있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집에 오자마자 밥먹고 씻고 바로 침대에 들어가 책을 읽거나 폰을 하거나 노트북을 하기 시작한다. 글을 쓸 때도 침대에서 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워 무드등을 틀어놓으면 나만의 공간에 혼자 있다는 행복감이 느껴진다. 특히 밤 늦게까지 책을 읽을 때 무드등이 침대 옆에 있으면 참 좋다. 너무 어두우면 잘 못자는 사람에게도 추천! 요즘에는 가습기 겸 무드등도 나오던데 나는 사고 후회했다. (싼거 샀는데 가습기 효과가 없고 불도 별로 안밝아서) 그냥 침대 옆에 좋은 무드등 하나 사서 놓자.



5. 디퓨저

우리 맨날 환기에 신경쓰고 화장실 청소 일주일에 한번씩 꼬박꼬박 하는 사람 아니잖아요? 게다가 집에서 밥을 해먹으면 환기에 신경을 써도 잡내가 나기 마련이다. 대용량 디퓨저 하나를 침대 옆, 그리고 화장실 선반에 가져다 놓으면 탈취에도 좋고 기분도 좋다. 디퓨저가 있고 없고가 꽤 기분을 좌지우지한다. 얼마 하지도 않으니 집들이 파티할때 사들고 오라고 친구를 들들 볶을 것.

신기하게 이미지 찾기 했는데 바로 내가 쓰는 디퓨저가 떴다! 그런데 내가 산 향은 너무 달아서 별로였음.

6. 프로젝터

이건 금전적인 여유가 좀 되고 자취생활에 조금 적응이 됐을 때 추천한다.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는 것은 내 오랜 꿈이었으므로 피가 흐르는 통장을 부여잡고 지출을 했다. 프로젝트 살 때 비싸다고 괜히 싸구려 사면 안사느니만 못하다. 화질이 좋아야 자꾸 영화를 보게 되기 때문, 그리고 블루스트 호환으로 해야 스피커랑 연동시켜서 빵빵한 음량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 주말 저녁에 하루종일 넷플릭스 틀어놓고 누워서 과자 먹는거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은 사고 나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산 프로젝터는 LG PH550 인데, 완전 좋은 프로젝터들 보다는 훨씬 저렴하고, 또 완전 저렴한 프로젝터 보다는 안시 (화질) 이 훨씬 좋으므로 가성비 갑이라는 생각에 사버렸다. 지금까지 만족하면서 쓰고있다(홍보 아님, 진짜 좋아서..)

예쁜 내방. 친구들 불러서 홈파티 했다.

팬 돌아가는 소리도 안시끄럽고 좋다. 다만 음질 구리니까 블루투스 스피커 연동 꼭 하세요~


화질 별로 안좋아보이는데 사실 이것보다 더 좋다. 옆에 조명이 켜져 있어서 안좋게 나온 것 같다. 레미제라블 너무 재밌음


이상 집구하기서부터 자취레벨 만랩까지 가는 방법이었다. 모두 집을 잘 구해서 프로자취러가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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