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 architects Nov 11. 2020

집짓기, 전쟁의 시작

돌곶이집 ep. 3

우리는 부부 건축가다.



같은 회사 선후배로 만나 7년을 연애했고,

설계사무실을 다닌 지 10년이 되던 해 결혼을 하게 되었고

건축인생에서 가장 작은 프로젝트,

처음과 끝을 마무리할 수 있는,

그리고 우리의 취향이 담긴 보금자리를 완성하고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다.


대형 설계사무소의 특성상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해서

만들어 나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협업 위주의 설계 프로세스,

다양한 프로젝트와 공사의 규모,

다수의 협업 주체들과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10년을 다니면서도

초기 디자인부터 참여해서

완공까지 이어진 프로젝트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작은 건축은 섬세하고 세심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오각형의 땅

빌라와 다세대주택에 끼여있는 상황

60센티미터의 단차

철거가 필요한 불법 증축 부분


땅이 작을 수록 주변 상황과의 관계 맺기는 어려웠고

5센티미터의 공간도 아까운 상황이었다.


건축가는
이런 불리한 상황을
멋지게 디자인으로 해결하는 거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욕심과 열정이 있었다.

경매 낙찰이 되기 전부터 설계를 시작해서

기획설계만 3개월을 진행했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새벽까지 도면을 그리고,

모델링을 하고, 재료와 액세서리를 알아보고,

증축에 필요한 행정절차와 공사를 위한 업체를 섭외했다.


설계를 마치고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

성북구청에 증축에 대한 건축신고를 진행했다.

시차가 8시간이나 나는 비엔나에 가서도

도면 수정 보완, 건축과와의 전화협의를 하며

착공신고를 진행해야만 했다.


협소 주택은

공사를 하려는 업체를 섭외하는 것이 꽤 힘든 일이다.


공사 도중 사기를 당하는 일도 많고,

공사 퀄리티를 보증할 수 없는 업체들도 많다.

자금이 부족했던 우리는 반직영공사로 진행하기로 하고

주변에 작은 설계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지인들의 소개와 도움으로

공정별 업체를 추천받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자재별 비교견적을 받아가며

개략적인 공사계획을 세웠다.


회사를 다니면서 공사를 진행하는 일은 수월하지 않았다.


출근길 새벽, 점심시간을 이용해

둘이서 번갈아가며 현장 감리를 진행하게 되었다.

우리의 결정을 받지 않고

임의로 현장에서 디자인을 변경하는 일이 많아졌고,

도면을 제대로 보지 않아 재시공하는 부분들이 생겨났고,

텃세를 부리는 주변 민원으로 인해

우리의 체력도 바닥이 나고 있었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고

힘들고 두려웠던 6개월의 공사가 끝나가고 있었다.



TIP

공사를 시작하기 전, 주변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은 민원을 최소화시키는데 도움이 됩니다.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는 내 집 짓기는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 ‘건축가’와 함께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http://instagram.com/dolgoji_


이전 03화 인생 첫 경매 도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