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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architects Nov 14. 2020

우리, 단순하게 살자.

돌곶이집 ep. 4

8평짜리 반지하에서 시작한 신혼생활



전셋집 계약기간과 돌곶이집 입주시기가 맞지 않아

단기 계약한 빌라촌 반지하에서 6개월을 살았다.


주차장과 바로 연결되는,

빌라를 반층 내려오면 있었던 8평짜리 반지하방에는

나름 에어컨과 세탁기가 옵션으로 있었다.

집이 다 지어지기 전까지는

살림을 준비할 수 없었던 우리에게는 감사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공사비로도 빠듯했던 형편에

단기계약으로 그만한 방을 구한 것은

다행스럽고도 잘한 일이라고 서로를 다독였었다.

장판은 니스를 발라놓아 반질반질했었고,

옵션으로 있었던 세탁기는

2개월이 채 지나지도 않아 고장이 났고,

누런 빛깔의 에어컨은 리모컨이 고장이 났다.


뜨거운 여름,

특유의 축축한 강아지 냄새를 풍기던 곳이었다.


결혼 선물로 받았던 향초를 켜놓고

15 동안 지고 살았던 짐을 풀지도 않고

6개월을 살았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뭘까?



나도 모르게 복잡해지는 삶의 순간들이 불편했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소중한 것을 위해

필요 이상의 것을 버릴 줄 아는 삶을 살고 싶었다.


1년에 한 번도 입지 않는 옷

책꽂이에 꽂혀만 있던 책과 잡지

누군가에게 받은 선물

곳곳에 숨어있던 불필요한 살림살이

쓰지도 않는 노트와 필기구

버리지 못한 졸업논문

과제로 제출했었던 모형과 패널

회사에서 가져온 도면, 서류 등등


15년 넘게 혼자 살면서 만들어진 생활로 인해

빼곡히 쌓여만 갔던 것들을

정리하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뿐만이 아니라

평소에 하는 생각들, 인간관계, 일 또한 마찬가지였다.


불필요하게 소비되는 생각과 습관들,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함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삶의 가치,

소유함으로 채워지지 않는 행복의 가치를 찾고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삶을 살자고 다짐했다.


돌곶이집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면서

작지만 지킬 수 있는 습관을 만들기로 했다.


1. 언젠가 입을 것 같지만, 일년간 입지 않은 옷은 정리하자

2. 여러 개 가지고 있는 비슷한 종류의 물건은 버리자

3. 수납장을 비우자

4. 필요한 식재료는 그때그때, 동네 시장에서 장을 보자

    (장바구니 가지고 다니기)

5. 하루 한 끼는 소식을 하자 (점심 도시락 싸기)

6.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 (물 끓여 마시기)

7. 잊고 있었던 물건은 버리자

8. 필요한 물건과 갖고 싶은 물건을 구분하자

9. 퇴근 후에는 가벼운 산책을 하자



돌곶이집에서 살게 된 지 3년,

우리의 작은 습관들은 하나하나 늘어나고 있었다.



TIP

나의 삶 속에 익숙했던 물건이 주는 가치를 생각해보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납장에 묵혀두었던 물건의 사용빈도를 생각해보면 비움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http://instagram.com/dolgoji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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