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곶이집 ep. 5
우리는 늦지 않게 퇴근하는 날이면, 동네 산책을 한다.
사는 곳을 정하고 집을 짓는 일은
새로운 습관과 함께, 삶을 설계하는 일과 같다.
걷는다는 것은 동네를 알아가는 방법이고,
퇴근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 되며,
피곤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좋은 습관이 되었다.
아, 그 안기부 있던 동네?
동네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돌곶이는 조선시대 한성부에 속했고
의릉이 조성되고 사람들이 천장산 쪽으로 집단이주하면서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고 한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조선왕릉인 의릉 내에 중앙정보부를 건설하고
안기부로 이름을 바꾸기까지 꽤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동네 이름보다는
“아, 그 안기부 있던 동네?”정도로 기억되는 곳이다.
중앙정보부는 1961년 창설하면서
본청이 의릉 내에 들어섰고
(정보기관이 조선왕릉터를 점유하는 것이
그 시절 트렌드였을지도 모르겠다)
남산 본관이 내곡동으로 본청을 옮기면서
자유로워진 의릉은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이
무상임대, 관리를 하면서 쓰고 있다.
과거 중정요원들이 교육받고 사무실로 쓰던 공간에서
학생들이 필름을 보고, 미술을 논하고, 그림을 그리고,
7.4 남북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던 강당은
주민 개방시설로 이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감정이 든다.
우리 동네는
노인보호구역이라는 표식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만큼 평균 연령대가 높은 동네이고,
개발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아
5층 이상의 건물을 보기 힘든 곳이다.
상업적이지 않고, 프랜차이즈가 힘을 못쓰는 곳이라
동네 사람들이 자주 가는 자영업 맛집들이 많기도 하다.
장위 뉴타운, 이문 휘경 뉴타운으로 인해
재개발이 일어나고,
최근에는 돌곶이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도시 재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돌곶이는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는 여유롭고 느린 동네이다.
2000년대 중반 월계동에 이마트가 생기고,
월곡동에 홈플러스가 들어왔지만,
주말이 되면 햇볕이 강하지 않은 시간,
우리가 좋아하는 산책코스인
석계역에서부터 이문동까지 이어지는
장안 벚꽃길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자주 가는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돌곶이 시장에 들러
일주일치 장보기를 한다.
돌곶이에 산지 햇수로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산책을 하면서 계절마다 조금씩 변해가는 풍경을 보고,
장소를 기억하는 일은 재미있다.
어떤 장소가 가진 역사적 가치,
주변의 사소한 풍경이
시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하는 과정을 깨닫는 것은
삶의 지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우리 동네에는 또 분위기 좋은 커피숍이 생겼다.
TIP
걷는다는 것은 새로운 시선으로 공간을 재발견하고 바라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하루 10,000보 걷기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가벼운 운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