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디자인 #28 : 어떤 꾸준함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할머니 폰 바꿔 드렸어요, 접히는 걸로.
그러니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헤어질 결심, 다들 보셨나요?
헤어질 결심은 애플의 생태계 안에서 움직입니다.
서로의 말을 번역하고, 녹음하며, 메시지를 보낼 뿐 아니라
도중에 시리를 호출해 관크를 일으키기도 하죠.
수년이 지나,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를 더는 사용하지 않는 시기가 오면
이런 장면들이 당시의 시대상을 상징하는 매개체가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떤 제품들은 한 시기를 풍미한 베스트셀러로 팔리다가도,
곧 새로운 모델에 바통을 넘겨주는 시한부의 운명을 갖고 태어나고-
어떤 제품들은 세대를 걸쳐 사용하는 스테디셀러가 됩니다.
AI 비서를 탑재한 고성능 스마트폰들의 제품수명이
훨씬 더 단순한 제품들에 비해 현저히 짧다는 것은 웃기면서도 슬픈 역설 아닐까요?
디자이너로서 한 시대를 풍미하는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분명 큰 영광이자 명예입니다.
그리고 그것만큼이나 중요하고, 어쩌면 더 가치있을 수 있는 일이
오랜 기간에 걸쳐 잘 쓰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년 8월 쯤, 일상 디자인 18화를 통해 이웃 나라들의 기록적인 자연재해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때의 막연한 걱정이 어느새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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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번 폭우와 태풍 힌남노의 피해복구가 원활히 이뤄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