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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미레짱 Jun 28. 2020

결혼해도 사랑이 필요해. 없다면 얼어 죽을 수도 있어.

가족의 기립근 사랑.


아이와 놀이 속에 살아 숨 쉬는 순수하고 설레는 사랑.


이렇게 솔직하고 순수한 존재가 있을까?

좋으면 웃고, 힘들면 울고, 신기하면 눈을 떼지 않는다.

계산은 전혀 고 필터링이라고는 1도 없는 투명하고

동그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는 건...


이 세상 둘도 없는 설렘이다.

살아가느라 빛바래져간 감정을, 마음을,

다시금 '한뉘'를 밝히며 움직이는 힘이 있다.


이 얼마나 고맙고 신비로운 큰 사랑인지.


마음이와 같이 호흡할 때의 설렘.

우는 아이 앞에 엄마가 나타나면 보여주는 표정이 주는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홍채 속에 선명한 얼굴 비침이, 가끔은 부끄럽다는 걸 알까?

네를 미는 내  손길이 떠날까 봐 온몸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아이.

책 읽는 목소리에 선뜻선뜻  점점 귀 기울이는 아이를 바라보며 스며드는 따뜻함에 포근해진다.




일상에 스며든 숨겨진 사랑. 살아가는 힘이 된다.

100일 준비를 하며 며칠 들뜬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불확실하지만 이뤄졌을 때의 성취감을 기대했다. 호텔 파티를 향해 하루하루 보냈다. 첫발은 어려웠지만 진행되는 모습을 보니 용기 낸 걸 칭찬해주고 싶었다. 그것도 잠시. ‘백일 때는 반돈, 반지는 돌 때 하는 거 랜다. “”네 그냥 마음이 용돈을 주세요 “ 한통의 전화로 손끝이 주춤해졌다.


계획 진행의 예리함이 무뎌졌다. 가족 안에서의 나의 위치를 눈앞에 마주할 생각에 차츰차츰 가라앉았다. 그래도 손끝을 부여잡으며 마음을 내려놓은 채 할 수 있는 걸 해 나아갔다. 파리바게트 행사에 맞춰서 500원 할인되는 에그타르트. 옥수수 알갱이가 박혀있는 식빵, 20% 할인하는 마카롱, 아이도 먹을 수 있는 계란, 베이컨, 토마토, 땅콩이 들어있는 샐러드를 해피포인트 어플로 할인받고 재난 카드로 구입했다. 올리브영 20% 할인이라는 게릴라 쿠폰을 쓰려고 아이와 함께 찬찬히 살펴보았다. 붙였다 뗄 수 있는 데싱디바 카키색 패디 스티커. 쵸코 프레즐과 함께 섞여있는 오리지널 믹스 팝콘,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 구경을 하려 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기초 화장품을 둘러둘러 크리니크 드라마티컬리 디퍼런트 모이스춰라이징 젤을 발견했다. 건복합성에 적합하다니 손이 간다. 번들거리다가 빠르게 흡수되어 보송한 느낌이 드는 걸 느끼고 결정했다. 거기다 1+1 행사라니. 캐셔가 할인행사는 어플 전용이고, 데싱디바 패디 스티커는 15000원 이상을 구입해야 한다고 한다. 언제나 '쿠폰에 혹해서 매장에 가면 현장 밖에 볼 수 없는 찬스'가 기다리고 있지. 이런 거랄까? 내리쬐는 햇볕을 맞으며 도서관 산책로를 아이와 걸었다. 날이 덥다. 할머니들이 많다. 속이 먹먹해서 강행한 이른 외출이 역시 탈이 났다. 타박타박 돌아서 아파트 단지에 유모차를 세우고 테이크아웃 해온 커피를 들었다. 바람 한 점 없던 산책로와 달리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먹먹한 가슴이 약간은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마음이도 느끼는지 연신 놀라긴 하지만 살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볼 위로 느끼고 있었다. 가슴에 멍울이 질 무렵 엄마~하고 아빠와 함께 나의 태양인 하늘이가 들어왔다. 준비한 재료로 신랑이 끓인 찌개와 고기를 먹었다. 마카롱에 커피를 마시며 tv를 보고 일상을 보내니, 살엄음 녹은 은은한 눈빛으로 딸을 바라보는 게 스스로 느껴졌다. 아이 침대에 미니 선풍기를 달고 모기장을 고치고 재활용을 버리는 신랑이 보였다. 박스를 접어서 모아 놔야겠다는 배려가 솟아올랐다. 만화를 보며 간식을 먹는 아이를 바라보니 마음에 볕이 다 시든다. 마음이를 재우고 하늘 이과 책을 읽을 시간이다. ’ 노란 카약, 굴러 굴러, 드르렁, 루루 사냥꾼의 책을 잔뜩 들고 왔다. 리듬에 맞춰 생동감 있게 마음을 담아 읽어냈다. 아이는 어느새 "크게~더 크게~ 개미 똥 커~ 풍덩~ "나보다 더 생동감 있는 표현을 자아냈다. 연거푸 맘에 드는 책을 읽고서야 베개와 이불을 찾았다. "토끼 베개~ 이불 많이 많이~ 엄마 옆에서 잘래~" 하고 옆으로 다가오는 아이를 바라보니 사랑이 가득 차 올랐다. 나의 사랑. 푹신하고 말랑한 딸과의 사랑이다.         


뭐 이렇게 진지해?
엄마 아빠는 유치하게 투닥거리면 안돼? 부부도 사랑인데?!


<영화 '비커밍 제인' 중>





핸드폰 게임 너머로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실시간 음성채팅을 하는 소리를 새벽 2시에 들었다. 일상 속의 고마움이 싹 사라지고 폐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불쾌감이 몰아 올라왔다. 천진하고 하얀 표정으로 왜? 하고 바라보는 신랑을 향해 맞는 말 바른말로 자연스레 이해하길 바랬건만, 여러 차례 말해도 왜?! 게임도 안돼?라는 말에 예의의 가면이 벗겨졌다. 껍데기를 버리고 속내를 드러내 몇 마디를 하고 나니 출산 이후 거의 느껴보지 못했던 나로서의 ‘수치심’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감정’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나는 그리워해서도 안되고, 표현해서도 안돼기에. 오래간만에 사람이 돼 '열 받아'서 바람 쐬러 나갔다. 이제 각자 해결하기 싫어졌다. 방법론을 생각했다. 튀어 나가는 건 안된다. 싫다. 안에서 식히는 방법을 꼬리 물며 골몰했다. 집으로 들어가 풀어내기 시작했다. 핸드폰 검사, 게임 지우기, 인신공격, 시비 걸기 같은 유치함 끝에 신랑의 분노와 우울이 쏟아져 나왔다. 그 속에는 육아 우울증, 책임감에 짓눌린 감정, 혼자 해결하려는 자만이 빽빽이 채워져 있었다. 이렇게 힘들었구나. 이러니 제자리걸음 할 수밖에. 가능한 덜 아픈고 손쉬운 방법으로 넘기는 남자는 쌓여만가는 아픔은 이렇게 두드려 토해내게 해주어야 하는 걸까? 새삼 남자의 눈에서 나오는 색깔과 아우라가 바뀌었음을 알았다. 20대의 날카롭고 따가운 눈빛이 아니다. 눈동자의 색감은 깊이가 생겼고, 눈가의 주름에는 인정이 생겼으며, 눈매에는 온유함이 묻어 그윽해졌다.


힘들고 우울의 늪에 빠질 것 같을 때 애 키우고, 밥하고, 일하고, 돈 쓰고 버는 걸로만 풀려고 하지 말자. 말로 감정을 표현하고 장난도 치고 애교도 종종 부려야 하지 않을까? 부부는 손을 잡고 서로 안고 등을 토닥여 주어야 하나 보다.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 품에 안겨 의지해 폐 끼치고 약해질 것 같은 두려움을 떨쳐내야 부부 사이가 단단해지나 보다. 가끔은 사랑해주세요라고 내려놓기도 하고, 화나고 서운해서 삐죽거리며 투덜투덜거려야 하나 보다. 우리는 각자 강한 사람이지만, 여리고 사랑 스련 남자와 여자임을 알고 만났으니까. 서로 사랑하고 표현하고 나누는 것만큼 소중한 게 부부 사이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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