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에게도 루틴은 필요하다.
드디어 맞이한 퇴사 후, 평범한 평일의 시간
오랜 시간 직장인으로 살아왔던 탓인지 아침 6시 반정도면 눈이 떠진다. 지금까지는 출근을 위해 억지로 몸을 깨웠지만, 요즘은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을 여유 있게 쓴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밖에 나가 공원을 뛰어본다. 그동안의 운동은 건강에 대한 의무감으로 헬스장에 가서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효율을 내려했다면, 지금은 내 몸과 마음에 더 여유를 주며 운동을 하고 있다. 아침 조깅을 끝내고 집에 와서 씻고 나오면 몸은 잠에서 완벽하게 깨어난다.
아침 운동만큼 몸을 깨우는데 좋은 활동은 없는 거 같다. 날씨가 안 좋으면 헬스장에 가서 여유 있게 운동을 해보고 있다. 별일 없는 날이면 되도록 매일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가벼운 아침 식사와 함께, 뉴스를 챙겨본다. 그동안 증권사에서 일해왔던 관성으로 사회, 경제 뉴스는 언제나 챙겨본다.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루틴이다. 돈을 얼마나 어떻게 현명하게 투자하고 쓸지는 빠른 은퇴를 결정한 우리 부부에게 꽤 중요한 부분이다.
늦은 아침식사 후에는 자유시간이다. 아직 퇴직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은근히 바쁜 일정이 계속된다. 점심약속이 있기도 하고, 자금 관리 때문에 은행과 증권사에 방문하기도 한다. 아직 퇴직 전인 아내를 위해 집안일도 거의 도맡아 하는 중이다.
그래도 백수에겐 남는 게 시간인지 이제 겨우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을 뿐이다. 이제 나의 취미활동 시간이다. 동적인 활동음 최근 배우기 시작한 드럼을 연습하거나, 골프연습장을 간다. 움직이기 귀찮을 땐 카페를 가거나 집에 앉아 커피와 함께 책을 읽는다.
한가로이 오후를 보내고 나면 아내가 퇴근할 시간에 맞춰 저녁을 준비한다. 퇴근한 아내를 맞이하고 함께 저녁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별일 없고 별거 없는 하루일 수 있다. 누군가가 보면 지루할 수 있는 하루이며, 어떤 이는 부러워하는 하루다. 그런 하루라도 위와 같은 루틴이 없다면 몸과 마음의 밸런스가 금방 무너질 수 있다.
이미 코로나 시기에 재택근무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공감할 것이다. 나 역시 재택근무를 하면서 생활의 리듬이 무너졌었다. 처음에는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졌다는 사실이 반가웠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면도를 미루고, 불규칙하게 씻고 먹다 보니 어느새 하루의 균형이 흐트러졌다. 그때 나는 퇴직 후의 삶에서도 ‘루틴’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물론, 365일 내내 위와 같이 지내진 않는다. 당분간의 휴식 기간 동안에는 해보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 읽고 싶은 책 등,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보려 한다. 더불어 자유로운 삶에 루틴을 지키며 생활의 리듬을 깨지 않고 지내야 더욱 알찬 퇴직 후 삶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아직은 아내가 퇴직 전이라, 내년 1월까지는 자연스럽게 내조가 내 일상의 중심이 될 듯하다. 내년 1월, 아내가 퇴직한 후에는 함께 인생의 다음 장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