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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나 May 21. 2023

30. 숨이 멎는

사유의 파란

사람들이 나를 몰아간다

혹은 그들의 목소리가 나를 몰아간다

오래된 과거의 잊혀졌던 비난들이 나를 몰아간다


아무도 없음에도 나는 겁에 질려

궁지로 몰린다

더 이상 디딜 땅이 없어

나는 마침내 절벽 아래 수면 아래로 몸을 던진다


물아래로 아래로 

나는 소리가 없는 곳을 향해 

헤엄쳐 들어간다


숨이 모자라다, 막히다, 마침내 끊어지고 희미해지는 순간

깊은 물의 암흑은 순간 밝아지고

흐릿하던 정신도 마지막으로 반짝이며

내가 살아온, 아는, 깨달은, 모든 것들이 뒤엉킨 채 시야를 메운다


온갖 색이 뒤섞인 추상적인 빛의 향현

그러나 터질 것 같은 내 눈의 핏줄의 박동과 함께 약동하며 이지러지는 

기억 지식 모양 색 소리 냄새 맛과 향

동시에 이지러지고 일그러지며 주마등처럼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장식하는


그 순간

바로 그 순간


그 오색빛깔의 황홀경으로 뒤덮여 완전히 나를 잊게 되기 직전

나는 그 완벽을 다시 박차고 수면으로

수십 톤의 어둠을 뚫고

물 밖으로 돌아 나와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피맛이 섞인 숨을 몰아쉬며

겨우 한 움큼

바닥에서 꺼내올린 것을 흰 종이에 문데 놓으면


보라 

이 숨 막히는 광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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