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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얄리 Oct 22. 2023

제3화. 외도의 전말

스모킹건이 발사된 이후 평소와 달리 감정기복이 심해졌다.

배신감과 분노에 치가 떨리기도 하고

입맛이 없어 아무것도 먹지를 않고 무기력하게 있기도 했다.

당시 한 달 사이 5kg가 빠졌다.

머리를 댔다하면 1분 안에 잠드는 사람인데,  

불면증세도 나타나 길고도 괴로운 밤을 보내야 했다.

신경과민이 뭔지 그때 제대로 경험했다. 


그날도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남편은 힘든 직상생활 중에

자신을 멋진 부장이라고 인정해주고 치켜 세워주는 그 부하직원이

자기 같은 남자가 있으면 당장 결혼하겠다고 하는 말을 듣고

설레였다고 단지 그 뿐이라고 했다.

직장 밖에서 통화하거나 문자하는 사이로 발전한 건 

최근 1주밖에 되지 않는다고.


내게 들킨 다음 날, 그 부하직원에게 얘기했단다.

아내가 알았다고, 아내가 너무 힘들어한다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직장 밖에서 연락하는 건 선을 넘은 거였다고,

자신이 오해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그러자 그 부하직원이 웃으면서 자기도 미안하다고 했단다.

그렇게 정리했단다. 

외도는 전혀 아니고 큰 일도 아니란다.


심지어 남편은 부하직원과 그 이야기를 나눈 직 후

내게 해맑은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그 사실을 알려왔다. 

마치 ‘나 잘 했줘?엄마~’라고 칭찬받고 싶어하는 아이마냥.


‘설레였다’,

‘선을 넘었다’,

‘서로 웃으며 미안하다 인사했다’

그는 어리석고 순진하게도 자신의 외도를 자백해왔다.

외도에는 육체적 외도만 있는 게 아니다.

여자에게는 심리적 외도가 더 타격이 큰 것을 

남편은 전혀 모르고 있거나 모르고 싶은 듯 보였다.


남편은 선을 넘는 동안 불안하고 불편했는데

들키고 정리하고 나니 속이 외려 편하단다.

인정에 굶주려 매력적이지 않은 여자에게 끌려 다닌 것 같다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때의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고 한심하단다.

나에게 미안하고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라고

더 잘 하겠다고 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흐느껴 울었다.

그렇게 그는 편안한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여전히 불면의 밤을 지새웠다.


남편이 드르렁 코를 골기 시작하면 

나는 남편의 핸드폰을 파헤쳤다.

나는 더 이상 그의 말과 그가 내게 보이는 행동을 믿을 수 없었다.

사건의 전말을, 진상을 알고 싶었다.


내가 아이들을 먹이고 실랑이를 하고 씻기고 재우는 동안

남편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회식자리를 만들어가며

설레임 가득 안고 선을 넘고 있었다.

집에 와서도 문자와 DM을 주고 받았고, 

들키지 않기 위해 삭제를 했다.

통화 후 김대리에서 이대리로 이대리에서 황대리로 

연락처 이름을 바꾸었다. 

그 즈음 친한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고민이 있다며

술 한 잔 하고 싶다는 내용을 남겨놓기도 했다.

그리고 대화 끝에

마누라는 이제 봐도 감흥이 없다는 식의 말도 덧붙여 놓았더라.


비참했다. 있는 지도 몰랐던 환상이라는 

투명 유리막이 산산조각 났고, 

그 뾰족한 유리조각이 내 살에 알알이 날카롭게 박혔다.

그렇게 나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냉혹한 현실을 마주했다. 


tip. 믿었던 사람, 특히 배우자에게 배신을 당할 경우, 마음의 병이 나기 쉽다. 신경과민에 더해 일종의 편집증적 증세가 일어난다. 의심하고 망상하고 증거를 찾는 식이다. 외도사실을 안 후 일시적으로 편집증적 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럽고 적응적일 수 있다. 상대의 거짓말, 속임수 뒤에 숨겨진 진실을 알아야, 이후 의사 결정과 선택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니까. '모든 감정은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기에 진화과정에도 사라지지 않고 건재해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하자. 하지만, 이 기간이 한 달 이상 길어진다는 것은 자신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일 수 있으니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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