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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얄리 Oct 22. 2023

제9화. 직관을 신뢰하기

“이생 졸망인데, 그래서 너무 화가 나고

때로 침울하고 의욕이 없고

때로 가슴이 찢어지는데...

뭘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추가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처럼

나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상태에서 왔다리 갔다리를 반복하고 있었다.


하루는 새벽 2시에 눈이 똑 떠졌다.

스모킹 건 발사 후

1년 하고도 석 달이 더 지난

8월 한 여름의 새벽이었다.


핸드폰을 잠시 만지작거리기도 했으나

미세하게 근질근질한 느낌이 들어

자리를 박차고 나와 집 근방을 3시간 동안

발길 닿는 대로 마구 걸었다.

걷고 또 걷는 동안

내가 걸어온 20, 30대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지금 이 모습이 아닌 다른 결과를 얻고자 했다면

과거의 내가 어떤 선택들을 했어야 했는지, 비켜간 선택들.

어쩜 그리 바보 등신 같은 선택들을 하고 살았는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최선들!


서른여덟 살의 내가 10년 전으로 돌아가

스물여덟 살의 나를 만난다면

‘결혼하지 말고 너 자신을 탐구해,

더 쌈박한 도전을 해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스물여덟 살의 내가 그 말을 듣고 다른 선택을 했다면

전혀 다른 경험을 하고,

지금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겠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와서 알려주면 좋겠다 싶었다.

새벽 동이 트기 직전 컴컴한 공원 벤치에 앉아

정말이지 간절한 마음으로 미래의 나를 찾았다.

만날 수 없을까?

영화인터스텔라에서처럼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간절히 가닿고 싶어하지 않을까? 미래의 나도 간절하다면,

우리가 지금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눈을 감고 10년 뒤의 나에게 물었다.

‘지금 나는 뭘, 어떻게 해야하지?

제발 알려줘.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후회하긴 싫어.

나는 잘 살고 싶어.’

그리고 한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어 숨을 깊이 들이쉬는 순간

허물어지고 폐허가 된 곳에서

누군가 벽돌 하나하나를 나르는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주는 메시지일까?

무슨 뜻이지?

가만히 눈을 감고 그 이미지가 주는

메시지에 집중을 해보았다.


‘폐허라고 생각하지? 괜찮아!

니가 원하는 벽돌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가며

니가 원하는 집을 다시 만들면 돼~’

라고 속삭이는 듯 했다.


집에 돌아와 일기장에도 쓰고

상담 때 꼭 S에게 들려줘야지 하고 메모도 했다.


S가 환하게 웃으면서

“자신의 직관을 신뢰하는 모습이 참 반가워요.”라고 반응해 왔다. 기뻐하는 S를 보니 신이 나서

“너무 신기해서 일기에도 쓰고 샘한테도 말하려고 적어놨었어요.” 라고 안 해도 될 말을 덧붙였다.

S도 한층 더 기뻐하며

“손흥민이 꼴을 넣고 그 장면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 찍는 세레모니를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그 장면을

마음에 새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네요.”라고

더욱 적극적으로 칭찬해 주었다.


“벽돌나르는 장면을 떠올리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벽돌 나르는 모습이 느긋해 보였어요.

정성껏 벽돌을 쌓는 느낌도 있었고“

“아하~”

“미래의 내가 보여준 것처럼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내가 진짜 원하는 걸 찾아서

내 인생을 살고싶어요.”

쑥스러웠지만, 희망찬 어조로 포부를 말하자,

S는 어린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엄지척’을 해주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tip. 후회가 몰려올 때가 있다. 무엇을 기준으로 후회하는 것일까? ‘~있어야 하는데, ~했어야 하는데’, ‘해내지 못했어’, 후회하긴 쉽다. 후회해도 좋다. 후회한 다음을 무엇으로 채워야할까?계속 후회만 한다면 현재를 과거로 채우는 꼴이다. 후회의 다음은 무엇이어야 할까?

 다른 사람을 보고 다른 사람처럼 사는 것, 혹은 괜찮은 척, 아는 척, 잘 사는 척, 척하는 연기하는 것은 쉽다. 많은 인생이 가짜 목표를 좇음으로써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거나, 아니면 좇던 목표를 이루고 나서야 그것이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가면을 벗고 자신이 되는 것, 자신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길이 가장 어렵다.

  후회를 발판삼아 진짜 인생, 진짜 목표, 진짜 나를 찾아보자. 내면의 미세한 감정의 울림, 욕망의 꿈틀거림, 직관을 신뢰하며 담대하게 나를 기준으로 삶의 판을 다시 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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