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친구의 의미
중학교 때 공부 얘기를 좀 할까 한다. 2학년 때까지 나의 발목을 잡았던 과목은 음악과 영어였다. 다른 과목들을 나름 잘했지만 이 두 과목이 완전히 바닥이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고 음악 같은 과목은 수업 시간에도 이론을 거의 배운 기억조차도 없었다. 가장 기초적인 이론조차 몰라 수업을 들어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실기에서는 나름 인정을 받았다. 그냥 노래를 익혀서 부르면 되었기에 선생님은 노래 한 번에 98점을 주며 목소리가 좋다고 성악을 하라고 하셨다. 그때 나는 노래를 정말 잘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론 점수의 비중이 높아 음악 성적은 바닥이었다.
영어도 1학년 때 체육 선생님이 영어를 가르치셔서 기초가 전혀 없었던 나는 처음에 조금 하다가 못 따라가 거의 손을 놓아버렸다. 2학년 때에는 더 심각했다. 책조차 제대로 읽지 못해 옆에 친구에게 한글로 좀 적어 달라고 할 정도였다.
나머지 과목들은 잘해서 그나마 전체적으로 그렇게 나쁘진 않았는데 이 과목들이 평균을 까먹어 여간 속이 상하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내게 공부를 좀 가르쳐 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했다.
중 3이 되었을 때 할 수 없어 내가 한 방법은 무조건 영어 책을 외우는 것이다. 지금도 책의 내용이 기억나는 것이 많다. 몰라도 외우니 눈에 익숙했고 답이 보였다. 그래서 나름대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영어를 포기하지 않고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선생님이 내게 항상 잘 대해 주셨고 선생님이 좋아 영어도 열심히 했다. 방학 때 중학교 3년의 영어 단어를 모두 다 외우자 조금씩 자신감도 생겼다.
그래도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공부하는 쪽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친구들 영향도 크다. 두 명의 친구가 친했는데 둘이 서로 일 이등을 다투었다. 한 명은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적을 얻는 아이였고 한 명은 머리가 너무 좋았다.
머리 좋은 친구는 한문 같은 것은 그냥 한번 보면 다 외웠고 영어도 항상 잘 외워서 선생님이 수업마다 암송을 시켰다. 머리 좋은 아이와 특히 친하게 지냈다. 머리가 좋다 보니 놀 시간도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친구는 자기 집에 나를 많이 초대해 주었다. 우리 집은 시골집이었고 가려고 해도 멀어서 갈 수 없었고 집이 초라해 자존심에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 친구 집은 학교에서 가까웠기 때문에 쉽게 갈 수 있었다. 친구 부모님도 항상 갈 때마다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이 친구와 나는 쉬는 시간이면 운동장의 씨름장에서 씨름을 자주 했다. 나와 실력이 비슷했고 둘 다 씨름을 참 좋아했다. 그래서 심심하면 씨름을 했다.
한 번은 씨름을 하다가 내가 넘어지면서 어깨가 먼저 땅에 닿았다. 어깨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이 친구는 내 어깨가 빠진 줄 알고 제대로 맞추려고 팔을 당겼다 밀었다 했다. 하지만 통증은 더했고 조금도 나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집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야 했다. 나는 거의 한 손으로 자전거를 몰면서 가파른 고개도 있는 6킬로나 되는 자전거를 몰고 갔다. 집에 가서 좀 누워있으면 낫겠지 생각했는데 계속 아팠다.
방에서 끙끙 앓고 있는데 아버지가 무언가 잘못된 줄 알고 나를 정형외과로 데리고 가셨다. 어깨의 쇄골뼈가 부러져 있었던 것이었다. 미련하게 그것도 모르고 그 먼 길을 자전거를 타고 집에까지 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날이 내가 태어나서 처음 병원에 간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