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되어야 했던 이유
초등학교 때는 공부다운 공부를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학교에 갔다 오면 동네 아이들이랑 어울려 딱지치기나 구슬치기를 했다. 그 당시 딱지는 동그랗게 생겼다. 둥근 원을 따라 별이 그려져 있었고 딱지에 별 수나 글자 수가 많은 사람이 이겼다.
구슬치기는 구멍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가면 이긴다. 또 동전이나 구슬로 홀짝 게임을 하며 친구의 것을 따먹기도 했다.
이 중에서 내가 가장 실력을 발휘한 것은 딱지치기이다. 얼마나 많이 했던지 딱지에 묻은 때나 무늬 색깔의 미묘한 차이로도 어떤 딱지인지 알았기에 내 가방에는 딱지로 가득한 날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공부는 관심이 없었다. 가끔 숙제를 한 적은 있지만 시험을 위해 공부를 따로 하지는 않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도덕이었다. 특별히 공부를 하지 않아도 항상 '수'를 받았다. 아버지는 다른 과목은 보시지 않고 이 과목만 보시고 동네 사람들에게 칭찬을 하셨나 보다.
또 내가 좋아하는 과목은 과학이었다. 과학시간에 참고서를 본 적도 없지만 답이 무엇일지는 궁금했고 가끔은 맞출 수도 있었다. 수업 시간에 건전지로 회로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설명하는 선생님이 질문하셔서 답을 했다. 선생님은 어떻게 알았냐고 놀라시며 칭찬을 하기도 하셨다.
친구가 그린 로봇 그림도 좋았고 어떻게 하면 전기를 공급하지 않고도 자전거를 계속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도 많이 했다. 그때는 마찰계수니 에너지 보존 법칙이니 하는 개념을 몰랐기 때문에 마음껏 상상할 수 있었고 그런 나를 나는 특별한 존재로 생각했었다.
6학년 때 장래희망을 써낸 적이 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과학자라고 했다. 내가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고도 영구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영구기관과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진 것에는 이유가 있다.
어느 순간 영원하지 않은 삶이 너무나 무의미하고 허무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어머니의 죽음 때문이다. 영원한 것을 원했기에 영구기관을 생각했고, 사람도 영원히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과학자가 되고자 했다.
영원을 생각하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끝없이 펼쳐진 하늘 때문이었다. 나는 요즈음 과학자들이 말하는 은하가 몇 개 있다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가 가진 기술로 관측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만일 우주가 끝이 있다면 무엇으로 되어 있어야 하느냐에 대해 답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빈 공간이라도 그것은 존재하는 것이며 끝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우주는 무한한 것이었고 영원을 생각하게 해 주는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