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겨루기와 절망

힘과 지식으로 할 수 없는 일

by Peter Choi

그렇다 내가 과학자가 되고자 했던 것은 과학의 힘으로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여 영원히 살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초등학생의 철없는 꿈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게 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죽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런 꿈을 가지고 중학교에 들어갔다. 한 학년에 한 반뿐이던 초등학교 때와는 달리 시골마을 구석구석에서 모여 한 학년에 그래도 다섯 반은 되었다. 비록 다섯 반이나 되었지만 한 반에 칠십 명이 넘는 그야말로 교실은 콩나물시루같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언제나 시끄럽고 별의별 일이 교실에서 다 벌어졌다.


각 지역에서 서로 모른 상태로 모이다 보니 서서히 힘의 서열을 가리는 다툼이 남자반에서는 벌어지고 있었다. 나도 그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 반에는 태권도를 잘하는 친구들이 제법 있었다. 나는 정말 시골이었기 때문에 학원이라고는 다녀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친구들 중에는 태권도 2단 이상 아이도 몇 명 있었다.


우리 반에는 체육특기생들이 있어서 덩치가 좋은 아이들이 많았다. 경북 대표인 투포환이나 사이클 선수들도 있었다. 한 명은 덩치가 정말 크고 힘이 세었다. 그는 투포환 선수이자 사이클 선수였다. 나도 어깨 힘은 못지않게 세었는데 투포환 실력은 그 친구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친구들 간의 싸움은 친구 영화에서 나오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학교 뒷산이나 교실 안에서도 공공연하게 벌어졌다. 일 학년 때는 덩치가 작아 그냥 묻혀 살았는데, 갑자기 겨울 방학을 지나면서 일학년 때 비해서 키가 12센티미터나 훌쩍 커버렸다.


시골에서 자랐고 학교를 6킬로미터 정도 가파른 고개를 넘어야 하는 길을 다니며 자전거로 통학을 했고, 집에서 온갖 힘쓰든 일들을 다했기에 체력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강한 편이었다.


서서히 나에게도 한 명씩 찝쩍대기 시작했다. 그중에 태권도 2단인 아이가 싸움을 걸어왔다. 역시 운동을 해서인지 주먹을 뻗치니 순식간에 나의 입을 강타했고 입술이 터져 피가 났다. 나는 싸움을 배우진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주먹이 나갔고 그 주먹은 친구의 얼굴을 강타했다. 친구는 눈이 퉁퉁 부어올랐다. 누가 말렸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이렇게 그 싸움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끝났다. 그 후로 나에게 싸움을 걸어오는 아이가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나는 힘도 좋아지고 키가 컸다. 체육과목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과목이었다. 체력장을 한 것으로 그냥 점수를 주었기 때문이다. 내 기억으로 2학년 때 체력장 등급을 특급을 받은 것은 나 혼자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공던지기는 한계선인 63미터를 훌쩍 넘어갔고 오래 달리기는 다른 아이들과 한 바퀴 이상 차이가 났다. 100미터 달리기는 신체적인 한계가 있어 만점을 받지 못했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만점을 받았다.


이쯤 되니 나도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갔다. 그래서 사이클 선수인 아이들을 때리고 도망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 아이들이 나에게 복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힘이 제일 센 것처럼 생각이 들었다.


그때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초등학교 때 힘이 제일 세었다. 그런데 이제는 싸워볼 만했다. 아이들도 내게 그것을 부추겼다. 기회가 왔다. 어쩌다가 그 친구와 실랑이가 붙었고 막 한판 붙을 폼을 잡고 있을 때 사회 선생님께 걸려버렸다.


선생님은 그 친구와 나를 불러 여학생 반으로 데리고 가서 앞에 꿇어 앉히고 벌을 세웠다. 사춘기 때라 그런지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 이후에 다시는 친구와 싸우는 일은 없었다. 다행한 것은 그 친구도 나에게 싸움을 걸어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친구와 싸우다가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했을까? 왜 그때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것이 그때 나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그래도 공부를 제법 한 것 같았다. 사실 공부를 잘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하도 칭찬해서 그런 줄 알았다. 중학교 들어오니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즐비했다.


나는 영원히 사는 것을 과학으로 풀겠다는 것을 그때까지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 자신의 수준에 눈을 뜨고 나서 나는 절망했다. 나는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고 역사 속에 수많은 위인들 또한 모두 무덤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죽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무식하고 나약한 한 중학생 아이일 뿐이었다. 나에게 절망감이 다가왔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있을 것 같은 막연한 희망 같은 것이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있었다.

keyword
이전 12화나의 꿈은 과학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