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엄마는 이야기꾼

by Peter Choi

호롱불 아래 마을 아이들이 오손도손 모여 앉았다. 차가운 겨울이라 뚫어진 문풍지 사이로 바람이 세어 들었다. 아이들은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따뜻한 이부자리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따뜻한 아랫목을 서로 차지하려는 전쟁이 벌어진다.


그땐 동화책도 없었고 만화책도 없었다. 그러나 엄마의 옛날이야기에 아이들은 토끼처럼 귀를 쫑긋 모으고 설레는 마음으로 듣는다.


엄마는 이야기를 구수하게 잘하신다. 엄마의 집안의 내력인가? 그래서 외삼촌이 목사님이 되셨는지도 모르겠다. 학교라고 다니신 것은 초등학교가 전부인데 엄마의 얘기는 오늘날 그 어떤 연속극보다 재미있었다.


그때의 이야기가 지금도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간신히 맞춘 라디오 주파수처럼 떠오르기 시작했다. 엄마는 힘든 일을 마치고 피곤하셨을 텐데도 재미있게 늘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옛날 옛날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행복하게 살았단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뒤 밭에 가셨단다. 고구마들이 잘 자라도록 밭에 똥물을 부어 주고 내려왔단다. 다음날 다시 고구마 밭에 올라갔는데 그곳에 너구리 한 마리가 쓰러져 있지 않겠니?


할아버지는 웬 횡재냐 싶어 너구리를 잡아서 집으로 내려왔단다. 부엌 옆 나무에 너구리를 달아놓고 할머니에게 너구리를 잡아서 맛있는 국을 끓여 달라고 했단다.


할아버지가 잠시 밖에 나간 사이 할머니는 가마솥에 물을 붓고 막 불을 지피려고 했단다. 그런데 기절했던 너구리가 정신이 들었단다. 몸이 꽁꽁 묶여 꼼짝도 못 해 낑낑거리며 겨우 할머니에게 말을 걸었단다.


할멈, 할멈, 날 풀어주면 불도 내가 지피고 밥도 하고 청소도 할 테니 제발 좀 풀어주게 하고 간청을 했단다.


할머니 대신 일을 해주겠다고 하는 말을 듣고 너구리를 풀어주었단다. 아 그런데 이 너구리가 할머니를 잡아 할머니가 입은 옷을 자기가 입고 할머니처럼 변장한 다음 할머니를 잡아 국을 끓였단다.


할아버지가 돌아오자 너구리는 할머니 행세를 하며 밥을 짓고 국을 끓여 한상 차려 내놓았단다. 할아버지는 국과 함께 밥을 드시다가 맛이 좀 이상해서 할머니로 변장한 너구리에게 물었단다. 할멈 할멈 오늘 국 맛이 왜 이래? 평소에는 잘 끓이더니만 오늘은 좀 별로야라고 하셨단다. 너구리는 정체가 들통날까 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할아버지가 모르고 그냥 계속 드시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단다. 할아버지가 밥을 다 드시자 너구리는 할아버지에게 할망구 고기 먹었지롱 할망구 고기 먹었지롱 하고 놀리며 숨겼던 꼬리를 흔들며 도망가 버렸단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죽음을 너무 슬퍼해서 며칠 동안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고 슬퍼하셨단다. 그때 토끼가 할아버지가 우시는 소리를 듣고 할아버지 할아버지 왜 우세요 하며 물었단다. 할아버지는 있었던 일을 토끼에게 설명하고 다시 눈물을 펑펑 쏟으시며 울었단다. 토끼는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원수를 갚을 좋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단다. 토끼의 이야기를 듣고 그제야 할아버지는 기운을 차리고 밥도 드시고 일도 하셨단다.


토끼가 어느 날 너구리를 찾아갔단다. 그리고 너구리에게 배 타기 경주를 하자고 제안을 했단다. 너구리는 만들기 쉽게 찰흙으로 배를 만들었고 토끼는 비록 힘들었지만 튼튼한 나무로 배를 만들었단다. 둘이 강가에 가서 배를 띄우고 경주를 했단다. 강 한가운데 갔을 때 토끼가 자기가 탄 배를 힘껏 저어가 너구리의 찰흙 배에 박치기를 했단다. 너구리는 비명을 지르며 강 한가운데서 빠져 허우적거리다 물속으로 가라앉아 죽었단다.


토끼가 돌아와 할아버지에게 이 소식을 전했단다. 할아버지는 원수를 갚게 되어 너무 기뻤단다. 토끼와 할아버지는 그 후에 함께 오손 도손 행복하게 잘 살았단다.


전체적인 흐름은 대충 이런 이야기였다. 맨 마지막의 배 경기를 하다가 너구리 배가 박살이 나서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하자 아이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울렸다. 엄마의 얘기는 계속되었다. 밤이 깊어지자 땅에 묻어 두었던 무를 가져다가 깎아서 나누어 먹으며 행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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