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했어! 그러나 아름다웠지!

아찔한 아름다운 이야기

by Peter Choi

우리들의 놀이터는 따로 없었다. 그냥 모든 것이 놀이터였다. 때로는 막대기 하나 들고 온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칼싸움 놀이를 했다. 삼총사가 그 당시 유명했었다. 나에게도 삼총사가 있었다. 삼총사를 한자씩 딴 글자와 복을 붙여 서로 이름을 불러 주었다. 나보나 한 살 많은 형은 '삼복'이, 나는 '총복'이 그리고 단짝 친구는 '사복'이라고 불렀다. 그러고 보니 내가 복에 대한 욕심을 가장 많았나 보다. '총복'이라고 불렀으니 말이다. 막대기를 휘두르며 전쟁놀이를 했는데 손에 도 맞고 몸에도 맞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눈이라도 찔리면 어떡했을까 생각하니 참 아찔하다.


우리 집 뒷산은 장애물이 별로 없고 큰 나무가 한 그루 있었어 단골 놀이터였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놀았다. 나무에는 누가 매어 두었는지 기다란 칡넝쿨로 된 밧줄이 달려 있었다. 동네 형들이 타잔 놀이를 한다고 만들어 둔 것이었다. 나도 따라 하다가 큰일을 치를 뻔했다. 밧줄을 힘껏 잡고 있어야 하는데 힘이 약해 밧줄을 타다가 그만 줄을 손에서 놓여 버렸던 것이다. 땅에 뚝 떨어져 죽은 듯이 엉금엉금 겨우 일어났다.


산에는 송충이가 참 많았다. 요즈음은 잘 볼 수 없지만 그 당시에는 산과 들이 너무나 깨끗하여 소나무엔 송충이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굵기도 하고 색깔도 다양했다. 나보다 한 살 어린 녀석이 있었는데 송충이를 무척 좋아했다. 지금 송충이를 보면 혐오감이 드는데 그 당시는 그냥 좋았다. 이 녀석이 송충이를 가득 잡아서 세발자전거 뒤 칸에 올려놓고 자전거로 드라이버를 시켜준다. 송충이는 살금살금 기어올라 그 녀석의 몸을 타고 오른다. 머리 위에까지 송충이가 기어올라 꿈틀꿈틀 춤을 췄다. 지금 생각하니 참 끔찍했다.


동네 가운데 있는 연못에선 대나무에 낚싯줄과 바늘을 달아 지렁이를 끼워 낚시를 한다. 나는 낚시가 없어서 하지 못했는데 누가 한번 빌려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줄을 힘껏 던졌는데 낚시찌에 바로 신호가 왔다. 힘껏 당겼더니 바늘 두 개 모두 붕어가 달려 나왔다. 너무나 신났지만 야속하게 주인은 낚싯대를 가져가 버렸다. 이때 나는 낚시에 소질이 있는 줄 알았다. 훗날 아들이 낚시를 하고 싶다 하여 옛 실력도 뽐낼 겸 낚시터에 갔다가 미끼만 털리고 한 마리도 못 잡아 망신을 당했다.


겨울 연못은 더 신이 난다. 얼음이 꽝꽝 얼어 순식간에 연못은 썰매장이 된다. 굵은 철사와 나무로 대충 만든 썰매도 있고 부잣집 아이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멋진 썰매 날을 달고 씽씽 달렸다. 나는 겁이 많아서 그냥 사람들 뒤만 따라다녔다.


그런데 이곳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나에게 누나 두 분이 있는데 작은누나가 연못에서 쿵쿵 구르다가 얼음이 깨어져 빠진 적이 있다. 용감한 형들이 있어 건져 주었기에 망정이지 정말 큰일을 치를 뿐 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낙동강이다. 큰형들은 다이빙도 하고 수영도 하며 즐겼지만 나는 맥주병이라 늘 물가만 맴돌았다. 그러다가 형들에게 붙잡혀 물에 빠졌다. 물을 얼마나 먹었을까 숨이 막히고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했을 즈음 형들이 꺼내 주었다. 이때부터 나는 더욱 물을 싫어했고 그래서 수영을 배우지 못했다. 지금은 그래도 개구리헤엄 정도는 할 수 있다.


생각해보니 어릴 때 참 위험한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요즈음 부모들 같으면 펄펄 뛸 일들이다. 형들과 누나들 그리고 친구들과 동생들이 큰 사고 없이 잘 자라 감사하다. 사람이 생명은 사람이나 환경이 어떻게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생명을 만드시고 계획하신 하나님의 계획 속에 만들어진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keyword
이전 03화서리 맞은 홍시